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8.31(목)
임금교섭회의가 있었다.
노사간 교섭회의가 있을 때마다 정말 힘들다.
특히 P국장은 견디기 어려울만큼 힘든 사람이다.
EAP(Employee Assistance Program)를 도입하는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P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도입할 수도 있지만 조합원들이 현 집행부를 보다 적극적으로 지지하게 하기 위해 노조가 EAP도입을 주장하고 회사가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하려 했다.
노조가 직원들에게 생색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이다.
직원 고충상담프로그램을 도입하려 한다고 했더니 내게 대뜸 내 뱉는 말이 고충처리위원회가 있는데 왜 회사가 일방적으로 그런 것을 또 도입하려 하느냐며 성깔을 부렸다.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지도 않고 우선 성질부터 내는 다혈질이다.
그리고 상대방의 말이나 의도를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잘못 판단한 제 생각에 함몰되어 이후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폭발한다.
이런 P국장과 같은 분노조절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직원 정신건강을 위해 정신적 고충 상담 및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외부 전문 상담업체의 도움을 받는 프로그램을 아무리 설명해도 이를 잘못 인식하여 피해망상증을 일으킨다.
내가 뭐주고 뺨맞을 일이 뭐 있겠는가!
그 사람과 그사람들의 조직을 위해 좋은 아이디어를 하나 주고 도입 시행까지 해주려하는데 그걸 내 차고 돼지처럼 제 욕심만 부린다.
그러는 그가 일면 불쌍하다.
임금교섭은 dead end에 걸려 더 이상 진전이 없자 다음으로 미루자며 조용히 끝났다.
인사처장이 임금교섭 회의에 두 번이나 지각하게 되자 노조가 이를 씹기 시작했고 따라서 마지막에는 결국 사과성명을 발표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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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평가제도는 더 이상 J전무의 영향력 안에 둘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사장 결재 안에 대하여 사흘간 간단한 부분적 수정만 하고 오늘 KYS과장에게 공청회 준비를 하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J전무 생각 대신 나의 생각을 회사에 펼쳐나갈 것이다.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경영이론을 그대로 실천해 보임으로써 경영의 새로운 장을 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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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31% 인간형에 관한 글을 읽다가 어머니와 집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든 판단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고 그것이 운명적인 것이며 결과적으로 본인을 위한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집을 사든 팔든, 팔았던 집이 오르든 내리든 그 결정은 되돌아볼 이유가 없으며 팔았으면 판대로 샀으면 산대로 이유와 의미가 있다며 그러한 결정들은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산다면 결과적으로 본인의 발전에 귀결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마주한 사람, 현재 생각하는 것, 현재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사랑하고 즐겨야 겠다.
현재를 죽이면서 힘겹게 달성한 목표가 지금보다 더 좋은 만족을 가져오리라는 기대는 접어야 겠다.
차라리 현재를 즐기면서 목표나 지도보다는 나침판을 들고 커다란 방향만 설정한 채 몸으로 부딪히며 기쁨과 즐거움, 고통 따위를 즐기면 된다.
그래서 집사람을 불러 현실이 어렵더라도 그걸 즐기자는 의미에서 웰컴 레스토랑에 들러 둘이 생맥주를 마시며 비록 아이들 문제가 우리를 괴롭힐 지라도 현재를 즐기며 즐겁게 살자고 다짐했다.
아내에게 건강하게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농담 삼아 말 했지만 깊은 감명을 받았던 것이 사실임을 나는 그녀의 눈을 통해 읽을 수 있었다.
그 말엔 형수가 간암에 걸렸다는 소식을 접한 나의 아픔도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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