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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1226 나무꾼과 금도끼

by 굼벵이(조용욱) 2024.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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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과 금도끼 은도끼(65센티 짜리 노란색 멍짜이야기)(061226 여견)

 

옛날에 정직한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갔다가 연못에 도끼를 빠뜨렸다.

나무꾼이 황당해 하고 있을 때 산신령이 노란 금도끼를 들고 나타나 “이 도끼가 너의 것이냐?”하고 물었다는 나무꾼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산신령은 정직한 나무꾼에게 자기 도끼를 찾아준 것은 물론 금도끼와 은도끼까지 덤으로 주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정직이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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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11월 11일로 기억된다)에 청류 선배님과 함께 견지를 하던 날 내가 애지중지 아끼던 견짓대를 잃어버렸다.

청류 선배님은 아래에서 줄을 흘리고 나는 홀로 윗여울에서 줄을 흘리던 중 잠깐 한눈을 팔다가 스르르 미끄러져나가는 견지대를 잡지 못해 강물에 수장시키고 만 것이다.

그 견지대는 몇 달 전에 광케이블 대를 성북낚시 신현성님에게 가져가 특별히 부탁하여 제작한 하얀색 1.5호 대로 그동안 대물에 늘 줄이 끊어지는 사태가 벌어지자 사이버준님이 준 2호 줄을 100미터 가까이 튼튼하게 감아놓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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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견지대에 대한 생각을 잊고 지내다가 지난 주 일요일 제드와 함께 여우섬 여울에서 줄을 흘리다가 잃어버린 견지대에 대한 생각을 되살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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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새벽부터 추위에 떨며 시작한 견지에서 젖가슴을 들이댄 눈 먼 57짜리 멍짜 한 수를 낚으며 적어도 70은 족히 넘을 것이라며 마음 졸이던 순간을 제외하고는 저녁 늦은 시간까지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어제 저녁 喪家에 들렀다가 이른 새벽에 들어와 1시간30분 정도 눈을 붙인 후 새벽 견지여행을 떠나온 터여서 피곤이 극에 달해 있어 이를 무릅쓰고 서울로 올라가다가는 사고가 나기 십상이라고 생각하던 터에 목계에서 하루밤을 자자는 제드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제드와 함께 수석식당에서 이슬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목계나루텔에서 잠을 청했다.

피곤이 겹친 데에다 소주와 맥주 몇 잔이 들어가니 몸이 늘어져 업어가도 모를만큼 정말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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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수석식당은 아침 7시 반밖에 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쪽 테이블에는 아침부터 반주로 독한 들쭉술을 따라 마시는 패거리가 있었는데 말하는 폼새나 밖에 세워둔 차에 사냥개 여러 마리가 웅성대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사냥꾼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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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속고 사랑에 속아 시골 읍내에서 허전한 가슴만 어루만지던 식당 아주머니가 주말에 모처럼 맘에 맞는 얘기꾼을 만났는지 어제 저녁 늦게까지 술타령, 신세타령에 젖는 바람에 아침 식사가 조금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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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여우섬엔 오리떼가 견지꾼이 흘리고 간 덕이며 묵이며를 청소하고 있다가 우리가 나타나자 자리를 내주고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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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기대에 부풀어 줄을 흘려보았다.

하지만 정말 짜증이 날 정도로 바닥 걸림이 많았다.

계속 추를 바꾸어가며 다시 시도해 보지만 바닥 걸림이 지나쳐 화난 김에 강제집행에 들어갔다.

덕분에 쓸만한 추 두개를 날렸다.

이어지는 걸림과 강제집행이 반복되던 중 나는 누치 이상의 엄청난 소득을 얻었다.

먼저 썰망이 걸려들었고 이어서 웬 낚시 바늘이 걸려들었는데 화가 나서 그냥 낚시 줄을 끊어버렸다.

그러던 중 썰망을 갈기 위해 썰망 줄을 잡아당기자 썰망 줄에 노란색 견지대가 엉켜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신현성님 작품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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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지난번에 잃은 신현성 작 상아색 광케이블대가 스쳐지나갔다.

아마도 용왕님이 지난번 빠뜨린 하얀색 대신에 노란 색을 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신령 대신 용왕님이 나타나 “이것이 네 것이냐?” 고 나의 정직을 테스트하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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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드가 여러 수 하는 사이 나는 바닥걸이만 하다가 면피용으로 한 마리 걸고 낚시를 거두었다.

65센티 짜리 대어를 낚았으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서울로 올라와 저녁식사를 마친 후 컴을 켜고 견지 관련 동호회를 뒤적여 보아도 낚시대를 잃었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새로이 내 스타일에 맞게 줄을 감아 목줄 고무를 끼우고 바늘을 달아 다음 출조를 기다리며 낚시 가방에 예쁘게 모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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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여울과 견지' 카페에 들어가 보니 내가 낚은 대어를 잃어버렸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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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경우 견지대 임자는 누구일까요?

