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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266

20031008 북유럽 여행기 [아홉째날(10.8)]다음 날 아침 우리는 내가 가져간 마지막 컵라면을 들고 호텔 식당으로 가 아침식사를 했다. 작년 미국 여행 때 햇반을 다섯 개나 가져갔는데 그걸 희망하는 사람이 없어 고스란히 다시 들고 들어와야 했던 기억이 있어 컵라면을 가져왔다. 모두들 외국 음식에 질려있는 터라 컵라면을 맛나게 먹고 하노버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나를 검색하던 아가씨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잠깐 짐을 보자고 했다. 지퍼를 열어 짐을 보여주니 그는 내 가방 속에 들어 있던 햇반을 보고는 이해한 듯 다시 닫으라고 했다. 아마도 검색대 투시경에는 그것이 무슨 도시락 폭탄처럼 오인되었던 모양이다. 하노버에서 비행기가 1시간 연착되는 바람에 우리는 암스테르담에서 제시간에 transfer할 수 있는지에 대.. 2024. 7. 20.
20031007 북유럽 여행기 [여덟째날(10. 7)]Goreleven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은 호텔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만 했다. 그곳은 현지 독일인 운전사도 잘 모를 만큼 외진 곳에 있다. 스웨덴의 forsmark 방폐장 갈 때와 유사하게 끝없이 반복되며 펼쳐지는 산과 농장과 작은 마을들을 지나 지루할 정도의 버스 여행이 계속되었다. 이번 연수 스케쥴을 어느 분이 잡았는지 모르겠다.공부도 좋지만 전국 각지에서 고생하는 나이 지긋한 노조 간부들을 불러다 고생을 너무 심하게 시킨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공부 욕심이 많으시고 연수와 여행을 확실히 구분하고 싶어 하시는 우리 김명수 처장님이 스케쥴 작성에 관여하시지 않으셨나 싶다.평생에 처음 갖는 7, 8일의 해외여행 일정 중 3, 4일을 시골 산.. 2024. 7. 20.
20031006 북유럽 여행기 [일곱째날(10. 6)]다음날 아침 일찍 식사를 마치고 Reliant 에너지 노조를 찾았다. 조정관 Garbrie Hage가 강연을 맡았는데 그는 사실 오늘의 행사를 바로 며칠 전에야 통보를 받아 준비를 제대로 못해 미안하다고 하면서 더듬더듬 설명을 시작하였다. 그의 설명을 들으면서 네덜란드의 노조는 우리나라의 노조와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들은 workers' union에서 선발된 조정관과 회사측 대표단이 하나의 council을 만들어(OR) 노사문제를 위임 처리하고 있었다. 산별노조랑 같은 성격이다.네덜란드의 OR은 우리회사의 노사협의회와 매우 흡사한 기능을 수행한다. 보통 조정관 수는 법으로 정해져 있는데 조합원 수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조합원 수 100인 이상이어야 구성이 가능하고 15.. 2024. 7. 20.
20031005 북유럽 여행기 [여섯째날(10. 5)]아침 5시에 잠에서 깨었다. 이제는 확실히 시차를 극복한 것 같다. 아침에 바라보는 호텔 주변의 자연경관은 정말 아름다웠다. 호텔 밑에는 커다란 호수가 있었고 저 멀리엔 굽이굽이 산등성이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룸메이트 최부장님은 새벽같이 나가서 아침 운동을 했지만 나는 새벽공기가 입술을 트게 하고 내 건강에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 밖에 나가지 않았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솔베이지와 페르귄트의 고향을 뒤로하며 비행장 가는 길목에 있는 릴레함메르로 향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흐리던 날씨가 오늘 아침 유리알처럼 활짝 개었다. 이곳이 솔베이지와 페르귄트의 고향이므로 버스 안에서 가이더는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려주며 오페라의 줄거리를 이야기해 주었다.페르귄트는 솔베이지의 사랑.. 2024. 7. 20.
