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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6

20061127-8 상처뿐인 영광

by 굼벵이(조용욱) 2024. 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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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평가 결과 이번에도 우리가 1등이란다.

내겐 상처로 얼룩진 1등이다.

지난번 연수원에 들어가 합숙하며 보고서 수정작업을 할 때 충원팀에서 만든 보고서가 너무 엉터리여서 수정작업에 참여한 YT과장을 불러 한바탕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Y과장이야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전후사정을 잘 모를 테고 SK과장이나 담당 부장인 KT가 좀 더 신경을 써서 보고서를 좀 더 잘 정리해 주었어야 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전혀 신경을 쓴 것 같지 않아 호되게 야단을 쳤었다.

“당신이야 처음 왔으니까 내용을 잘 모를 테고 담당 부장이 이 보고서를 봤느냐?” 고 추궁을 했고 윤과장은 계속 대답을 회피했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KT가 내게 전화를 해서는 자기네 보고서가 그렇게 개판이었냐?

왜 그런 얘길 여기 저기 하고 돌아다니느냐?

하면서 내게 심하게 어필했었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테니스장에서 만난 김남수 위원장이 테니스가 끝난 후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내부평가 보고서 관련해서 내가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선배로서 KT를 하대하지 말아달라.

그동안 K부장도 나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더라 하면서 불만 섞인 이야기를 늘어 놓기에 김남수에게 자기가 내게 상처 받은 이야기만 하는데 내가 그 친구에게 받은 상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으며 나도 그걸 씹어 삼키는데 많은 아픔이 있었다고 이야기 해 주었었다.

연수원 사건도 어떻게든 잘 해보려고 한 것이지 누굴 비난하기 위해 한 것도 아니라고 말 해 주었었다.

나같으면 창피해서라도 조용히 있겠다 싶다.

그래도 마음을 가다듬고 곧바로 KT에게 가서 사과를 했다.

언제 시간 내서 밥이라도 함께 하자고도 했고 좋은 이야기도 몇마디 서로 주고받았다.

그래서 그것으로 모든 것이 잘 끝난 줄 알았는데 며칠 후 점심식사 가는 길에 우연히 KT를 만나 만난 김에 함께 점심을 하러 가자고 했더니 이 친구 얼굴 표정까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완강히 거부 했다.

단단히 삐친 모양이다.

그래도 고등학교 4년이나 선배인 내가 가서 달래고 풀어줘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얻어진 1등의 영광이다.

이를 축하해 주기 위하여 TF 팀원들 밥을 사주겠다고 O부처장이 바람을 잡아 처장과 함께 자리를 마련했다.

음식점 '안동댁'에서 K처장의 취중설교로 축하연을 장식했는데 한 잔 더하자는 제안에 K처장은 마지못해 하는 척하면서 호텔 지하에 있는 재즈 바로 우리를 안내했다.

거기서 JE를 불러 폭탄주를 돌리며 또 한번 흐드러지게 술을 마셨다.

처장은 감수성 예민하던 열아홉  시절 자신의 경험담과 인생철학을 곁들여 삶의 본질에 대하여 이야기 했다.

일면 그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얼핏 생각에 성격이 개차반 같이 느껴지는 그에게도 그런 순수한 면이 있다는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

그는 아직도 순정어린 어린 시절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는 서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영남대학을 가면서 많은 아픔이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거기서 받은 상처가 그의 평생을 지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초딩시절 유학 나왔지만 내 뜻을 이루지 못한 나처럼.

그렇게 새벽 한시가 넘도록 술을 마시다가 집으로 들어왔다.

홍보실 JK가 내가 탄 택시기사에게 택시비를 건네주었다.

그렇게 힘들게 보낸 밤을 뒤로 하고 다음날 어렵게 출근했는데 이번엔 KBO과장 조모가 노환으로 돌아가셨단다.

LMH과장 차를 타고 SHS과장과 YWS과장과 함께 나주엘 다녀왔다.

한밤중이어서 밖이 보이지 않아 시골 나주의  정취를 느낄 수는 없었다.

나주가 정말 먼 곳이라는 느낌만 받았다.

아마도 왕복에 꼬박 여덟 시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헌데 거기로 본사가 통째로 건너갈 줄이야...)

 

고민 끝에 이번 주말에 마지막으로 한적한 견지여행을 다녀오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나주로 출발하기 바로 직전에 칠칠낚시에 인터넷으로 덕이랑 묵이를 주문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