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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214 분노의 편지 원문

by 굼벵이(조용욱) 2023.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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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내가 처장에게 보낸 편지 원문이다.

---------- Original Message ----------

From : 조용욱(wooks@kepco.co.kr)

To : OOO(OOOOOO@kepco.co.kr)

Sent : Tuesday, Feb 14, 2006 09:20 AM

Subject : 처장님 전상서

이렇게 불쑥 편지를 드려 많이 놀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이지만 논리적으로 정리도 잘 안되고 자꾸만 감정의 덩어리가 올라와 조리 있게 설명을 드리지 못해 글로 대신하기 위해 편지를 드립니다.

저는 사실 직무분석 요원에 대한 처장님 생각을 듣고 놀라서 자빠질 뻔 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가 하고 있는 일이 처장님의 생각을 시발로 회사가 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번에도 처장님께 “앞으로 일이 걱정되어 겁이 덜컥덜컥 납니다.” 라고 말씀 드렸고 처장님은 “괜찮아 하다보면 다 잘 될거야.”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을 믿음삼아 지금껏 과장들에게 어려워하는 기색 안보이려고 발버둥을 쳐 왔지요.

그리고 처장님의 생각을 받아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 인사가 바로 가는 길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어려워도 아랫배에 힘을 주며 견디어 왔습니다.

모든 인사관리의 기초는 직무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직무에 대한 정의가 불명확한 상태에서의 인사는 정확한 의미에 있어서의 인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저의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는 지나치게 사람중심의 인사, 정치적 영향력에 의한 인사가 주를 이루어 왔으므로 직무에 대한 감각이 무디어져 직무관리는 인사가 아닌 것처럼 여기게 된 것이지요.

이토록 중요한 직무관리를 이토록 처참한 지경까지 가게 한 모든 책임의 중심에 제가 있음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저 혼자의 힘으로 이를 지켜내는 데는 너무 많은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이번 파견발령 건만 하더라도 모두가 한 지붕 딴 가족의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껏 회사가 한번 제대로 된 인사 시스템을 갖추어보자고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몰입하는 줄 알았지만 기획처는 기획처대로 우리의 생각을 가장 말단에 놓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인사처 내에서도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장님 !

방향이 틀리다면 여기서 물러서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기획처에서 우리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고 다른 부서에서 우리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빨리 물러서야 합니다.

저는 파견자 신분의 불안한 상태로 사람들을 데려다 놓고 내 부하직원의 인생을 망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1989년에 인력개발실에 직무분석반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한전 총원이 26,147명이었고 직무분석반원은 반장 포함 9명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21,000명의 직무관리를 위해 달랑 3사람의 정원을 운영한다고 하면 인사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저보고 무모한 짓을 한다고 할 것입니다.

저는 KSJ부처장님이 나를 만나는 것을 괴로워할 만큼 지난 여름부터 K부처장을 괴롭혔습니다.

물론 어려운 사정은 알지만 지금까지 해결이 되지 않고 있으며 금년 연말까지 미루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생각은 처장님이나 제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솔직히 저의 한계를 느낍니다.

전무님이나 부사장님에게 달려가 이런 사실들을 말씀드리고 싶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누가 되기에 그렇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내가 함께 근무해야 할 과장들의 인생을 어렵게 하는 일이라면 차라리 일을 포기하고 싶습니다.

처장님 !

솔직히 두렵습니다.

제 능력의 한계를 느낍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그렇다면 제 개인적인 생각은 접고 그냥 모른 척 일을 포기하고 싶습니다.

이런 글을 올려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사실 어제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조용욱 올림

"The greatest thing in the world is to know how to be self-sufficient"

 - 한국전력공사 인사처 조용욱(02-3456-4060, 011-9930-4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