20031004 북유럽 여행기 [다섯째날(10. 4)]바지선 배 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아침 일찍 출발해야 했으므로 새벽 5시에 기상하여 6시 30분부터 아침식사를 하였다. 이 호텔엔 아침식사에 scrambled egg나 sausage 또는 감자요리 따위의 hot food가 없고 차가운 cereal과 우유, 빵 종류만 나오는 continental 스타일로 제공한다. 7시 30분에 출발하는 바지선을 타고 협만을 건너야 하는데 마침 김영수 위원장이 조금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다음 배를 타야만 했다. 다행이 다음 배가 30분 후에 있었으므로 8시 15분 경에 바지선을 타고 버스에 탑승한 채 송네 피요르드를 건너 피어랜드 터널을 통과하여 계속 산과 호수 그리고 분지를 중심으로 발달된 자그마한 부락들을 지나 브릭스달을 향해 달렸다. 깊은 산악지.. 2024. 7. 20.
20031003 북유럽 여행기 [넷째날(10. 3)]깊은 잠을 못 자고 새벽 3시부터 자다깨다를 반복하다 5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최부장님과 함께 새벽 조깅을 나갔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인적 없는 오슬로 시내 거리를 30여 분 달리니 선창가가 나왔다. 우리나라 같으면 그 시간에도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느라 이리저리 바삐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보이련만 정말이지 개미 새끼 한 마리 찾아볼 수 없었다.유일하게 볼 수 있었던 것은 순찰을 도는 경찰차였다.호텔로 돌아온 우리는 호기심에 사우나를 찾았다. 그러나 사우나 키(key)가 작동하지 않아 프론트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고 키를 다시 받아 문을 열게 하였다. 이 과정을 조용히 지켜본 최부장님은 영어실력이 유창하다며 칭찬을 늘어놓았다. 사실 생활영어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어서 편안한 마음.. 2024. 7. 20.
20031002 북유럽 여행기 [셋째날(10.2)]아침에 일어나니 지난밤의 과음으로 몸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먹어야 살기에 꾸역꾸역 아침을 챙겨 먹었다. scrambled egg와 조그마한 소시지 서너 개 그리고 감자류를 먹은 뒤 입가심으로 과일을 먹었다. 그게 내게는 아침식사로 가장 잘 맞는 듯하다. 노르웨이로 출발하기 전에 오늘은 스톡홀름 시내 관광을 하기로 하였다. 시 의회 의사당을 거쳐 혁명의 뿌리를 발본색원 하려던 피의광장에 들렀다. 어제 마신 술로 인한 갈증이 심해 피의 광장 중앙에 위치한 샘물 급수대에서 사자상의 입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을 손으로 받아 목을 축였다. 아직도 죽은 영주들의 핏기가 가시지 않은 것 같아 조금 섬뜩했다. 따지고 보면 이들의 역사도 끊임없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피로 얼룩져 있는 야만 그 자.. 2024. 7. 20.
20031001 북유럽 여행기 [둘째날 (10. 1)]잠이 오지 않아 복식호흡을 시도해 보았지만 잠깐씩 토끼잠만 들뿐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어 계속 뒤척이다가 아침 5시 반쯤 일어나 샤워를 하고 새날을 맞았다. 유럽의 호텔들은 미국의 호텔과 달라서 별이 다섯 개나 붙어 있는 호텔인데도 책상 위에 사용 안내판 하나 없다.Morning call을 부탁할 수 없었고 무언가 문의 사항이 있어도 어떻게 front desk로 전화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당황했다.그들은 데스크 위에 안내판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 대부분 하드 카버나 비닐 커버로 만들어진 안내 책자를 서랍 안에 비치하고 있는데 그 안에 여러 나라말로 필요한 안내 사항을 적어 놓고 있었다. 최부장님도 잠이 안 오는지 새벽 4시에 일어나 홀로 스톡홀름 시내 중심가를 방황하다가 여섯시가.. 2024. 7. 20.
20030930 북유럽 여행기 노사합동 북유럽 여행기인사처 부장 조용욱[여행 동기]어느 맑게 갠 날 오후 김승환 인사처장님이 내 자리로 오셔서는 느닷없이 “요즘 바쁘냐?” 하고 물으셨다. “보시다시피 매일 정신이 없습니다.” 했더니 “그럼 해외도 못 나가겠네?”하시는 거다. 나는 “예, 해외요? 그런 좋은 기회가 있으면 가야지요. 혹 제가 가방 들고 수행해 드릴 일이라도 있습니까?” 했더니 처장님은 천연덕스럽게 “바쁘다며? 잠깐 내 사무실로 와봐!”하시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나의 해외연수를 결정해 주셨다. 노사문제의 중간에 서서 10년 넘도록 낑낑거리는 모습이 안돼 보이셨던지 노사합동 연수회에 인사처에도 한사람 배정되었는데 나밖에 적임자가 없다며 다른 사람들이 말도 꺼내기 전에 얼른 결정을 내려버리신 거다. 나의 북유럽 연수는 이.. 2024. 7. 20.