내가 잃어버린 상아색 견지대 대신 용왕님이 보낸 노란 견지대가 전 소유주에게 돌아가야 하나요 아니면 힘들게 물속에서 거두어 낸 사람에게 돌아가야 하나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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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전 소유주에게 주라구요?

온 종일 떨어가며 낚은 거라고는 고작 누치 한 마리와 견지대인데 나도 남는 게 있어야죠.

용왕님의 배려를 무시해서도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해준님! 회원님들의 현명한 판단에 따르는데 이견 없으시지요?

나중에 소주나 한 잔 하자구요?

알겠습니다. 

 

신재욱

저도 압니다..ㅎㅎ누구 것인지.....ㅎㅎㅎ06.12.26 19:52

답글

굼벵이(조용욱)

누가 봐도 누가 주인인지 아시겠죠? 제가 주인이죠? 그쵸?06.12.26 23:43

청류

저도 크리스마스에 손 맛좀 보려고 여우섬에서 아침 9시부터 오후 2시까지 열심히 흔들어 봤지만 허사였습니다. 저는 금년에 팔봉여울에서 아끼던 견지대 3대를 수장시키고 오랜동안 가슴이 아팠습니다. 은도끼는 내가 건져주지요06.12.26 22:39

답글

굼벵이(조용욱)

고맙습니다. 잃어버린 상아색 견지대가 눈에 밟히는군요. 누구나 그런 아픔뒤에 성숙이 오는 모양이지요? 선배님이 건져주실 은도끼를 기대하겠습니다. 06.12.27 00:04

덕이(이재일)

주인을 알아보는 견짓대는 수장을 시켜도 누군가의 손에 의해 다시 돌아오더군요. 어떤때는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해준님에게 돌려주시되 턱을 단단히 받으셔야 될듯 합니다.^^06.12.26 23:01

답글

굼벵이(조용욱)

그거 찾아주면 아마도 용왕님의 두가지 반응이 기다릴겁니다. 여우섬 용왕님은 나에게 주었는데 용왕님 뜻을 무시하고 원주인에게 돌려보냈다고 노해서 다음부터 누치를 보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드네요. 아님 정직한 나무꾼으로 생각해서 더 많은 누치를 보낼 수도 있고 .... 아무래도 후자가 교과서적 해석이겠지요?06.12.26 23:50

추남(秋男)

누치대신 견짓대 낚는 방법좀 가르쳐 주세요 // 여태 누치는 잡아 보얐지먄 견지대 낚는 방법은 생소해서...... // 미끼는 어느 것으로 바늘은 몆호 등등이 쪼까 궁금하네요 // ㅋㅋㅋ06.12.26 23:28

답글

굼벵이(조용욱)

바늘은 세이고 7호고요 한 땀 한 땀 바닥을 긁어내려가는게 제 주특기걸랑요. 참, 그날 밤 9시 까지 야간견지 하신다더니 어찌되셨나요? 06.12.26 23:52

jonadan

굼벵이선배님 재주가 좋으십니다. 견지대 썰망 누치 못잡으시는게 없네요. 저는 누치 한마리잡기도 힘든데 ㅎㅎㅎㅎ 조만간에 어느분인가 선배님 견지대도 건져주실것 같습니다. ㄹㄹㄹ06.12.27 01:08

답글

굼벵이(조용욱)

제것은 누가 건지지 않았다면 한달여를 물 속에서 지냈으므로 설장이 모두 망가졌을겁니다. 그래도 한번 기대해 볼까요?06.12.27 08:56

굼벵이(조용욱)

소유지 이탈 '횡령'이 아니고 '무주물 선점' 원칙에 따라 선점자에게 소유권이 돌아가야 한다는 설이 맞는것 아닌가요?06.12.27 08:55

tiger

연못 신령이 된 기분이겠네요...허허허...06.12.27 09:13

답글

굼벵이(조용욱)

낚시꾼이 걸라는 고기는 못걸고 고작 견지대나 걸어서.........암튼 용왕님의 뜻을 정확히 읽을 수가 없네요.06.12.27 10:29

하늘구름(김영...

흘려보낸 견짓대가 물살에 잘도 버티고 있었나봅니다. 올해 여울과견지의 조황으로 궤미, 살림망, 썰망에 이어 굼벵이선배님이 마무리로 견지대를 거셨군요 ~~ ㅎㅎ06.12.27 09:17

굼벵이(조용욱)

올해를 이상하게 마무리하는군요. 06.12.27 10:31

누리미(최수현)

선배님..좋은일 하셔서 복많이 받으실 겁니다. 해준님 이은혜를 어캐 갚을꼬..ㅋㅋ06.12.27 09:23

답글

굼벵이(조용욱)

어복으로 충만되길 기원해 봐야겠죠?06.12.27 10:31

제드(최영두)

해준님의 첫 시상품으로 받은 견지대이니 그 애착감도 느껴지고.. 무주물 선점의 원칙도 맞는 것 같고.. 움.. 어떡하죠? 06.12.27 12:06

굼벵이(조용욱)

역시 명조사는 다르더구먼. 그날 신세를 너무 진것 같아...... 담날 단양에서 한바탕 소란을 피웠다고?06.12.27 14:45

견지사랑(이기...

