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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무꾼과 금도끼 은도끼(65센티 짜리 노란색 멍짜 이야기)

by 굼벵이(조용욱) 2006.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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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과 금도끼 은도끼(65센티 짜리 노란색 멍짜이야기)


옛날에 정직한 나무꾼이 나무를 하러 갔다가 연못에 도끼를 잃어버렸다. 나무꾼이 황당해 하고 있을 때 산신령이 노란 금도끼를 들고 나타나 “이 도끼가 너의 것이냐?”하고 물었다는 나무꾼 이야기를 기억할 것이다. 산신령은 정직한 나무꾼에게 자기 도끼를 찾아준 것은 물론 금도끼와 은도끼까지 덤으로 주었다는 이야기를 통해 정직이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교훈을 남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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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11월 11일로 기억된다)에 청류 선배님과 함께 견지를 하던 날 내가 애지중지 아끼던 견짓대를 잃어버렸다. 청류 선배님은 아래에서 줄을 흘리고 나는 홀로 윗여울에서 줄을 흘리던 중 잠깐 한눈을 팔다가 스르르 미끄러져나가는 견지대를 잡지 못해 강물에 수장시키고 만 것이다.

그 견지대는 몇 달 전에 광케이블 대를 성북낚시 신현성님에게 가져가 특별히 부탁하여 제작한 하얀색 1.5호 대로 그동안 대물에 늘 줄이 끊어지는 사태가 벌어지자 사이버준님이 준 2호 줄을 100미터 가까이 튼튼하게 감아놓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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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견지대에 대한 생각을 잊고 지내다가 지난 주 일요일 제드와 함께 여우섬 여울에서 줄을 흘리다가 잃어버린 견지대에 대한 생각을 되살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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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새벽부터 추위에 떨며 시작한 견지에서 젖가슴을 들이댄 눈 먼 57짜리 멍짜 한 수를 낚으며 적어도 70은 족히 넘을 것이라며 마음 졸이던 순간을 제외하고는 저녁 늦은 시간까지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어제 저녁 喪家에 들렀다가 이른 새벽에 들어와 1시간30분 정도 눈을 붙인 후 새벽 견지여행을 떠나온 터여서 피곤이 극에 달해 있어 이를 무릅쓰고 서울로 올라가다가는 사고가 나기 십상이라고 생각하던 터에 목계에서 하루밤을 자자는 제드의 제안에 흔쾌히 동의했다.

제드와 함께 수석식당에서 이슬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목계나루텔이서 잠을 청했다. 피곤이 겹친데다 소주와 맥주 몇 잔이 들어가니 몸이 늘어져 정말 편안한 잠을 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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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수석식당은 아침 7시 반밖에 되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쪽 테이블에는 아침부터 반주로 독한 들쭉술을 따라 마시는 패거리가 있었는데 말하는 폼새나 밖에 세워둔 차에 사냥개 여러 마리가 꼬리를 흔들고 있는 모습으로 보아 사냥꾼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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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속고 사랑에 속아 시골 읍내에서 허전한 가슴만 어루만지던 식당 아주머니가 주말에 모처럼 맘에 맞는 얘기꾼을 만났는지 어제 저녁 늦게까지 술타령, 신세타령에 젖는 바람에 아침 식사가 조금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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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여우섬엔 오리떼가 견지꾼이 흘리고 간 덕이며 묵이며를 청소하고 있다가 우리가 나타나자 자리를 내주고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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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기대에 부풀어 줄을 흘려보았다. 하지만 정말 짜증이 날 정도로 바닥 걸림이 많았다. 계속 추를 바꾸어가며 다시 시도해 보지만 바닥 걸림이 지나쳐 화난 김에 강제집행에 들어갔다. 덕분에 쓸만한 추 두개를 날렸다.

이어지는 걸림과 강제집행이 반복되던 중 나는 누치 이상의 엄청난 소득을 얻게 된다. 먼저 썰망이 걸려들었고 이어서 웬 낚시 바늘이 걸려들었는데 화가 나서 그냥 낚시 줄을 끊어버렸다. 그러던 중 썰망을 갈기 위해 썰망 줄을 잡아당기자 썰망 줄에 노란색 견지대가 엉켜있는 게 아닌가! 그것도 신현성님 작품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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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지난번에 잃은 신현성 작 상아색 광케이블대가 스쳐지나갔다. 아마도 용왕님이 하얀색 대신에 노란 색을 보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산신령이 아니라 용왕님이 나타나 “이것이 네 것이냐?” 고 나의 정직을 묻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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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드가 여러 수 하는 사이 나는 바닥걸이만 하다가 면피용으로 한 마리 걸고 낚시를 거두었다.

65센티 짜리 대어를 낚았으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편안하게 서울로 올라와 저녁식사를 마친 후 컴을 켜고 견지 관련 동호회를 뒤적여 보아도 낚시대를 잃었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새로이 내 스타일에 맞게 줄을 감아 목줄 고무를 끼우고 바늘을 달아 다음 출조를 기다리며 낚시 가방에 예쁘게 모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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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 여견에 들어가 보니 내가 낚은 대어를 잃어버렸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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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이 경우 견지대 임자는 누구일까요?

내가 잃어버린 상아색 견지대 대신 용왕님이 보낸 노란 견지대가 전 소유주에게 돌아가야 하나요 아니면 힘들게 물속에서 거두어 낸 사람에게 돌아가야 하나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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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전 소유주에게 주라구요?

온 종일 떨어가며 낚은 거라고는 고작 누치 한 마리와 견지대인데 나도 남는 게 있어야죠. 용왕님의 배려를 무시해서도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해준님! 회원님들의 현명한 판단에 따르는데 이견 없으시지요?

나중에 소주나 한 잔 하자구요?

알겠습니다. 

출처 : 여울과 견지
글쓴이 : 굼벵이(조용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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