20031231 쓸쓸한 종무식 12.31(수) 오늘은 종무식이 있는 날이라 오전까지 모든 일을 마쳐야 한다. 사장이 공석 중이어서 부사장이 종무식을 주재했다. 종무식이 끝난 후 다과회를 가졌다. 처장은 전무님을 수행하느라 정신이 없다. 올 종무식은 조용하고 활기가 없는 듯하다. KY처장에게 전적동의서를 받으러 갔다. 마침 급여정산분이 자신의 사적 계좌가 아닌 급여계좌로 잘못 입금되는 바람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고 내가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한 책임도 있어 사과도 할 겸하여 그를 찾았던 거다. 사과드리러 간 자리에서 KY처장에게 이제 그만 버티시고 백기 들고 투항하라고 했다. 어차피 복귀는 안 되니 자회사 전무라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려면 타임 스케줄 상 지금이 최적기이니 바로 전적 동의서를 달라고 했다. 가장 아끼던 .. 2022. 7. 1.
20031230 노동사무소 진정사건 회사측 진술 12.30(화) 아침에 회사로 출근하지 않고 곧바로 강남지방노동사무소로 갔다. O부장과 P부장이 진정인 대표로 나와 있다. 노동사무소 앞 찻집에서 KT과장과 L노무사를 먼저 만나 잠깐 동안 대책을 논의했다. 담당 감독관은 KSC이다. 그를 만나기 위하여 6층 사무실 앞에서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다 진술하러 들어오는 O부장과 P부장을 만났다. O부장은 나를 만나자마자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을 붉히며 자기에게 유리한 진술을 해 달란다. 나는 하얀 거짓말도 잘 못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야 그러고 싶지만 사장을 대리해 회사 측 대표로 나온 만큼 회사 측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개인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아닌 만큼 서로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도 O부장은 회사를 강하게 비난하며.. 2022. 7. 1.
20031229 동네 친구들 모임 12.29일(월) 시골 친구들과 모임을 갖기로 한 날이다. 어쩌다가 나는 만년회장이 되어버렸다. 정원이가 여기저기 연락하는 수고를 해 주었다. 마침 관리본부 송년회를 한다고 처장도 일찍 퇴근한 날이어서 저녁시간이 자유롭다. 전철을 타고 일찌감치 약속 장소 ‘대주 참치집’으로 갔다. 잠시 후 정원이와 순식이가 도착했고 이어서 용범이가 도착했다. 경국이가 연말이라 바빠 조금 늦었다. 늦게라도 오겠다던 병진이는 정원이랑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나오지 못했다. 여자 친구들은 연락이 제대로 안 되어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술값은 내가 내었다. 친구들이 2차를 가자고 한다. 단란주점은 정말 가기 싫다. 내가 유도하는 조용한 카페는 모두 퇴짜를 놓고 문 앞부터 맥주 썩는 냄새가 퀴퀴하게 우러나고 조명도 음.. 2022. 7. 1.
20031226 황제를 위하여 12. 26일 발전회사에 전적하지 않고 파견자로 떠도는 한계인(marginal man) 12명이 한전 사장을 상대로 강남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하였다. 본인 의사를 무시한 사외 파견행위는 불법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들은 변호사를 선임해 진정서를 제출했다. KM과장을 보내어 상황을 파악해보니 심각하게 꼬여가는 것 같다. 그런데도 K처장은 오로지 승진인사에만 정신이 팔려 이에 관한 내 보고서를 보려하지 않고 있다.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만 계속 이어지는지 모르겠다. 전에 H처장님 계실 때는 어렵고 힘들지만 나를 믿고 인정해 주어서 견딜만했는데 K처장은 너무 힘들다. 승진발표가 났다. K를 비롯해 내 3년 또는 4년 후배들이 대거 승진했다. 내가 때를 잘못 만난 덕에 배가 아픈 것도 사실이다. 이번 인.. 2022. 6. 30.
