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215 화장실 가기 전 절박함을 잊은 그대에게

by 굼벵이(조용욱) 2023. 9. 18.
728x90

2006.2.15(수)

Outplacement Service와 관련해 누군가가 또 부사장에게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지난주에 부사장으로부터 이에 대한 검토지시가 내려졌었다.

오늘 검토서를 만들어 처장, 전무에 이어 부사장에 이르기까지 보고를 완료했다.

누구든 각자 자기 생각이 있는데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이 만족스럽게 생각하는 일도 자신은 불만족스럽게 생각할 수 있다.

94%의 사람들이 대부분 OPC Service에 대하여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몇몇 사람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 생각이 경영진에게 보고된 것이다.

인사가 어려운 이유가 이러한 경우까지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무에게 정부 경영평가 보고서를 설명해 드렸다.

전무님은 보고서의 내용에 대하여 나름 만족해하시는 것 같았다.

발렌타인데이에 누군가가 자신에게 준 초컬릿을 KYS과장에게 주는 호의도 베풀었다.

KT과장이 저녁에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술 한 잔 하자고 해 일미 쌈밥집에서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마침 총무팀 JHM과장과 KYK과장이 같이 하고 싶어 했으므로 자리를 함께 했다.

직원 HSI도 자리를 함께 했다.

KT과장이 출제에 들어갔다가 문제를 잘못 내어 이의제기가 들어왔는데 내가 봐도 명백히 답이 없다.

그러나 KT과장은 계속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우기고 있었다.

그의 고집스런 집착에 대하여 예전에 내가 모시던 상사 KSB에게서 내가 들은 이야기대로

“당신은 그 똥고집을 버려!”라고 말해주었다.

이런저런 이야기가 몇 마디 오가는 중에 K과장은 내게 자신의 본심을 드러내고 말았다.

자기가 가는 해외 경영자과정이 자신을 방출시키기 위한 것인 것 같다고 한 것이다.

나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나를 이용해 온 것 아니냐?”고 되받아쳤다.

술을 마시면서도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이다.

그런 목적이 없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제 자신이 모든 걸 걸고라도 꼭 가고싶다며 내게 목매달 땐 언제고 지금와서 그따위로 이야기하는 처사를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교육도 안보내고 그냥 방출해 버렸다면 어쩔뻔 했을까.

경합이 심하게 붙었지만 내가 일부러 전무에게 특별히 부탁해 이루어진 기회를 이제와 하찮게 평가하는 이친구의 가벼움에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아니면 교육갈 목적으로 스스로 방출되길 원해 자신의 능력을 감추고 일부러 바보짓을 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그동안 자신이 생각하고 있었던 속내를 내게 드러낸 것이다.

좋은 것은 무엇이든 혼자 독차지하려는 극도의 이기주의가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일면 그런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우가 ‘저 포도는 시다’라고 생각한 것은 포도를 포기하기 위한 자기위로 때문이다.

그 포도가 시다고 생각해야만 맛 난 포도를 포기하는 아픔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한참동안 속상한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KYK과장이 옆방에서 Y부처장이 술을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었다.

나는 술을 한 병 들고 Y가 있는 자리로 가서 모두에게 술 한 잔 씩 권했다.

정중히 무릎을 꿇고 그에게 술잔을 권했다.

CJS가 그러는 내가 이상해 보였던지 의아한 눈초리로 나를 쳐다보고 무슨 무릎까지 꿇느냐며 중얼거린다.

내가 그렇게 예의를 차리는 것은 내가 그를 존경해서가 아니라 경멸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누구도 모를 것이다.

미워하면 미워할수록 자신의 감정을 감추고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어 좋은 모습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 내 신조다.

추한 그의 내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이기에 더더욱 정중하게 그를 대할 수밖에 없다.

술 한바퀴를 돌리고 자리로 돌아가니 과장들이 몽땅 가버렸다.

총무팀 J과장과 K과장이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YW와 KY이 까지 모두 가버린 것이다.

우리가 먹던 술자리 옆 옷걸이에 내 상의만 덜렁 걸려 있는 모습을 보니 또다시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다.

내일 아침에 회사에 가면 한마디 해야겠다.

정말 따끔하게 한마디 해야 할 것 같다.

다시는 나를 우습게보지 않도록 내 존재감을 오지게 보여줄 것이다.

그들은 스스로 과장들을 싸잡아서 멋지게 혼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내게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