2008.6.1
참배나무골 오리집에서 시골 친구들 청죽회 모임을 가졌다.
정원이에게 한 달 여 전부터 그날 모임을 갖자고 제안을 했는데 무슨 사정이 있는지 정원이가 6월 5일을 제안하는 문자를 날렸었다.
나도 놀랐지만 병진이가 3일간의 연휴가 시작 되는 주말에 모임날을 잡는 녀석이 어디 있느냐며 펄쩍 뛰었다.
그래서 청죽회 봄 모임을 언제 가질까 생각해 보았는데 안 하면 안하는 대로 욕할 친구들이 있을 것 같고 시간이 더 지나면 더위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을 뿐더러 더이상 미룰 수도 없으므로 그냥 당초에 정한 대로 5.30일에 하기로 하고 이를 공지했었다.
병진이가 마지막에 AI가 창궐하는 이런 시기에 무슨 오리를 먹느냐는 핑계와 함께 불참 메시지를 날렸다.
성용이도 모임은 적어도 한 달 전에 공지를 해야 하는 데 왜 일주일 전에 공지하느냐는 핑계와 함께 불참을 선언했다.
결국 경국이 용범이 영란이 정원이 정배 나 여섯이서만 모임을 갖게 되었다.
병진이 말처럼 그렇게 버글거리던 식당 분위기가 몇몇 노인네들 모임만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될 뿐 조용하고 한산한 분위기였다.
내가 1차를 사겠다고 했더니 다른 친구들이 그러면 안 된다며 각자 더치페이를 선언했고 해서 모두들 3만원씩 거두었다. 그래서 내가 2차로 맥주 한 잔을 제안했고 그걸로 미안함을 대신하며 모임을 마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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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진이가 갑자기 문자를 보냈다.
‘조류독감이라는데 웬 오리?
아픈 식구들 챙기고 전방 지킬게.
담에 봐’
다음번 이어진 메시지는 이랬다.
‘고향 친구들아 과음 말고, 조류독감고기/ 광우병 소 먹지마 일산 병진이가’
이런 메시지를 받고 화가 조금 났었다.
날짜를 잡고 강행한 것도 장소를 잡은 것도 나이기 때문이다.
나에 대한 비난을 이런 방식으로 하는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내 기분대로 답신을 하지 않고 청죽 47회 단체방에 우회적으로 글을 남겼다.
친구들을 걱정해 주는 아름다운 마음씨에 대하여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왜 그렇게 정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하여 설명 겸 비난 겸 내 생각을 늘어놓았다.
병진이가 댓글을 달았는데
‘그냥 해본소린데..모범생 훈장님 ㅋㅋ...
그런데 어제 저녁 몸이 천근만근이라 오후 9시 조금 넘어 뻗었단다...
친구들은 즐거웠는지?
오늘 용욱이와 용범이는 낚시터로 달려갔는지?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건강 잘 챙기라’는 내용이다.
다시 말하면 병진이도 친구들을 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그런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그런 마음을 몰라주고 나는 나대로 마음 아파 했었던 것이다.
대 놓고 병진이를 비난하지 않았던 것이 천만 다행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상대방에게 전달되는 느낌은 사뭇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말 한마디 표정 하나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표현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생각,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이라도 자신의 입장에서 표현하다보면 오히려 상대방에게는 비난이나 욕으로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는 늘 듣던 이야기고 그래서 실천도 쉬울 것 같은데 실제 상황에 접해보면 사실은 매우 어렵다.
학습에는 머리로 익혀야 할 학습 외에도 반복적 행동으로 익혀야할 학습이 있는데 이 경우는 후자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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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암과 오승준 그리고 오승균 실장과 함께 조터골에서 낚시를 했다.
먼저 우리 집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 모여 현암 차로 오승준과 내가 함께 타고 갔다.
처음에는 남한강 대교에서 시도해 보았지만 물골이 너무 넓어 집어가 어려운 데에다 누치가리 철이어서 누치의 입질이 없었다.
그래서 조터골로 옮겨 보았는데 여기도 입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내가 피라미 한 마리만 잡았을 뿐이다.
투망꾼들이 가리 하는 누치를 수십 마리씩 잡아갔다.
점심은 현암 선배가 녹두전과 함께 물만두를 준비해 와서 맛나게 잘 먹었다.
시바스 리갈까지 한 병 들고 오셔서 즐겁게 나누어 먹었다.
오승균 선배가 옆 투망꾼 가족들에게 가서 한잔씩 권하고 오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참외를 세 개나 주고 갔다.
덕분에 참외 디저트까지 잘 먹었다.
먼저 마음을 열면 사람들은 이렇게 술술 자신의 마음도 열어준다.
우리네 정서도 정서지만 낚시꾼들은 더더욱 아름다운 강가에서 나눔의 아름다움을 즐긴다.
가리 철이어서 당분간 낚시는 어려울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오승준이 냉면을 먹고싶어 해 성내동 유촌 칡냉면 집에 가 냉면을 한 그릇씩 먹고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