20031221 분기탱천 조져버린 크리스마스 이브 2003. 12. 21(일) 승격심사 실무반이 공릉동 연수원에 입소했다. 날씨도 춥고 특별한 약속도 없고 해서 이번 주말은 테니스를 하러 가지 않고 집에서 영화만 보았다. 노조에서 23일 노사협의회를 하자고 한다. 따라서 늦어도 22일은 K처장과 H전무에게 안건에 대한 검토의견을 보고하여야 한다. K처장은 또 짜증을 내며 눈치 없는 노조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배려심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노조에 나도 화가 치민다. 1년에 한 번 있는 회사 최고의 관심사인 승진심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오로지 제 목적만 달성하기 위해 앞 뒤 없이 멧돼지처럼 달려든다. 처장님에게 승진심사 등 여러가지로 바쁘니 노사협의회 안건 검토서를 곧바로 전무님께 보고하겠다고 했더니 그렇게 하란다. 그의 지나친 완벽주.. 2022. 6. 29.
20031220 윗사람 눈치보기 2003. 12. 20(토) K처장은 승진심사와 관련된 것 이외에는 당최 보고도 받으려 하지 않았다. 전문원 관련사항도 노사협의회 안건 검토서도 월요일에 보자며 일축해 버렸다. 승진을 목전에 둔 KM이를 도와줄 목적으로 KM이 편에 서류를 들려보냈는데 문전박대만 당하고 돌아왔다. 신경이 예민해진 탓도 있겠지만 KM이 이기에 더욱 보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토요일인데도 처장을 의식해서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일하다가 짬뽕 한 그릇 먹고 퇴근하였다. 2022. 6. 29.
20031219 신입사원 특강 원고 (강의교안) [新入社員 講義 原稿] ▣ 人事는 사람 人 자와 일 事자로 구성(사람 + 일) - 사람 인자는 반드시 두 사람 이상이 서로 기대어야 바로 설 수 있음을 의미 - 다시 말해 얼마나 서로 협력하며 사랑하고 잘 화합하는가가 사람의 가치를 결정 - 사는 일사로 이러한 사람들과 일을 결합시키는 행위를 말함 - 따라서 사람과 일을 조화롭게 얼마나 잘 결합시키는가가 인사의 핵심 (얼마만큼 사람들을 일에 몰입시키는가가 인사관리의 주목적) - 우리 회사는 이와 관련하여 3가지 인사원칙을 가지고 있음 ․ 기회균등의 원칙(공정하게 기회를 주어) : 모든 직원은 각자의 능력에 적합한 업무에 보직될 기회가 균등히 부여 ․ 적재적소의 원칙(하고 싶은 일에) : 각 업무가 필요로 하는 자격요건에 가장 적합한 자를 보직.. 2022. 6. 29.
20031219 얻어먹는 버릇 버리고 사는 습관을 들여라. 2003. 12. 19(금) 인사처장을 대신해서 연수원에 신입사원 특강을 나갔다. 2시간짜리 교육인데 인사와 관련하여 이것저것 삶에 필요한 이야기들을 삽입했다. (강의교안 첨부) 강의를 마치고 돌아와 야근을 하려는 데 술 생각이 났다. 저녁을 사준다며 김처장이 간부팀과 승진 심사 보조 요원들을 데리고 나가길래 나도 KT과장과 KM과장 그리고 KY과장까지 함께 데리고 나왔다. 우리는 갈매기살을 구워 놓고 소주를 마셨다. 한참 먹고 마시는 중에 P부처장 일행이 들어왔다. 승진발표가 임박하자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 K부장 일행을 데리고 온 것이다. 나는 술병을 들고 P부처장 자리로 가 그들과 술잔을 교환했다. 내가 보기에 이미 따놓은 1직급인데 그는 무척 불안해했다. 나는 허풍을 떨며 걱정을 말라고 했다. 내가.. 2022. 6. 29.
