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1223-25 여우섬 견지낚시 여행

by 굼벵이(조용욱) 2024. 1. 19.
728x90

2006.12.23~25

O부처장이 이번에 처장으로 승진하셨다.

올 해는 아마도 그분의 해인 것 같다.

딸 하나가 한전에 취직도 하고 다른 딸은 수시로 어렵지 않게  대학에 합격하기도 했으며 본인 승진까지 했으니 말이다.

지난주에는 목계 여우섬 가서 멍짜를 12마리나 타작하고 오시더니 그게 영 눈에 아른거리던지 이번 주말에 다시 한번 더 가자신다.

그래서 지난 수요일엔 한 깡에 3000원 하는 깻묵 다섯 깡과 한 깡에 2만원 하는 덕이 한 깡을 칠칠낚시에 인터넷으로 주문하여 금요일에 물건을 배달 받았다.

그런데 금요일 저녁에 총무팀 망년회에서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망년회 자리에서 O부처장님이 술을 너무 많이 드신 모양이다.

NYW모친상에 나타나셨는데 술이 좀 되신 것 같았다.

나도 거기서 함께 어울려 함께 술을 마시다가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들어왔다.

각자 집으로 출발하기 전에는 O부처장이 합죽대에 낚시줄 감아서 내일 당신 집으로 픽업하러 오라고 했다.

나는 집에 들어와 새벽 3시까지 사이버준이 선물한 합죽대에 낚싯줄을 감았고 다음 날 새벽 4시 반에 일어났으니 결국 한 시간 반 정도 잠을 잔 셈 이다.

출발에 앞서 먼저 전화를 하고 목적지를 향해 가던 중 삼성동 쯤 지날 무렵 O부처장이 내게 전화를 해서는 지금 도저히 못 일어날 것 같으니 그냥 나 혼자 먼저 가란다.

당신은 나중에 혼자 오시겠단다.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여주 휴게소에 들러 김치우동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목계교 여우섬에 도착하니 추남이 먼저 와서는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그와 함께 여울에 들었다.

물이 튀면서 수장대에 달라붙는데 그럴 때마다 얼음이 얼어붙었고 설장에도 물이 얼어붙어 줄이 잘 풀리지 않았다.

추남은 연신 물고기를 거두어내고 있는데 나는 영 꽝을 쳤다.

무슨 이유인지 나도 모르겠다.

나중에 들은 제드 말에 의하면 강심 쪽으로는 큰 소가 하나 더 있고 거기에서 물고기가 문다는 것이다.

결국 점심식사 전까지 57 센치 짜리 누치 한 마리를 교통사고로 가슴에 걸은 것 외에는 하루 온종일 잡지 못했다.

오후에 누치가리와 제드가 나타났다.

모두 함께 물에 들어 줄을 흘렸지만 누치가 영 물 생각을 안 한다.

그냥 서울로 올라가다가는 피곤에 지쳐 대형 교통사고라도 당할 것 같아 목계나루텔에 방을 잡고 제드랑 함께 거기서 지내기로 했다.

둘이 수석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를 마셨다.

수석식당 주인아주머니는 사랑에 굶주린 영혼이다.

눈에 한가득 사랑을 품고 남정네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마음이 순수해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의 상처, 삶의 상처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

둘이 소주 3병을 비웠는데 제드는 어느새 수퍼에 들러 맥주 3병을 사들고 들어왔다.

모텔에 들어와 맥주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술이 머리 끝까지 오른 순간 정말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6시 반 경에 잠에서 깨었다.

수석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여우섬을 향해 차를 몰았다.

여우섬엔 다행히 아직 아무도 없다.

둘이 똑같이 줄을 흘리는데 나만 계속 바닥에 걸렸다.

나는 지나친 바닥 걸림으로 짜증이 나 강제집행에 들어갔고 강제집행 과정에서 추까지 매달려 있는 썰망과 신형성 씨가 만든 노란색 견지대 하나를 건져내었다.

나중에 인터넷 여울과 견지 카페에서 확인한 결과 해준 조성근이 잃은 낚시라는 것을 확인했다.

일요일에도 제드는 놀면서 4마리나 잡았는데 나는 1마리밖에 잡지 못했다.

더 이상 늦으면 서울 올라오는데 애로가 있을 것 같아 5시경에 곧바로 서울로 출발해 8시 경에 집에 도착했다.

 

25일인 월요일에는 잠실테니스장에 나가 3게임을 하고 소맥 폭탄주를 여러 잔 한 다음 결국 집사람을 불러내어 대리운전을 시켜 돌아왔다.

KHT처장이 우리 아파트 근처 삼익아파트에 살고 있어 그도 함께 모시고 왔다.

PJH전무님은 내가 낚시하는 것에 대하여 불만이 많다.

낚시를 핑계로 당신이랑 테니스를 하는데 소홀했던 것이 주 원인이지만 낚시하는 사람들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주장으로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낚시꾼들은 똥 싸고 오줌 싸면서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하지만 음식을 해 먹는다고 주변에 온갖 지저분한 쓰레기로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술이 취해 곧바로 잠에 떨어졌고 저녁에는 아이들 뜻을 따라 아웃백에 가서 호주산 립아이와 서로인 콤보 세트를 먹었다. 아이들이고 집사람이고 모두 좋아하는 것 같다.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다.

가족은 이런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