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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자기계발 산책(2011이전)

젊음의 탄생(이어령 지음)

by 굼벵이(조용욱) 2021. 6.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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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음표와 느낌표의 공존이라는 측면에서 말할 수 있는 매직카드가 바로 물음느낌표입니다.

우리에게는 조금 생소하게 보일지 모르나 영어로는 Interrobang이라 하고

중국어로는 의문경탄호라고 일컫는 기호입니다.

컴퓨터의 유니코드에서는 U+203에 배치되어 있는 글자로 당당한 문자 세계의 시민권을 획득한 마크라고 할 수 있지요.

곡선과 직선이 어울리고 얼음 속에서 불이 타고 있는 것처럼 이성과 감정이 오버랩 되어 있는 이 글자의 모양은

햄릿과 돈키호테를 한데 합쳐놓은 모습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물음느낌표가 앞으로의 젊음을 탄생시키는 매직카드가 되는 이유는

좌우 어느 한쪽 뇌만으로는 통합적인 미래의 나 그리고 문명을 창조할 힘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Just do it!

불확실하지만 일단 무언가 저지르는 것.

끝없이 회의하다가도 순간적인 직관이나 느낌으로 판단하고 삶 속으로 뛰어드는 것.

이것이 의문과 감동이 한 몸이 된 물음느낌표의 상징적 부호의 의미입니다.

노인은 의구심이 많아 머뭇거리고 아이들은 철이 없어 덤빕니다.

진정한 젊은이는 의심하고 행동하는 최초의 펭귄인 거지요.

젊은이란 한 마리가 멋도 모르고 뛰면 덮어놓고 따라 뛰다가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스프링복이 아닙니다.

젊음은 목숨을 걸고 남보다 앞서 불확실한 모험의 바다로 뛰어드는 최초의 펭귄인 것입니다.

물음느낌표를 가슴에 단 펭귄 같은 젊은이들이 있기에 오늘의 문화와 사회가 바뀌고 새 역사들이 쓰였습니다.

, 준비가 다 되었으면 불확실한 바다로 용감히 뛰어드세요.

젊음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매일 죽고 매일 태어납니다.

젊음은 그렇게 탄생합니다.

 

이것이냐 저것이냐로 바꿔주면 됩니다.

그러면 선택의 차이는 없어지고 대립은 해소되어 이것이나 저것이나가 됩니다.

중국 사람들이 생활 철학의 하나로 꼽는 차부도(差不等)’의 정신입니다.

그리고 그 나나도도로 진화합니다.

수동적인 데서 능동적인 것으로 말입니다.

바람은 들어오고 모기는 막아주는 이 방충망을 창조하는 것.

그것만이 나나도도로 바꿔주는 희열의 역사를 눈앞에 펼쳐줄 것입니다.

 

적어도 매시 업의 21세기 트렌드는 원융회통(圓融會通)’으로 풀이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자성어에 여러분이 외국인과 경쟁해서 앞설 수 있는 비법이 들어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선 21세기가 지난 세기 또는 산업주의가 지배해온 근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혁을 일으키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직선적 사고 패러다임이 원형적, 순환적 사고 패러다임으로 바뀌어가는 현상입니다.

학교는 순종교배의 순수함을 보전하려는 엘리트주의가 아니라

잡종교배의 다양함과 풋풋함이 넘쳐 나는 새로운 실험과 교제가 이루어지는 곳이어야 합니다.

우선 서로의 의사와 마음을 전달하고 감동을 나누는 소통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원융회통의 마지막인 ()’ 패러다임입니다.

 

삶이란 것도 결국은 빈칸 메우기와 같습니다.

반은 운명처럼 주어진 문자가 있고 그 옆에는 마음대로 자신이 써넣을 수 있는 자유로운 공백이 있습니다.

삶에 다양한 변화를 주는 빈칸들이 있기에 젊은이들의 삶은 운명의 실로 조종되는 꼭두각시가 아닌 것입니다.

운명과 선택이 뒤얽혀서 그때그때의 낱말들이 결정되고 그것들이 모여 자신만의 독특한 이야기들이 꾸며지는 것이지요.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

논어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도 술이 사람을 마시는 것도 아닌,

이태백처럼 달과 나와 술이 혼연일치하는 주선(酒仙)이 되는 겁니다.

지지자나 호지자는 단지 술을 소비하지만 낙지자는 술과 내가 하나가 되어 기쁨과 즐거움을 창조합니다.

이때의 술을 자신의 삶이나 배움 그리고 학문으로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이같은 [--]의 경우에 따라서 어떤 양상이 생겨날지 아주 쉽게 유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자기실현이란 자기의 삶을 창조해내는 것이고 그 창조에는 반드시 기쁨과 즐거움이 따릅니다.

지지자나 호지자가 따라오지 못하는 그 즐거움 말입니다.

자기실현, 창조 활동, 기쁨, 즐거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는 군자의 자족-

이 모든 것이 낙지자의 속성인 것이지요.

 

DIKW 피라미드란 지의 계층을 네 단계로 나눠서 최저변의 Data(자료)에서 시작하여

Information(정보)Knowledge(지식)Wisdom(지혜)의 오름차순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형을 일컫습니다.

가령 원시인들이 처음 이 지상에 등장하였을 때 그들은 하늘에는 해와 구름이 있고

땅에는 풀과 냇물과 토끼들이 있다는 것을 봅니다.

이러한 주위의 사실과 사물들이 자료(Data)이고

그것을 감각을 통해서 보고 듣고 인지하는 것이 바로 정보(Information)입니다.

그런데 한걸음 더 생각이 올라가면 토끼는 풀을 먹고 풀은 흙에서 자라고 비는 구름에서 내린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늑대가 토끼를 잡아먹는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지요.

이것이 지식(Knowledge)의 단계입니다.

여기에서 한층 더 올라가면, 원시인은

만약 자신이 늑대를 모두 죽이면 토끼들이 불어나서 풀들을 모두 먹어치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면 초원에는 풀이 없어지고 풀이 없어진 초원에서는 비가 내리면 토양이 모두 물에 씻겨 내려가

결국 생물이 살 수 없는 황무지가 되고 맙니다.

늑대를 멸종시키면 안 된다는 환경의식이 바로 지혜(Wisdom)의 단계입니다.

여기에 공자가 말한 [--]의 개념을 대입하면, 자료(Data)와 정보(Information)지지자의 몫이고,

지식(Knowledge)과 지혜(Wisdom)호지자의 영역이며,

엘리엇이 그의 시 바위(The Rock)에서 제안했던 최고의 단계인 삶(Life)낙지자의 것이 되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었지만 실제로 날지는 못하는 닭이 아니라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보면

절대로 날 수가 없는 구조임에도 날아다니며 꿀을 따오는 뒝벌(Bumble bee)이어야 합니다.

, 리얼리즘과 실증주의에 머물지 말고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역설적이게도 진정한 삶의 리얼리티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젊음은 새롭게 탄생합니다.

젊음은 대학을 낳고 대학은 시대를 낳습니다.

시대는 다시 대학을 낳고 대학은 다시 젊음을 낳습니다.

둥글게 둥글게 앎은 삶으로 삶은 앎으로 순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