20031218 승진방침 결정을 위한 상임인사위원회 2003. 12. 18(목) 승진방침 결정을 위한 상임인사위원회가 열렸다. 그동안 철저하게 보안이 유지되어 실무선에서는 정보가 한마디도 새어나가지 않았다. 상임인사위원회 결과에 의한 인사작업 또한 철저한 비밀 속에서 진행되었다. K처장 만큼 인사 보안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없다. 보안에 구멍이 뚫리는 순간 죽음이다. K처장이 비서실 K과장에게 다면평가 관련사항을 설명해 주라는 전화를 해 요약자료를 출력하여 그에게 들고 가 설명해 주었다. 그가 무척 어려워하며 설명을 들었다. KT과장에게는 파견자 관련 보고서 요약본을 만들라고 했더니 너무 장황하게 만들어와 재검토를 지시했다. 2번이나 캔슬했더니 이 친구가 아예 보고서를 나보고 직접 만들어달라며 엉겨 붙는다. 이런 불경한 부하직원을 보았나... 그렇다고 시시.. 2022. 6. 28.
20031217 K처장의 라떼이야기 2003. 12. 17(수) 저녁 6시쯤 되었을까 처장님이 나를 찾기에 가 보았더니 사장 앞으로 온 hot line email 편지 3통을 내놓으며 다면평가에 대하여 간단히 요약해 달란다. 사장이 hot line을 개설해 놓자 코딱지만한 불만이나 의견이 있어도 너도나도 사장에게 직보하는 모양이다. 사장에게 보내온 세 개의 편지 내용을 읽어 보니 모두 그렇고 그런 넋두리로 그리 쓸모가 없는 제언이었다. 그중의 하나는 새로 만든 다면평가 제도가 잘 되어있으니 승진에 그걸 활용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이를 놓칠 처장님이 아니다. 이를 빙자해 사장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설명자료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그걸 만들어 그의 방으로 갔더니 그는 그동안 승진심사 준비한다고 이야기에 굶주렸는지 엄청난 이야기 보따리.. 2022. 6. 27.
20031216 참을 수 없는 뒷담화 욕구 2003. 12. 16(화) A가 가져온 서류를 들고 처장에게 갔다. KT과장에게 파견자 관련 서류를 들려 함께 갔다. 그는 내 이야기를 듣기도 전에 기획처 M와 A가 저지른 만행에 대하여 펄펄 뛰면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는 일단 모든 걸 그냥 내버려 두라고 했다. 우리처에서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그만이라면서 필요하다면 사장 결재를 받아다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를 일이다. 파견자 관련 보고서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기에 나는 더 이상 파견상태를 유지할 수 없으니 일단 정리해고 절차를 진행하다가 마지막 날 조건부 강제전적(진정, 소송제기 시 해고 조건)을 시키겠다는 아이디어를 구두보고 했다. 그는 내 아이디어에 귀가 솔깃해졌다. 왜 진작 그런 방법을 취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 2022. 6. 27.
20031215 용호상박에 등터지는 다람쥐 2003. 12. 15(월) 오늘은 무척 힘들었다. 아침에 기획처 A과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H부처장이 나를 좀 보자고 한다는 거다. 무언가 불안한 예감이 든다. 그동안 전문원 문제 때문에 OOOO팀으로부터 많은 고통을 겪어 왔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나를 보자고 하니 필경 전문원 관련 사항일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소문에 듣기로 H가 A랑 내년도 OO운영계획을 만들면서 천인공노할 만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전문직 대상직무를 제 마음대로 만들어 24개의 직무를 전문원으로 운영하겠다고 사장 결재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직무분석을 포함해 전문원으로 운영하고 안 하고를 결정하는 직무관리 업무는 업무분장 상 우리처의 나에게 주어진 업무다. 직제규정상 업무분장에 명확히 구분되어 있는 .. 2022. 6. 24.
20031210-14 얻어 터질수록 강해지는 나의 맷집 2003. 12. 10(수) ~ 14(일) 요즘 승진 인사와 관련하여 처장님이 내게 참 많은 주문을 하신다. 내가 가만히 앉아 쉬는 듯한 모습을 그냥 보고 있을 그가 아니다. 현재 진행 중인 승진인사와 관련하여 조금이라도 검토가 필요한 사항은 언제나 나를 불러 내 의견을 묻는다. 의견을 묻는다기 보다는 일방적으로 자기 생각을 검토서로 만들어 줄 것을 지시한다는 표현이 더욱 적합하다. 사실 그의 입맛에 맞추어 보고서를 만드는 일은 정말 어렵다. 나를 통해 그의 생각을 남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간혹 그의 생각과 다른 검토서가 만들어지면 그는 심하게 화를 낸다. 부장이 되었으면 과장과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생각을 합리화하려 한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명확하게 어떤 결론을 .. 2022. 6. 21.
