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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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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늘 생각나는 음식 두가지가 있습니다.
가마솥에 불을 때 밥을 하던 어린 시절 밥솥에 굵은 가지 몇 개 얹혀 밥과 함께 삶아내어 쭈욱 쭈욱 찢은 후 냉수 사발에 넣고 파 마늘 갖은 양념하고 깨소금 뿌려 냉국을 만들어 주셨던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최근 압력 밥솥에 가지 몇개 올렸다가 가지가 뭉개져 재현에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늙은 오이 껍질 벗기고 채칼로 길게 긁어 생채를 만든 뒤 고추장에 갖은 양념 넣고 참기름 몇방울 떨구어 무쳐내 밥상 한가운데 올려주셨던 어머니 손맛도 생각납니다.
밥 위에 오이생채 얹고 고추장 조금 떠서 쓱쓱 비벼먹으면 상큼한 오이향이 뇌속까지 명징하게 울려왔었습니다.
작지만 최고의 효율을 자랑하는 나의 텃밭에서 생산한 노각, 양파, 파, 마늘로 엄마 손맛을 다시 더듬어봅니다.
노각생채 무침을 만들며 눈물이 찔끔 흐르는 건 양파 때문 만은 아닌듯합니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더니 오돌오돌 씹히며 아이스크림보다 시원한 육즙을 쏟아내는 오이생채가 아련한 추억까지 말아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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