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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0923 화성남 금성녀

by 굼벵이(조용욱) 2024.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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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새벽에 단양으로 출발하였다.

어제 도상훈련 한 대로 경부고속도로를 지나 신갈에서 영동고속도로를 탄 후 중앙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북단양 IC에서 내려 단양 여울에 서니 두 시간 20분 정도 밖에 안 걸렸다.

박순복 공방에서 덕이와 묵이를 사고 혼자 입수하여 조용히 물고기를 낚는데 춘천고등학교 동창생들 몇몇이 야유회를 거기서 하기로 했는지 너스레를 떨며 우루루 내 옆에 서더니 분위기를 완전히 흐려놓았다.

점심은 당초 계획한 대로 늪실 민박집에서 순대국으로 해결하였다.

누군가 물가에 놓았던 내 덕이와 묵이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가고 웨이더를 담기 위해 가져간 비닐봉지도 없어져 늪실 민박까지 웨이더를 들고 걸어 나오는데 애를 먹었다.

돌돌이와 누치 피라미들을 비닐봉지에 넣어 차에 실은 후 수안보로 향했다.

수안보에서 KW원장과 관리과장을 만나 연수원 식구들이 나가서 잡아온 물고기를 맡긴 큰곰식당으로 가 셋이서 소주를 각 1병씩 마셨다.

제드는 다른 여울에서 덕이와 함께 견지를 즐긴 후 밤 열시가 넘어서야 호텔 문을 두드렸다.

제드가 맥주를 6캔이나 사가지고 와 둘이 마주 앉아 그걸 다 비우고 소주 까지 한 병을 섞어 마신 후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사우나를 다녀와서 식사를 마친 후 괴강으로 출발하였다.

수안보에서 괴산으로 가는 길은 1차선 도로인데 산길을 따라 얼마나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이어지는지 drive in date 하기에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괴강에 물이 말라있다.

제드는 이럴 경우를 대비해서 비장의 무기를 마련해 놓았다고 했다.

산길을 돌고 들길을 돌아 도착한 곳은 조그마하고 한적한 작은 여울이었다.

그야말로 ‘시냇물은 졸졸졸졸 고기들은 왔다 갔다’ 하는 그런 곳이다.

물이 적어 큰 고기가 나오지 않아 그렇지 주변 경관이나 모든 여건이 나같이 천렵을 좋아하는 사람이 견지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둘이 서서 스침을 하는데 그 속에서 돌돌이도 나오고 누치도 나온다.

나는 첫 수에 돌돌이를 건져내었다.

피라미도 어찌나 큰지 설장을 탈 정도다.

돌돌이를 다시 물로 돌려보내고 내가 잡은 피라미만 모아 라면을 끓이는 속에 함께 넣고 푹 삶았다.

그걸 안주삼아 제드랑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딱히 할 이야기도 없지만 그냥 '한잔 먹 세 그려, 또 한 잔 먹 세 그려' 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오후 세시나 되었을까 다시 견지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여울에 앉아서 했다.

피라미며 돌돌이 누치가 올라온다.

띄움낚시에 도전하고 싶어 아랫 여울에 들어섰다.

끄리 새끼 한 마리가 붙어 나온다.

갑자기 칠성댐이 방류를 하는지 물이 불어나기 시작한다.

불어나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순식간에 차를 세워둔 곳까지 물이 불어나 잘못하다간 차가 자갈밭에 갇히는 수가 생길 것 같아 부지런히 차를 빼었다.

낚시를 접고 수안보에 들어와 삼겹살에 소주를 하겠다고 큰곰식당에 갔더니 마침 문이 닫혀있다.

KKB가 자주 가는 빈대떡집 대보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녹두 빈대떡과 파전을 안주삼아 동동주를 마셨다.

겹친 피로에 동동주를 어찌나 많이 마셨는지 눈이 자꾸만 감겨온다.

JJ과장이 늦으막히 우리와 합류해 두어 잔 같이 했다.

호텔로 돌아와 그냥 골아 떨어졌다.

제드는 나를 위해 요를 두 겹으로 깔아주었다.

다음날 아침 제드와 큰곰식당에 가서 재첩국을 먹고 그를 보낸 후 나는 호텔로 돌아왔다.

한 참을 앉아 있다가 차를 몰고 단양 방향으로 나가보았다.

개울에 흐르는 물이 백옥색이다.

가보니 작은 물고기가 놀다가 놀라 돌 속에 몸을 숨긴다.

열시가 다 되어가는 것 같다.

차를 몰고 연수원으로 돌아와 S과장과 만나 신입사원 워크샵 준비를 했다.

월악산장에세 점심을 먹었다.

다음번 행사는 월악산 산행으로 마지막 팀웍 훈련을 할 예정이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이 어찌나 졸리던지 S과장에게 운전을 부탁하고 잠시 눈을 붙였다.

영화 안젤리나 졸리의 ‘그여자에게 생긴 일’을 보고는 잠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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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23일)에 조선호텔 숙소에서 집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집사람은 울먹이며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였다.

자신은 늘 무시당하는 기분으로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이다.

나는 아무런 이야기도 할 수 없었다.

설움에 복 받혔는지 울먹인다.

말없이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으려는 내 성격에 화가 나 독이 오를 대로 오른 모습니다.

이젠 나를 무서워하거나 겁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나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맞는 기분이다.

도대체가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겠다.

이유라도 알아야 원인을 분석하고 거기 맞추어서 고치려는 노력이라도 하면서 살아갈 텐데 잘 지내다가도 한꺼번에 폭발하고는 조개처럼 입을 꾹 닫아버리는 그녀의 생각과 행동에 맞추어 살기가 너무 어렵다.

이제는 그러는 그녀에 대한 강한 반발심도 든다.

자꾸만 이혼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사는 것 보다는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더 낳겠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녀는 엉터리 교육으로 아이들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더욱 화나는 일은 아이들을 모두 비계덩어리로 만들어 몸매를 완전히 망가뜨려 놓았다.

월요일 저녁 퇴근길에 내가 서울 집에 도착해 있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내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을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아무 말 말고 미안하다거나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말아달란다.

내가 잘못한 것이 있어야 잘못했다고 하고 미안한 일을 했어야 미안하다고 하지 아무런 잘못도 미안한 일도 없어서 그런 말을 할 수도 없다.

그러니 나도 그냥 그녀의 생각이나 주문을 모른체 무시할 수밖에 없다.

그녀의 주문을 오히려 즐기며 즐거운 마음으로 나만의 생활을 즐기는 수밖에 없다.

그게 서로를 위해 좋은 일인 것 같다.

그게 win-win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