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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모임,취미생활/조행기

[스크랩] 여우섬 이야기-1

by 굼벵이(조용욱) 2009. 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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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2일 이른 아침 여우섬 여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여러 회원님들이 도착해 있었다.

우람님과 굼벵이 선배님은 이미 여울에서 스침 중이다. 즐비 선배님 내외분도 도착해있다.

 

한참만에 만나는 선배님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하긴 2주전에 조터골에서 뵈었으니 그리 오래된 것도 아닌데 여울에서 만나면 언제나 반갑고 새롭다.

 

스산한 아침이다. 하늘도 흐리고 바람도 차다. 

북쪽하늘이 시커먼걸 보니 비구름이 몰려올 모양이다.  

일단 베이스 캠프를 차리기로 한다. 그늘막을 치고, 테이블을 깔고, 의자를 셋팅하고..

 

여울에 들어가려고 웨이더를 입던 즐비 선배님은 물에 발도 담그지 못하고 다시 웨이더를 벗어야 했다.

베이스 캠프 설치를 마칠때까지도 여울에서 누치소식이 없다. 갸웃.. 이상하네..

이날의 조황에 대한 복선이 깔리는 대목이다.

 

베이스캠프 완성 후 땀을 식히다 겨울아이님의 전화를 받는다. 아직 중부선을 벗어나지 못했단다. 헥..

고속도로에 차가 많은 상황이란다. 금초겸 나들이를 나선 차량이 많은 것 같다. 아무래도 오늘 날을 잘못 잡은 모양이다.

 

여울에선 누치소식이 없으니 일단 입견지를 시작하기로 한다.

가볍게 목살에 이슬이 한잔을 기울일 즈음 안동에서 달려온 신동천님이 도착한다. 타이밍 기가 막히다. 흐흐..

이어 겨울아이님도 예비 겨울아이댁과 함께 도착. 이쯤 되니 본격 입견지 모드가 시작된다.

 

여울에서 드디어 굼벵이 선배님이 입질을 받았다. 넋 놓고 구경하는 우람님의 스침이 자신도 모르게 빨라짐이 느껴진다.

한마리 손맛을 본 굼벵이 선배님이 입견지에 합류한다. 결국 여울에 혼자 있던 우람님도 입견지로 돌아선다.

 

점심메뉴는 굼벵이 선배님 형수님이 손수 준비해 주신 토종닭 백숙이다.

역시 굼벵이 형수님 답게 물만 붓고 끓일 수 있도록 모든 손질을해서 꼼꼼히 준비해 주셨다.

푹 끓인 토종닭은 안주로, 닭을 건져낸 국물에 찹쌀과 녹두를 넣고 끓인 닭죽으로 점심식사를 했다.

꺼억~ 잘 먹었습니다. 굼벵이 형수님~^^ 

 

한방울씩 떨어지던 빗방울이 굵어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장대비를 쏟아 붓는다.

지나가는 비라는 소식을 들어서 인지 불안감이나 조바심은 나지 않는다.

그늘막 아래서 낙수소리 들으며 입견지를 하는 분위기가 제법 괜찮다. 이런것이 여유인가 보다..

 

저녁 나절이 되었을즈음 멀리서 승용차가 한대 모습을 드러낸다.

승용차로 여우섬으로 진입하는 것은 상당한 모험인데 과감히 물길을 건너 재빠르게 달려온다.

누굴까?.. 차의 모양새를 보니 불거지님이다. 역시.. 마징가 답다.

 

그후 대전의 하늘선배님과 금이성 선배님이 합류한다.

손이 크기로 유명한 선배님들은 복숭아 2상자와 손바닥 만한 크기의 대하를 1박스나 지고 오셨다.

 

저녁 식단에는 겨울아이님표 닭도리탕과 싱싱한 대하 구이가 올랐다.

겨울아이님표 닭도리탕은 정말 얼큰해서 입안이 얼얼할 정도지만 감칠맛이 있다.

생 대하 구이의 맛은.. 뭐.. 말 안해도..^^

 

암튼 첫날은 입견지가 대세였다.

그리하여 이날의 조과는 굼벵이 선배님이 잡은 누치 3마리와 저녁늦게 불거지님이 걸은 1수를 포함해 4수가 고작 이었다.

그러나 모두 물고기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는 모양이다. 모두 함께 어울어진 분위기에 물들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즈음 하늘 선배님의 깜짝 이벤트. 하늘 선배님은 휴대용 전자기타를 준비해 오셨다. 와우~^^

하늘선배님의 반주에 맞춰 모닥불에 둘러앉은 이들은 작은 목소리로 포크송을 부르며 잠시 과거로의 여행을 떠난다.

