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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9 정치가에겐 억지 주장이라도 바로잡으려 들지 마라

by 굼벵이(조용욱) 2024. 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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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9()

어제 전무님과 처장님을 모시고 TDR 룸에 내려가 간부 승격제도 개선내용과 초간고시 제도개선 방향에 관하여 보고를 드렸다.

처음 접해본 신임 사장의 TDR 방식에 대하여 전무님이 조금 생소해 하셨지만 곧 익숙해 지셨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개선안 중심으로 설명하며 빠른 속도로 진행했다.

전무님이고 처장님이고 모두 만족해하시는 것 같다.

전무님은 중간에 외부인 미팅이 있어 잠깐 사무실을 다녀오셨지만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보고를 받으셨다.

발표를 위한 준비를 소홀히 해서 조금 버벅대긴 했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를 드렸다.

처장님은 조금 버벅거린 부분에 대하여 지적을 했지만 전무님은 오히려 그러는 게 더 낫다는 말씀을 하신다.

전무님이 역시 수가 한 수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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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P가 또 나를 오라가라 하며 찾아댄다.

단체협약서에서 묘한 구절 하나를 찾아내고는 이를 근거로 회사측을 죽이겠다며 작정하고 나를 부른 것이다.

노조 자체 내에서 국장에서 처장으로 직위를 바꾸더니 요즘은 자기 맘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팀장들 불러다가 조지는 게 그 사람 일인 듯하다.

한 때는 참 순수했던 사람이 노동조합이라는 아사리 정치판에 뛰어들어 급변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 떠올랐다.

누구나 그렇듯이 그도 동물농장 속 돼지 나폴레옹처럼 바뀌어가는 듯해 안타깝다.

오마바가 정치인의 순수성에 대하여 역설했지만 이 또한 어찌보면 말장난일 가능성이 높다.

정치판의 속성 자체가 순수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모든 사람은 하나님 앞에 공평하고 고귀하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자신의 행동을 통해서만 표현되고 다른 사람에게 이해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밖으로 표현된 행동의 내용이 순수성을 잃었다면 그는 순수하지 않은 것이다.

그의 마음 속에 지닌 순수성을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에 내재된 본능은 모두가 예외 없이 똑같다고 본다.

그걸 감추고 이성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우린 그 이성을 그사람의 본질이라고 단정한다.

발정난 암캐 주변에 몰려든 수캐 떼들은 호시탐탐 암캐를 덮칠 기회만 노릴 뿐 다른 생각은 안중에 없다.

사람도 각종 미사여구로 사랑을 이야기하지만 궁극에는 종족번식을 위한 것으로 허망한 결론에 도달한다.

그래서 불쌍한 P는 노조라는 정치판에 뛰어든 순간부터 순수성을 잃고 본인이 나폴레옹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채워져 그것이 고스란히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르다고 나를 노조로 불러들여 고압적인 자세로 내게 한바탕 시비를 붙었다.

나는 지지도 이기지도 않는 전법을 구사하며 그의 속을 긁어놓았다.

그의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지도 않았고 내 생각이 옳다고 주장하지도 않았다.

만일 내 스스로 내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면 그는 분명 단체교섭 회의에서 내게 엄청난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그걸 아는 나로서는 그의 의견이 맞는다고도 내 의견이 맞는다고도 주장하지 않고 고도의 정치력을 구사해 한번 알아보겠다는 표현으로 얼버무렸다.

그런 면에서 보면 나도 정치가가 다 되었다.

정치는 절대 결론을 함부로 내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냥 토론 과정에서 내가 생각하는 바대로 다른 사람들이 스스로 결론을 내리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P의 주장은 대략 이렇다.

단체협약서 제 35 조에 의하면 직무 및 직능등급 관리규정 중 직원과 관련되는 사항의 변경은 조합 대표자와 협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조문이 있는데 회사가 지난번 간부 직군통합을 할 때 노조의 협의를 거치지 아니한 것은 이 조문을 위배한 것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 조문에 나타난 직원은 간부직원까지 포함하는 것이므로 간부직원의 직무관리도 노조의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억지주장인 것이다.

만일 그의 주장이 맞는다면 직무 및 직능등급 관리규정의 내용 모두가 협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석한다면 굳이 직무 및 직능등급 관리규정 중 직원과 관련된 사항이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그냥 '직무 및 직능등급 관리규정을 변경하고자 할 때에는' 따위로 표기되었어야 한다.

말도 안되는 억지주장을 편집적으로 우겨대는 것이다.

그는 회사에서 돈을 대어 보내준 노동대학원을 다니면서 학습한 내용을 논거삼아 회사측에 공격을 가하고 있다.

궁예가 광란하다 죽음을 맞았던 이유도 자기과신 이었다.

그가 광신하는 이런 내용도 사실은 편집증에 기인한다.

이를 이유로 또 한 차례 전쟁이 예상된다.

편집증 환자는 자신의 생각을 꺾으려는 사람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집요한 공격을 가하는 경향성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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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장님께 지적재산권 등록에 관한 사항도 보고했고 직무분석 추진일정에 관해서도 보고했다.

저녁으로 순대국집에서 순대국 한 그릇에 소주를 글라스로 한 잔씩 따라 반주로 마시고는 회사로 다시 들어와 차장들과 야근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