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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8

20080522 나는 똥치우는 사람이다

by 굼벵이(조용욱) 2024.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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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5.22

오늘은 전력기반센터에서 연구직 관련 회의가 있었다.

연구직과 관련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다.

내가 전하고 싶은 말들을 그들과 함께 나누었다.

처음 출발할 때 전력연구원을 세계제일의 연구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하에 전력연구원 운영규정을 만들었었다.

그런 엄청난 기대와 포부가 있었으니 이 규정에 얼마나 크고 광범위한 권한위양이 있었겠는가!

그렇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면서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여기 저기 불평이 나오게 된 것이고 결국 그걸 나보고 해결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나아가서 조직팀에서는 나와 한마디 상의 없이 기반기금 운용센터를 독립기관으로 분리시켰고 거기에 연구직을 배치했다.

마찬가지로 경영연구소를 만들고 거기에 연구직을 배치시켰다.

그러다보니 똑같은 연구직이면서 근무부서마다 관리기준이 서로 달라 여기저기서 불평불만이 터져 나왔고 그런 불만들을 규정으로 해결해달라며 내게 짐을 지운 것이다.

나는 완전히 남의 똥을 치우는 똥퍼다.

다른 사람들이 싸질러 놓은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어떻게든 마련해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기반센터에 근무하는 연구직 직원 한 사람이 내가 진행하는 회의에 참석하였는데 오늘 회의 소견을 이야기하라고 했더니 이런 종류의 회의를 처음 봤단다.

내가 창의적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나 제약 그리고 사업소장이나 처실장의 의견을 넘어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를 털어놓아라.

모든 것에 정답은 없다.

내가 하는 말 속에서 어떤 단서가 나올지 모르고 그것을 누군가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아이디어로 만들지도 모른다.

그러니 거리낌 없이 모든 생각들을 다 털어 놓으라' 했다.

간혹 생각을 제약하는 발언이 나오면 가차 없이 차단하면서 진행하는 나의 회의 진행방식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모양이다.

 

회의가 끝나고 K센터장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K센터장은 인사처장에게 전화를 걸어 '아랫사람들을 얼마나 심하게 부려먹으면 조부장이 밥도 안 먹고 들어가야 한다고 그러냐'며 '내가 조부장과 저녁식사를 같이 하겠다'고 했다.

이어서 30분 뒤에 내가 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장은 '안 그래도 K센터장에게 들었다'며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오라'고 했다.

일종의 쇼맨십으로 보일런지 모르지만 윗사람에게 절대 복종하고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조직의 기본 룰이다.

K센터장은 중국음식점에 식사자리를 마련하였는데 자기식구들을 11명이나 참석시켰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내는 격이다.

평소에 말이 없던 사람도 술 한 잔 들어가면 대부분 말이 많아진다

K도 예외가 없었지만 혹여 잘못될세라 조심스럽게 술자리를 리드하고 있었다.

전 OOOO팀장이 승진에 물먹고 그 자리에 함께 있었는데 나랑 한잔 더하고 싶어 했다.

거절을 잘 못하는 나는 쫄래쫄래 그를  따라 요상한 카페엘 들어갔다.

거기서 양주를 두 병이나 마셨다.

난 처음에는 마시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쩌다보니 두병이나 비우게 되었다.

함께 자리한 카페 여자친구들에게 간단한 인간관계학 강의를 했다.

여자아이들이 모두들 좋아하며 경청해 주었다.

좋아하는 척 했을지도 모르지만 한두마디라도 기억에 남아 자신들의 삶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집에 들어오니 그래도 열두시를 넘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