모닥불을 바라보는 지긋한 눈가에는 알듯말듯한 애틋함이 묻어난다.

모두들 빠알갛게 타오르는 불꽃속에서 지난날 뜨거웠던 열정의 기억을 찾으려 했을지 모를일이다. 

 

 

다음날 아침..

퍽.. 퍽.. 누가 아침부터 장작을 패는 모양이다. 아놔.. 시끄럽게..

아침에 한기를 느낀 신동천님이 모닥불을 피울 요량으로 도끼질을 해댄 모양이다.

 

전날 일이 있어 함류하지 못한 대공님과 한빈아빠님이 아침식사로 청국장을 포장해서 달려왔다.

전날 저녁까지 소식이 없기에 슬그머니 날린 문자가 효력이 있었나보다. 흐흐..

 

덕분에 아침식사 준비할 필요 없이 해장겸 아침식사를 할 수 있었다.

뭐.. 해장술도 몇잔 곁들이긴 했지만 전날 분위기에 취했던게 더 오래 가는 것 같았다.

 

둘째날 오전까지의 조황도 별로다.

하늘선배님과 금이성 선배님은 조정지댐 아랫여울로 이동하신단다.

입질이 없어서 인지 잠시 후 굼벵이 선배님도 귀가길을 서두르신다. 그런데..

 

오후 1시가 넘자 거짓말 같이 입질이 쏱아 지기 시작한다.

이거 다시 전화해서 오시라고 할 수도 없고.. 거 참..

 

다들 잠깐씩 손맛을 보고 난 후 오후 4시가 넘어 채비를 하고 여울에 들어서 본다.

올해 들어 처음 서보는 여우섬 여울이다.

역시 여우섬 여울은 바닥이 거칠고 험해서 들고 날때 조심해야 하는 여울임을 다시한번 느낀다.

 

줄을 흘린지 얼마 되지 않아 투둑하는 감촉이 전해지더니 이내 헐렁해진다.

바늘끝에는 큼지막한 누치 비늘이 걸려 있다. 교통사고 였던 모양이다.

 

이윽고 다시 입질.. 몇번 설장을 울리더니 다시 헐렁.

불거님의 말대로 입질이 간사하고 약았다. 바늘 호수를 낯춰 6호로 다시매었다.

그러나 이제는 입질이 없다. 안쪽의 불거지님은 계속 입질이 오는데 바깥쪽은 입질이 없다.

 

불거지님이 밖에서 랜딩하는 중에 입질다운 입질을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몇바퀴의 줄을 훔쳐가더니 다시 헐렁~

이쯤 되면 성질이 날만하다. 그러나 성질을 내봐야 나만 손해다. 다시 입질이 왔던 자리를 노린다.

조금전 입질을 하던 자리에서 줄 푸는 것을 멈춘채 가벼운 놀림만으로 녀석을 꼬셔보기로 한다.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톡톡 건드리는 느낌이 드는가 싶더니 순간적인 흡입력이 전달된다.

강심으로 내뺀 녀석이 버티기에 돌입한다. 물살의 무게감을 감안하더라도 작지않은 녀석이란 걸 직감한다.

분명 흡입력이 전달되었으니 교통사고도 아니다.

이러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나면 긴장감이 배가된다. 기대감.. 설레임.. 긴장감이 복합되었을 때 느껴지는 기분좋은 심장박동..

 

그것들이 무아의 지경에 이를 정도로 하나에 집중하게 만든다. 무엇이 나를 그 가느다란 낚시줄 하나에 몰입하게 만드는가?..

그것은 커다란 누치나 잉어가 아니라 자신의 상상력과 그에 대한 성취감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것 같기도 하다.

언젠가 굼벵이 선배님이 말씀하셨던 도파민인가 뭔가 하는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물질이 분비되기 때문이란 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이눔의 도파민인가 뭔가하는 물질이 사람을 기분좋게 들뜨게 하지만 중독성이 있다는 거..

그것이 우리 견지인들의 공통점이자 모두가 스스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아닐런지..

 

얘기가 딴곳으로 샜구나.. ㅡㅡ" 다시 돌아가자.

상당한 무게감을 가진 녀석과의 대결에서 승산이 보이기 시작하자 손놀림에 자신감이 생긴다.

이제 페이스를 리드하는 것은 녀석이 아니라 나다. 후후..

