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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922 운이나 운명은 실재한다

by 굼벵이(조용욱) 2024.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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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9.22(금)

저녁 퇴근길이 허전해 KC부장에게 오늘은 스케줄이 없느냐고 물었다.

사업부제 관련해서 오늘 발령이 있었고 그 발령 때문에 고생한 직원들을 위로해 주기 위해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였단다.

특별한 일 없으면 거기 합류하잔다.

KE는 자기 식구들과 돼지갈비 구이 집에서 한잔 하고 있는데 거기로 오란다.

과장들에게 술 생각 있는 사람을 물으니 SHS과장과 KYS과장이 손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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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는 중에 SH과장이 오늘 조직개발팀에서 주관한 회의에 다녀온 KB과장에게서 전해들은 이야기를 하는데 속이 뒤집어졌다.

조직개발팀의 P과장이 우린 팀도 아니어서 자신들이 정원조정을 위해 만든 전산프로그램에 입력조차 할 수 없다고 했단다.

그 말을 듣고 너무 화가 난 과장들이 어쩔 줄을 모르는 것 같다.

우리는 완전히 이름도 없는 무명의 군사다.

다시 말해 계급장 떼고 백의종군하는 이순신 부대다.

나야 전문원이니 그렇다고 치고 나를 위해 일하는 과장들은 어쩌란 말이냐!

과장들에게 이순신처럼 백의종군 하자고 했다.

남이 밟으면 밟을수록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전문원인 내가 아는 척 나서서 교만을 떤다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일이다.

과장들에게 그냥 몸값을 높이라고 했다.

대신 내가 그들이 엄청난 실력을 쌓도록 만들어주면 된다.

 

집에 들어왔는 데에도 과장들의 신세한탄으로 기분이 너무 안 좋은 상태여서 술 한 잔 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냉장고에서 맥주병을 꺼내들었다.

집사람과 같이 앉아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대형 사고가 터졌다.

무슨 말 끝에 내가 형수가 요즘 생식을 하는데 무척 힘들어 한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은 집사람이 자기도 생식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 못한다고 했다.

암을 극복하기 위해 형수가 하는 생식을 경제적 여유가 있어 그러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듯하다.

집사람에게 형수가 몸이 무척 안 좋아 어쩔수 없이 먹는 생식이란 설명을 했다.

그랬더니 갑자기 집사람이 벌떡 일어나 빨래를 널면서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왜 우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도 도통 답이 없어 혹시 형수를 질투하는 것 아닌가 하고 물었다.

가타부타 아무런 말이 없다.

오늘은 일진이 엄청 사나운 날인 듯하다.

완전히 기분 잡친 하루다.

집사람 기분에 더이상 내 감정을 상하기 싫어 ‘에라 모르겠다.’ 하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

사주팔자도 일진도 모두 실존한다.

그래서 신이 존재한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