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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모임,취미생활/조행기

[스크랩] 피라미가 그립다!(2007.2.10 굼벵이 일기)

by 굼벵이(조용욱) 2007.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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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는 우리 팀 식구들과 권서방네 순대국 집에서 특대 수육 한 사라를 시켜 각 1병씩 소주를 마셨다. 말이 각 1병이지 이사람 저사람 술잔을 받다보면 항상 내가 더 마신다.

술에 고기에 잔뜩 먹었으니 많이 먹기는 그렇고 순대국을 반 탕으로 나누어 식사를 대신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 가볍다. 왜 가벼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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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늘도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아침을 맞는다. 그리 보면 나도 참 신경이 민감한 모양이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을 깬 마누리가 짐을 챙겨 준다. 특별한 일만 없었으면 함께 따라 나섰을 마누라다. 본인이 낚시가 좋아서라기보다는 피곤에 지친 몸으로 운전하다 낭군이 봉변이라도 당할까봐 대리운전을 하기 위한 배려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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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꼭 여주휴게소에 들러 우동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한다. 왜냐하면 그 시간이 꼭 평상시 내가 아침을 먹는 시간과 같아서 밖의 사정을 볼 수 없는 內臟은 그 시간에 아침이 들어올 것을 예상하여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데 “꽝”치게 되면 내장이 괴로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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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집사람과 함께 여주 휴게소에 들러 우동을 먹는데 집사람이 고춧가루를 찾기에 내가 얼른 일어나 고춧가루를 듬뿍 퍼다 준 적이 있다.

그런데 엊그제 집사람은 베개머리 송사에서 그 때 일을 상상하며 감동으로 눈물을 찔끔 찔끔 흘렸다.

예전 같으면 자기 말을 들은 체 만 체 했을 텐데 사람이 변했는지 자기를 위해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에 감동을 먹었다며 눈물까지 흘리며 그 때의 감동을 이야기 했다. 그 하찮은 고춧가루가 그녀를 눈물나게 한 것이다.

감동은 늘 그렇게 커다란 것 보다는 아주 작은 것에서 보다 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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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휴게소에서 여우섬 까지는 30분이면 족하다. 새벽 여덟시 밖에 안 되었는데 먼발치서 바라본 여우섬에 벌써 밴이 한대 서 있다. 직감적으로 영재스쿨 추남님의 밴일 것이란 짐작이다. 유난히 반가이 맞는 추남님의 얼굴이 어째 분주하다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영재스쿨 밴이 모래밭에 빠졌다는 것이다. 추남님은 그걸 예상 해 아예 구조용 끈을 들고 다닌다. 추남님은 어찌나 놀랐는지 내 애마의 도움으로 차를 빼서는 아예 진입로 입구에다 가져다 놓았다.

차가 빠져서 그 지경인데도 추남님은 벌써 여울에 수장대를 꼽아놓고 있다. 어지간히 누치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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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내내 따뜻한 기온이어서 수온이 올라 누치가 제대로 활동할 것 같은 예감에 300리 길을 달려 시침질을 해 보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유명한 멍조사 청류선배님조차 꽝을 쳤다면 물고기의 활동이 없는 것이 확실하다.

거기다가 여러 사람이 여유도 없이 옴닥옴닥 붙어 서서 줄을 흘리다 보니 물고기는 경계를 풀지 않고 내 썰망은 여기 저기 걸려 두 번이나 뒤집히는 사태가 벌어졌고 걸어놓은 멍텅구리 낚시 두 대도 심각하게 엉켜 있어 줄을 완전히 다시 매야 했다.

몸도 피곤하고 이런 날은 시침 보다는 멍텅구리가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란 생각에 물에 들어가 시침질할 생각은 애저녁에 접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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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을 끓이고 고구마를 구워 가져간 산삼주, 더덕주를 먹고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에 막동이님이 도착해 함께 합류했다. 막동이님이 양평해장국을 가져오는 바람에 내 차에 상비된 비상용 이슬이를 꺼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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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이 무서운 건 내장이 낮술에 익숙하지 않아서다.

금방 취기가 돌아 자꾸만 눈이 스르르 감겨와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권선배의 이야기를 뒤로하고 차 안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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꽝을 치고 나오는 길에 나는 일기에 써도 좋을 착한 일을 했다.

청류님과 막동이님이 무슨 깡으로 차를 모래밭까지 끌고 왔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두 대가 모두 모래밭에서 꼼짝을 안했다. 나의 든든한 애마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튼튼한 네 다리로 구원의 손길을 펴 주었다. 너무나 자랑스러워 차 문을 쓰다듬으며 “난 네가 정말 자랑스럽다!”라고 속삭여주었다. ‘세상 만물은 생명이 있다. 그리고 그 생명은 존경을 넘어 외경스럽기 까지 하다.’며 신입사원들에게 강의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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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가 그립다. 대물을 노리는 이런 게임도 재미있지만 피라미의 앙탈도 정말 재미있다. 이제는 슬슬 피라미가 더 예뻐 보이기 시작한다. 인생 사이클이 돌고 돌 듯 좋아하는 어종 취향도 돌고 도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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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다. 처음 견지를 배울 때 구름과 계곡 선배님은 한 시간 여 만에 끄리 십여 수를 달아매고는 맛있는 매운탕을 끓여 먹고 마시며 풍류를 즐겼었다.

나도 앞으로는 피라미 십여 수 건져 맛있는 매운탕을 끓여 먹고 마시고는 화사한 봄볕에 한바탕 늘어져 한편의 상춘곡을 쓰고 싶다.

멍짜는 여울에서 건지는 것이 아니고 마음에서 건지는 것이란 진리를 회원들과 두루 공유하고 싶다.

출처 : 여울과 견지
글쓴이 : 굼벵이(조용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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