마지막 저항까지 훌륭히 물리치고 끌어낸 녀석은 예상대로 몸집이 좋은 녀석이다.

 

왠만한 몸집을 가진 녀석은 한손으로 쥐었는데 이녀석은 한손으로 쥐어지지 않는다. 계측결과 63cm가 조금 넘는다.

험.. 견지 뭐 있어. 견지 한방이여~^^  이틀동안 기껏.. 간신히.. 달랑 1마리 잡고는 있는대로 거드름을 피운다.

 

그리고는 줄을 거두었다.

더 해봐야 더큰 녀석 잡을 자신도 없고 도파민인가 뭐가 하는 그 요상한 물질이 더 분비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끝까지 여울을 지킨 불거지님은 조과 10마리를 채웠다.

베이스 캠프를 정리하고 나자 어느새 해가 뉘엇뉘엇 넘어가고 있다.

여울가 청소를 마치고 모두들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귀경길 고속도로의 정체가 심했다고 들었는데 늦지 않게 귀가들 하셨는지 모르겠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끝으로 이말을 전하고 싶다.

 

" 동천님~ 회비 너무 많이 내셨네~ "  이제와서 거슬러 줄순 없구.. 간만에 착한일 했다고 생각하셔.^^

 

 

 

 

 

 

소나기가 지나간 뒤라 가시거리가 무척이나 긴 날이었다.

이제 조금씩 가을의 정취가 묻어나기 시작한다.

 

 

 

 

 

 

 

베이스 캠프는 이미 1차례 폭풍이 지나간 후다. 물고기가 나오거나 말거나 초지일관 신동천님.

지겹지만 맞상대 해줘야 하는 즐비댁 형수님.^^

 

 

 

 

 

 

 

 

 오후 늦은시간 달려온 불거지님. 승용차로 여우섬 진입을 하다니.. 역시 마징가.

 

 

 

 

 

 

 

 

굼벵이 선배님은 견지중.

베이스 캠프에 초지일관 있다면 여울엔 지구력의 굼벵이 선배님이 있다.

  

 

 

 

 

 

 

 

가을의 전령사 고추잠자리의 날개짓이 인상적이다.

 

 

 

 

 

 

 

 

석양의 무법자?^^

 

 

 

 

 

 

 

 

선수 교체.

신동천님 아웃. 불거지님 인. 굼벵이 선배님은 말뚝 콱!

여우섬 여울은 역시 해가 지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저녁만찬 시간.

금이성 선배님, 하늘 선배님, 굼벵이 선배님, 즐비 선배님 내외분, 신동천님 모두의 표정에 즐거움이 잔뜩 묻어 있다.

즐비 형수님 뒤쪽으로 결댁(예비 겨울아이댁)이 보인다. 그런데 정작 자리를 지켜야 할 겨울아이님은 어디에?...

 

 

 

 

 

 

 

겨울아이님은 새벽부터 길을 나선터라 잠이 부족했던 모양인지 차에서 잠시 눈을 붙였단다.

그런데 눈탱이 보니 잠시 눈붙인게 아니라 아주 푹 자고 나오는 모습인디?

 

 

 

 

 

 

 

 생대하를 이렇게 바로 참숯에 구워 먹으니 그 맛이 일품 일수밖에..

 그맛에 예비 서방님을 그냥 자게 둘 수 없는 결댁이 몇번이고 깨우러 다니는 수고를 했다는..

 

 

 

 

 

 

 

 

하늘 선배님과 굼벵이 선배님의 웃음은 어딘가 닮은 점이 많다. 숨김없는 웃음이라고나 할까?.. 암튼 그렇다.

사람 얘기가 나왔으니 잠시 사람 얘기를 하고 가자.

 

 

 

 

 

 

 

 

초록색 술병과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을 꼽으라고 하면 바로 이사람을 제외 시킬 수 없다.

 

 

 

 

 

 

 

 

인간 신동천.

그의 모습에선 늘 사람사는 냄새가 난다. 

 

 

 

 

 

 

 

굼벵이 선배님.

여러가지 색깔을 함께 가지고 있는 분. 나이에 맞지않게 절대동안 이지만 고집스럽게 정도를 걸어온 모습이 눈가에 담겨있다. 

 

 

 

 

 

 

 

 

젊은 카리스마 불거지님. 

마징가를 떠올릴법한 우직함과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쭈구리고 앉아 모닥불을 뒤적이는 모습은 어릴적 고구마, 콩서리 해서 구워먹던 동심이 그득하다. 

 

 

 

출처 : 여울과 견지
글쓴이 : 제드(최영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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