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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여자가 사는 법
어제 점심엔 멘토아짐이 준 부추로 전을 부쳐 둘이 맥주 한 잔 나누었다.
가끔 밥 대신 이렇게 끼니를 때운다.
두어순배 돌아갈 즈음 아짐에게 물었다.
"아줌마도 전에 조개껍질 묶어 목걸이 만들어 걸어주고 싶었던 사람 있었지요?"
"그럼!"
"푼수같지만 전 아직도 그런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요." 했더니
"나두 그려" 하신다.
80의 나이에도 열여섯 순정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시는 거다.
아짐은 생활보호대상이어서 나라에서 파견한 보호사 말고는 딱히 누가 돌봐드리는 사람이 없어 엊그제는 치과병원에, 오늘은 교회에 내 차로 모셔다 드렸다.
어제 저녁엔 관리사가 독거노인 영양을 생각해 가져다 준 두부 한 팩을 내 농막 안으로 들이밀더니 오늘은 주먹만한 복수박 두통과 두먹보다 작은 참외 두알, 토마토 세알을 슬그머니 내 농막 문 앞에 놓고 가셨다.
마지막 끝물 과일을 거두면서 제일 반반한 놈을 골라 조개껍질 목걸이 대신 가져다 놓으신 거다.
과일들을 깎아서 토막내어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시원하게 해서 내일 점심에 같이 먹어야지.'
모든 사람들이 그냥 이렇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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