저도 처음으로 공구해서 아주 어럽사리 구입한 신동천님의 육합죽대(분죽)를 그곳의 용왕님께서 탐내하셔서 어쩔수없이 드리고온지가 어언2주가 다되었는데 내것은 왜 안 될려 주시는 것인지? 그간 용왕님의 백성을 많이 괴롭혀 벌로 안 주시나? 굼뱅이님의 능력으로 제것도 좀 찾아주세요06.12.27 14:37

답글

굼벵이(조용욱)

흘리셨던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시면 특유의 바닥긁기로 함 시도해 보지요. 헌데 대나무는 떠내려갔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06.12.27 14:47

견지사랑(이기...

여우섬 가운데쪽 입니다. 해준님이 서계셨던..... 굼벵이님 말씀대로 대나무라서 둥둥떠 정처없이 흘러갔겠죠? 너무 아쉬워서요.06.12.27 15:22

해준/조성근

수장시키는 순간 기억에서 지워버린 견짓대가 다시 나타나서 우선...굼뱅이 선배님께 고생하셨다는 말씀 올립니다. 잃어버린 사람이 할말은 전혀 없지만, 그래도 선배님께서 너그럽게 이해하시고 돌려주시면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인사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시절이 옛날이어서 까페도 없고 전화도 없는 때라면 선배님께서 건져올리신다음 잘 쓰셨다면 아마 해준은 매우 기뻐했을 것입니다.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06.12.27 16:04

답글

굼벵이(조용욱)

일단 여견 회원님들의 심판을 받아보는 재미라도 봐야할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본관이 어디신가 모르겠습니다. 저는 한양 조씨 28세 손입니다. 그리고 언제 같이 여울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06.12.27 17:28

해준/조성근

선배님 저는 풍양 조가입니다. 선배님 말씀처럼 상황이 허락하면 여울에서 뵙고 인사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06.12.27 17:31

조이풀(박성락)

해준님이 기억에서 지워버렸다는건 거짓말이래~요.. ㅋㅋ 계속 그 얘기만 했답니다. 꿈에서 안 나왔나몰러 :b 어쨌든 다시 찾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한턱 단단히 내야겠군.. 그 자리에 저도 끼워주세요.. 홍홍홍

06.12.28 10:07

답글

굼벵이(조용욱)

교대앞 거북곱창에서 번개한번 떄릴까요? 뜻 있는 분 모아서 견지얘기 한번 하실라우? 조이풀님도 보고싶고....지난번에 만났을 때 내가 실수를 한것 같기도 하고...어때요? 번개함 시도함이?

06.12.28 13:21

유창이(손형락)

햐... 역시 대단하신 실력이십니다. 저도 누치 보다는 견지대를 낚을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더 빠르지 않을까.... 고민 중입니다. 가만....... 올해 견지대를 가장 많이 잃어 버린 장소가 어디드라? 검색을 해 봐서 내년에 우선 섭렵을 해야겠습니다. ㅎㅎㅎ

06.12.28 12:34

답글

유창이(손형락)

두 조씨 조사님들께서 아마도 천생에 인연이 있었을 듯 합니다. 무슨 인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자리를 빌어 서로 상견을 하시지요.

06.12.28 12:36

굼벵이(조용욱)

여우섬이 러시를 이루었던 것 같습니다. 물살도 세고 여차하는 순간 잃어버리기 아주 쉽습니다. 잘못하다가는 물살에 몸이 떠내려갈 정도니까요.

06.12.28 13:24

양반(권영대)

옛날 옛적에...이야기 처럼 구수합니다. 인상과 닉과 이야기 풀어 나가는 솜씨가 삼위일체가 되어 좌중을 녹여줍니다. 까페에 종종들러서 추운 겨울에 따뜻한 난로를 피워주세요^^

06.12.28 15:11

답글

굼벵이(조용욱)

졸고를 그렇게 높게 평가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라는 표현의 다른 말로 알겠습니다.

06.12.28 17:45

레녹/김성환

음... 그런 슬픈(?) 사연이 있었네요.. 유창이선배님 말씀 마따나 두 분의 인연인것 같습니다..^^ 인연~~~

06.12.28 15:55

답글

굼벵이(조용욱)

레녹님을 만난것도 내게는 얼마나 소중한 인연인지 몰라요. 레녹님이 쓰시다가 준 여견 미끼통으로 지금까지 엄청난 멍짜를 잡아올렸다는것 아닙니까? 고맙습니다.

06.12.28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