20031209 남들에겐 화려해 보여도 3D 업종이야 2003. 12. 9(화) K 과장이 불쌍하다. 승진을 목전에 두었는데 처장님한테 완전히 찍혀 회복불능 상태에 처해있다. 처장은 그에게 승진추천서를 안 써주겠단다. 그런 그의 생각을 합리화하기 위해 처장님은 나와 L과장 그리고 여러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내 입장이 난처해졌다. 처장님은 Y와 K에게 손을 들어주기가 싫은 것이다. 나나 L과장이 승진대상이었다면 말도 꺼내기 전에 먼저 나서 추천서를 썼을 것이다. 하지만 처장님은 자신이 지금껏 경험한 것들과 주변의 평판으로 볼 때 그들을 도저히 승진할만한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K과장은 내 직속부하이기에 이 사실을 먼저 귀뜸해 주었다. K과장은 마음이 약한 사람이다. 그는 자신의 무능을 스스로 인정하면서 능력이 없는 사람이 추천서를 .. 2022. 6. 20.
20031208 첫눈 내리던 날에... 2003.12. 8 첫눈이 내렸다. 첫눈이 왔다며 집사람이 아이들을 깨운다. 평소에는 들은 체도 안 하던 녀석들도 첫눈이 왔다는 말에 벌떡 일어나 첫눈을 구경한다. 사람들은 그렇게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 ‘삶은 스토리’ 라는 말은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말이다. ‘인간은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그 삶의 의미가 던지는 질문에 끊임없이 응답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꼭 '빅터 프랭클'이 아니어도 누구나 이어가는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다. 오후에는 MK이 한테 전화를 걸었다. 한때 나를 사랑했던 여인이다. 첫눈을 보며 나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흘러간 옛사랑에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다. 그녀는 엄마가 편찮으셔서 병간호 중이란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테니 그때 소주나 한잔하잔다... 2022. 6. 17.
20031206 승진제도 개선 일단락 20031206(토) 아침에 승격추천 기본방침과 절차에 대하여 사장님에게 보고하기로 하였으므로 일찍 출근해 보고 준비를 했다. 처장님은 오전 중에 사장 보고를 마치고 사장님으로부터 부분적인 수정사항을 받아 왔다. 곧바로 관련 보고서를 수정해 주고 규정 개정안까지 마련해 처장님께 전달해드렸다. 성과측정용 다면평가에 대한 보고서를 수정하여 처장님께 보고를 드리려 했지만 무척 바쁜 듯해 뒤로 미루었다. 머리를 깎았다. K과장이 승격 턱도 안 낸다며 메일로 공개 망신을 주는 바람에 하남테니스회를 포기하고 K과장이 총무를 맡고있는 본사 테니스회로 갔다. 아침 아홉시에 모인다고 해서 부지런히 나갔더니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아 하남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그냥 기다리기로 했다. 신완수 과장을 비롯해 나중에 몇몇 사람들이 .. 2022. 6. 9.
20031201~04 승진 철 피 말리는 스트레스 2003. 12. 1(월) ~12. 4(목) 전날 K와 마신 술이 지나쳐 몸도 머리도 컨디션이 엉망인데 사장님이 특별 담화를 하면서 갑작스럽게 승진 인사제도에 관한 자기 평소 생각을 밝혔다. 우리에게 사장의 말 한마디는 추상같다. 사전에 아무런 귀뜸도 없이 갑작스레 담화형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바람에 나만 비상이 걸려버렸다. 그럴 때마다 처장님은 콩 볶아대듯 나를 볶으며 밀어붙여 극심한 스트레스를 준다. 사장은 유자격자 10명당 한 명씩 사업소장이 추천하도록 하는 대신 투명한 인사관리를 위하여 이를 공개하겠다고 한다. 더불어 본사와 사업소를 통합하여 승진심사를 하겠다는 이야기와 깜짝 놀랄만큼 의외의 사람들로 승격심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예상했던 대로 처장님은 이에 대한 대책.. 2022. 6. 8.
