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812-13 여울과 견지 홍천강 정출 참여기

by 굼벵이(조용욱) 2023. 12. 14.
728x90

2006.8.12~13(불광불급 : 굼벵이의 홍천강 정출일기)

어린 아이가 소풍 전야에 잠 못 이루듯 누구나 자신이 바라던 일을 앞두고는 설레임에 잠을 설치게 된다.

지난 금요일 저녁도 그랬다.

요즘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 해 정출날인 토요일에 출근해서 해야 할 일이 갑자기 생겨버렸다.

그래도 끝까지 정출에 참가할 거라고 과장들을 붙잡아 놓고 금요일 저녁에 밤늦도록 일을 마무리 지었다.

그 바람에 늦은 시간에 퇴근한데다 내일의 설레임이 겹쳐 잠을 더욱 설쳤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사이버 준 집 앞으로 차를 몰아 그를 태우고 제드가 부탁한 물건도 함께 실었다.

그 물건은 견지대를 깎는 도구라고 하는데 2M나 되는 길이에 어찌나 무거운지 가는 길에 혹여 사고라도 날까봐 운전에 조심하였다.

길가 설렁탕 집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수원민박에 도착한 시간이 8시 50분 쯤 된 것 같다.

여울 옆 자갈밭으로 차를 몰았다.

돌멩이가 차 바닥에 부딪는 소리가 텅텅 울릴 때마다 늙은 애마에게 미안하다.

그래도 10년 가까운 절친 애마는 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여 왕박골 앞에 늠름한 자태로 서 있다.

그때부터 시작된 오전 스침질은 배가 출출해 질 때까지 이어졌다.

나는 지난 5월에 견지를 시작한 이후로 가는 곳마다 기록을 갱신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40센치 약간 못 미치는 누치를 필두로 오전 타임에 누치 세 마리를 건져내었다.

지난번 임진강에서 내게 흥분을 안겨주었던 녀석과 비슷하다.

점심도 먹을 겸 여견 식구들도 뵙겠다고 물에서 나온 시간이 거의 오후 1시 가까이 된 것 같다.

핸드폰을 열어보니 부재중 전화가 30통이나 찍혀있다.

물에 들어간 사이 회사에서 날 찾는다고 난리가 난 모양이다.

윗사람 아랫사람 동료 할 것 없이 내 전화번호 아는 사람들은 다 내게 부재중 전화를 남겼다.

수원민박 아주머니에게 컴퓨터 좀 사용하자고 했더니 언제든 필요하면 사용하라고 하면서 친절하게 안내 해 주셨다.

이메일로 보낸 문서를 확인해 보니 크게 고칠 것이 없어서 그대로 보고하라고 전화 한통 함으로써 부재중 전화 30통을 한방에 해결했다.

요즘은 어디가나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어 정말 편리하다.

오후 4시에 다시 입수해서 작은 누치 한 마리를 더 건지고 철수했다.

저녁은 여견 식구들과 닭백숙을 안주삼아 소주를 함께 마셨다.

잠자리 텃세를 받지 않으려면 취할 만큼 제대로 마시고 퍼져 자는 게 상책이다.

제드가 끓여준 닭죽 반 사발을 맛있게 먹고 차에 가 내일 아침 득멍을 기원하며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아직 어둠이 채 가시기 전에 왕박골로 향했다.

내 생각과는 달리 새벽인 데에도 별로 입질이 없다.

새벽 스침질을 마치고 어제 먹다 남은 닭죽으로 아침식사를 대충 해결한 후 곧바로 수장대 앞으로 원위치 했다.

그 때부터 잡은 누치가 다섯 마리나 된다.

그것도 주변의 다른 사람들에게는 한 마리도 안 올라오는데 나만 계속 올려댄 것이다.

뙤약볕에서 내가 누치를 거두어 올리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얼마나 부러워했을까 생각하니 더 신이난다.

강변 자갈밭에서 웬 사진사가 망원렌즈로 우리가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순간포착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사람도 정말 집요하게 오랜 시간 동안 자리를 지키며 우리가 물고기를 건져내는 모습을 사진에 담고 있다.

모든 것들이 그렇게 집요해야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

저녁에 일 관계로 구름과 계곡 선배님하고 만나 상의드릴 게 있어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조금 일찍 출발했다.

몸이 어찌나 피곤한지 졸음이 쏟아져 사이버 준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잠시 눈을 붙였다.

사이버 준은 내게 낚시에 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낚시는 그저 낚시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모임에 정말 독하게 낚시를 즐기는 분이 세 사람 있는데 그중에 한 사람이 나란다.

한 일년 그러고 나면 조금 생각이 달라질 거라고 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不狂不及이라고 하지 않던가!

공부든, 일이든, 놀이든 그런 미침 뒤에 觀照가 생겨나는 것 같다.

낚시의 달인답게 사이버 준은 관조하며 낚시를 즐긴다.

정출에 수고해 주신 덕이님, 제드님, 참외 배꼽님 그 외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시간관계상 굼벵이의 정출일기를 이것으로 마칩니다.

견지를 사랑하는 영울과 견지 동호회원 여러분!

견지만큼 우리끼리도 서로 사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