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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8

20080516-18 골프, 처음 필드에 나가보다

by 굼벵이(조용욱) 2024.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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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5.16

오늘은 사장도 없고 부사장도 없고 관리전무는 공석이다.

무두일이다 보니 인사처장도 마음이 동했는지 일찌감치 퇴근하는 바람에 나도 우리 과장들 생각해서 퇴근을 서둘렀다.

어쨌거나 윗사람은 아무리 잘해줘도 불편한 존재이기에 가급적이면 빨리 자리를 비워주는 게 아랫사람들에겐 최고의 즐거움이다.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현암 김득수 선배에게 전화를 드렸으니 전화기를 두고 나가는 바람에 직접 통화가 되지 않았다.

덕분에 일찍 귀가 했다.

저녁으로 먹거리를 찾았지만 마땅한 것이 없어 잡탕라면을 끓이기로 했다.

라면에 김치를 넣고 만두나 떡 쪽을 넣어 끓이는 잡탕라면이 나는 좋은데 아이들은 싫어한다.

라면 고유의 맛이 없다나?

(니들이 라면맛을 알어....?)

내겐 어릴 적부터 익숙해진 음식이어서 그런 것 같다.

일찌감치 부모 곁을 떠나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특식으로 늘 라면에 김치와 떡 쪽을 넣어 끓여먹었었다.

그게 혀에 인이 박혀 익숙해진 모양이다.

 

저녁시간이 널널해 영화 the mist 와 perfect man 두 편을 보았다.

the mist는 군사목적으로 한 생체 실험이 잘못되어 곤충과 조류들이 괴물로 변한 세상에 생존을 위해 변해가는 인간의 종말론적 현상을 그렸다.

이런 경우 인력에 한계를 느껴 종교에 의존하면서 서로 다른 신념끼리 싸우면서 종말을 맞는 경우가 많다.

종교전쟁도 이와 유사한 예에 속할 것이다.

아니면 극단의 공포 속에서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얼핏 스티븐 호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고 들었다.

그가 예측하는 결론은 역사적으로 증명된 것에 기인한다.

쫓기는 강도 살인범이 궁극에는 자결하는 원리나 전장에서 진퇴유곡에 빠졌을 경우 병사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보면 극단의 상황에 몰리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듯하다. 

그러나 보다 바람직한 결론는 죽을 때 죽더라도 마지막까지 살기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잘 될 수도 있고 잘못될 수도 있지만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일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살아나거나 잘 될 확률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노부부를 죽이고 자신이 죽으려던 찰나에 마지막 구조대가 나타나듯이 말이다.

 

perfect man은 은은한 사랑이야기다.

편안하게 즐기며 감상하기에 적합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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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잠에서 깨기도 했지만 다음 날인 토요일(17)은 아침  4시 반에 일어났다.

샤워를 하고 자동차에 주유를 한 후 ET네 집에 가 KIH사장과 KJK부처장을 만났다.

넷이 한 차로 SA CC에 갔다.

처음으로 필드에 나가 머리를 올린 날이다.

멋진 골프백이 없어 후질근한 가방 하나 들고 갔더니 조금 창피스러웠다.

골프클럽에서 라커룸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샤워는 어떻게 하는지 처음 경험했다.

라커룸이나 샤워시설은 웬만한 호텔 사우나보다 더 낫다.

옷장 문도 열쇠가 아니고 디지털 숫자를 입력해 비밀번호로 사용하게 하고 있다.

처음 올라가 본 골프장 잔디밭은 새롭고 가슴 설레게 했다.

한동안 연습볼을 치지 않았더니 감각이 무뎌져 잠시 헷갈렸다.

처음 휘두른 드라이버 샷을 땅볼로 깔아 뱀샷을 만들어 버렸다.

이어지는 7번 아이언 샷도 서두르다 엉망이 되었다.

나를 케어하던 LYJ캐디가 오로지 공만 보고 치라며 다시 한번 요령을 상기시켜 준다.

마음을 가다듬고 침착하게 다시 치니 그 때부터는 조금씩 감이 오기 시작했다.

함께한 사람들의 배려로 처음 시작하는 골프의 어려움과 어색함을 조금은 덜 수가 있었다.

그래도 잃어버린 공은 한 개 밖에 되지 않는다.

골프 라운딩은 7시에 시작해서 12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다.

오는 길에 동동주에 수육을 곁들여 냉면을 점심으로 먹었다.

KH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

그 바람에 접대골프를 어떻게 스폰서 하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걸 잘 해야 승진할 수 있다니 나도 오늘 보고 배운바를 참고해 잘 연습해 두어야 한다.

 

사실 오늘은 막내고모 칠순 잔치하는 날이다.

고종사촌 김교수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선약이 있어 못 간다고 했었다.

그래서 큰누나에게 대신 부조를 해 달라고 했었는데 골프를 마치고 집에 와보니 안가겠다고  완강하게 고집하던 집사람이 거기에 가 어머니까지 모시고 들어왔다.

집사람이 간다는 걸 알았다면 좀 더 부조를 할걸 그랬다.

 

현암선배에게 전화를 했다.

아직 유국열 선배네 공방에 있단다.

견지대를 만들 수 있도록 얼른 광케이블 대를 전해주어야 할 것 같아서 전철을 타고 유국열 선배네 공방엘 갔다.

가보니 벽오동과 싸준 그리고 이하상박사도 그곳에 와 있다.

광케이블대를 전해준 후 현암 선배님 차를 타고 집으로 귀가했다.

현암 고문은 친절하게도 우리집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현암고문님도 술이라도 한잔씩 나누면서 함께 낚시를 즐길 수 있는 친구를 필요로 하는 듯하다.

술 안 마시는 사이버준과 셋이 함께 하면 돌아오는 길 걱정 안해도 돼 딱일 거고...

그렇게 서로 역할분담하면서 낚시하면 재미가 배가된다.

나도 부지런히 기술을 전수 받아 내 나름의 견지세계를 열어가야겠다.

 

골드배스 카페에 들러보았다.

평택호 주변에도 루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나도 지난 주에는 당거리 수문 앞에서 50센티가 넘어가는 배스를 잡았다는 글을 올려주었다.

가끔씩 시골집에 들러 어머니를 찾아보고 식사도 하면서 당거리나 길음리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거란 생각이 든다.

저녁에는 정성본 국수집에서 샤브 샤브를 먹었다.

어머니가 고기 대신 해물을 원하셔서 해물 샤브샤브를 먹었다.

다행히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것 같다.

어머니는 온김에 우리집에서 며칠 쉬시다가 목요일쯤에 내려가시겠다고 한다.

그날 노인대학 수업이 있으니 여기서 안중으로 직접 내려가 참석하실 생각이란다.

집 앞에 남부터미널이 있으니 금방 모시고 가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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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18)엔 아침에 테니스를 하고 견지 공방에 가려했지만 유국열 선배가 지방에 내려가는 바람에 못갔다.

대신 건장이 안 좋은 형수님 뵈러 병문안을 가려고 형님께 전화를 하니 오지 말란다.

형수님이 부담을 가지고 있단다.

대신 영화 한 편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