20031130 김장하러 갔다가 2003. 11. 30(일) 송탄 C주임이 골프채를 들고 왔다. 자기 골프채를 새로 바꾸었다며 그가 쓰던 혼마 골프채를 가지고 왔는데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어찌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렸다.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데... 얼떨결에 허둥지둥 골프채를 내 차 트렁크에 실었다. 손잡이가 다 파인 것으로보아 그가 무척이나 아끼던 채인 것만은 틀림없다. 사실 나는 왼손잡이여서 왼손잡이용 채를 구하고 싶었으므로 그것을 간절히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것을 내게 줄까 말까 오랫동안 고민을 했던 것 같다. K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저녁에 교육을 받으러 서울 올라오는데 만나서 소주 한 잔 하잔다. Y과장까지 불러 셋이서 한 잔 하기로 하였다. 김장을 담그고 나서 뒷정리까지 해야 했고 점심을 먹고 난 설거지가 늦.. 2022. 6. 8.
20031129 올챙이시절 노장들과 만나는 결혼식 2003. 11. 29 내가 모셨던 K지점장 큰애 결혼식이라고 해서 식장을 찾았다. 과거 쟁쟁하게 잘나가던 노장들이 모두 모였다. 전철에서 내려 식장으로 올라가는 길에 S전무님을 뵈었다. L지점장도 왔고 전임 인사처장 K도 보였다. 대고참 선배님들과 모처럼 인사를 나누었다. 사실 퇴역하신 대 선배들과의 만남의 자리는 많이 불편하다. 그런 종류의 예식장을 찾기 싫은 이유중 하나다. 자유를 구속하기 때문이다. 올챙이 시절의 자신을 기억하기 싫기 때문이다. 식장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곧바로 집으로 돌아와 읽다 만 소설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를 다 읽었다. 소설가가 토해내는 어구들을 보면 그들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투리는 물론 구석구석 처박혀 쓰이지 않는 옛말까지 골라내어 참으로 멋들어진.. 2022. 6. 7.
20031128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2003. 11. 28(금) 어제 올린 보고서에 대하여 처장님으로부터 아무 말씀이 없으시다. 그럴 때마다 사실 불안하다. 그냥 무언가에 몰입하다 보면 그런 불안이 누그러든다. 열심히 월간 인사관리 책자를 읽고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K과장에게 검토를 지시했지만 보고의 기미가 없는 OO직군 폐지방안을 그냥 내가 직접 검토하기로 하고 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엊저녁에 지시한 간단한 자료수집마저도 오늘 하루 온 종일을 질질 끌면서도 결국 내게 보고서를 가져오지 못했다. 정말 답답한 사람이다. 도대체 무얼 하며 회사에 다니는 사람인지 모르겠다. 그런 사람을 고참이라는 이유만으로 승진을 시켜야 하는지 나로서도 의문이다. S는 전날에 어디서 술을 퍼마시고 왔는지 떡이되어 아침 출근과 동시에 의자에 앉아 잠을 자더니.. 2022. 6. 7.
20031127 인사정책 전문가의 애환 2003. 11. 27(목)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내가 핸들링하고 있는 여러 가지 현안사항 일체를 처장님께 말씀드렸다. 처장님은 K과장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으셨다. K는 자기가 승진추천 서열 일번인줄 아는데 천만의 말씀이라는 말씀까지 하셨다. 난 입이 막혀버렸다. 진실을 감출 수도 없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고 괴롭다. 아마도 처장님은 나보다 더 괴로울 것이다. 끝말을 흐리며 솔직한 감정을 표현했다. 내가 고쳐서 쓰기에는 시간이 부족하고 그래서 차라리 내가 직접 보고서를 만들자니 너무 힘들다고 했다. 그는 처장님과 회복 불능의 상태까지 꼬여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나와의 관계가 좋은 것도 아니다. 내게 살살 눈속임도 잘해 신뢰를 잃었음은 물론 가뜩이나 바쁜데 보고서의 내용을 차마 고쳐 쓸 수가 없어 내가 직.. 2022. 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