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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모임,취미생활/조행기

또 여우섬....

by 굼벵이(조용욱) 2009. 9.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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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 후 현암선배님과 둘이서 소주를 네 병이나 마셨다. 그동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마도 '생각의 지도'를 이용해 동서양의 문화 차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 현암은 내 말을 인정해 주고 잘 들어주는 편이다. 그는 조직생활을 오래 하셨고 그래서 상대방의 나르시시즘을 잘 이해하는 것 같다.

우리는 다음날의 조행을 새벽 4시에 출발하기로 하였으므로 일찍 들어가자고 해 더 이상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

집사람은 다음 날 낚시 가서 먹을 음식을 준비해 놓았다. 김치찌개용 돼지고기와 떡 쪽, 어묵 그리고 각종 양념거리를 준비해 주었다. 고마운 아내다.

다음날 새벽 3시 40분쯤 잠에서 깨었다. 전날의 과음으로 곤한 잠에 떨어졌고 덕분에 너 댓 시간은 족히 잔 것 같다. 주섬주섬 채비를 챙겨 차에 싣고 현암 댁에 도착한 시간이 네 시 10분 쯤 된 것 같다. 광미 낚시에 들러 덕이와 묵이를 준비하고 여우섬으로 달린다. 여우섬에 도착한 시간이 새벽 여섯시 조금 넘은 시간이다. 우선 수장대부터 박아야 한다고 현암 선배가 수장대로 강물에 우리들만의 영역을 표시했다. 마치 늑대가 오줌을 싸며 자신의 영역을 표시하듯 우리 견지인은 그렇게 야생의 룰을 받아들였다.

아침나절부터 물고기가 심심치 않게 나와 주었다. 녀석들 예전과 달리 바로 썰망 앞에 나타나 식탐을 한다. 현암은 인간 수장대가 되어 낚시대를 가슴에 꽂은 채 놈들이 물어주기를 기다린다. 守株待兎가 아니고 水中待魚다. 거기엔 정말 잘 물렸다. 그만큼 녀석들이 예민하다는 이야기다. 나는 챔 질을 늦추었지만 녀석들은 식탐을 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입질을 한다. 우리가 잡은 물고기의 대부분은 입 안에 바늘이 꽂힌 것이 아니고 입 위의 콧잔등에 바늘이 꽂힌 것으로 보아 입질이 까다롭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침 9시 넘어서니 영 입질이 없다. 아무래도 녀석들이 시간에 따라 움직임이 다른 모양이다.

점심을 먹고 잠시 잠을 자려는데 물에 들어가 있던 현암선배님이 물고기가 나타났다는 신호를 보내왔다. 결국 눈을 붙이지 못했다. 다시 들어가 물고기를 유인하니 녀석들이 저녁 다섯 시가 넘도록 쉼 없이 물어준다. 그중에 절반 이상은 올라오다가 떨어졌다. 어떤 놈은 수초를 감아 떨리고 다른 녀석은 설장을 타다가 떨어지기도 했다. 암튼 근래 드물게 신나는 날이었다. 씨알도 굵어서 제일 큰 놈은 67센티미터나 나갔다. 60센티를 넘는 대 멍을 세 마리나 잡았다. 그래서 잡은 물고기가 도합 11마리다. 둘이서 각각 다섯 마리 이상 잡은 셈이다. 비록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놈들을 모두 잡았다면 나는 오늘 열 마리가 넘게 잡았을 것이다. 결국 손맛을 진하게 본 하루였다.

올라오는 길에 최미자 소머리국밥집에서 국밥을 먹었다. 밥값을 현암 선배님이 내셨다. 선배님도 즐거워하는 것 같다. 길가의 모든 차들이 낚시를 다녀오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함께 하면서 낄낄거렸다. 나이가 들었어도 애들 같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