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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8

20080526 우리 과장님들, 작은누나, 그리고 집사람

by 굼벵이(조용욱) 2024.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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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5.26

지난 토요일(5.24)은 우리 팀 체육대회 행사를 했다.

고맙게도 과장들이 자발적으로 팀장이 견지낚시를 좋아하니까 홍천강 등산을 하겠다고 한다.

현암 김득수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과장들에게 견지를 한 수 가르쳐주지 않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오케이다.

이를 상의하기 위해 금요일 저녁에 현암 선배에게 우리 집으로 오시라고 해 집 앞 돼지토마토에서 술 한 잔 나누었다.

현암은 낚시대를 두 대 들고 오셨다.

지난주에 가져다 드렸던 광 케이블대를 가지고 낚시대를 만드셨는데 잘 나왔다며 유국열 선배가 욕심을 내는 걸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내게 가져왔단다.

나야 아무거나 가지면 되는 데 그냥 드리지 그랬냐고 했다.

아무래도 욕심 많은 유선배님 하고 갈라설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한 대는 OS실장 것이란다.

나와 O실장과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사이버준이 아마도 그런 이야기를 전해준 것이 아닌가 싶다.

누가 뭐라던 내가 은혜를 입은 만큼 보은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날 소주 3병을 나누어 마시고 생맥주 500CC를 더 마셨다.

그러고 잠에 떨어졌는데 얼마나 잠이 깊이 들었는지 5시 20분 라디오 알람 방송 소리 때문 깨었다.

부랴부랴 장비를 차려 현암 선배님 댁으로 가 픽엎을 하고 사이버 준에게 갔다.

아침 식사가 여의치 못할 것 같아 집사람에게 김밥을 싸달라고 했다.

집사람이 고맙게도 김밥을 싸 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집사람이 전날 밤새 준비한 김밥을 우걱우걱 씹으며 홍천강 밤벌유원지로 향했다.

  처음에는 포인트를 잘 못 잡아 물고기가 별로 달려들지 않았지만 나중에 내가 물살 이 약한 아래쪽으로 내려가자고 해 그곳에서 흘리니 물고기가 잘 나왔다.

누치 대적비급 한 마리도 걸었다.

점심은 서울집에서 과장들과 함께 했다.

과장들은 당초 팔봉산 등산을 계획했으나 그냥 족구대회로 끝을 낸 모양이다.

몸이 많이 피곤했다.

이남장에서 함께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현암 선배를 모셔다 드린 후 집으로 돌아왔다.

 

일요일 아침엔 잠실 테니스코트엘 나갔다.

세게임을 했는데 2대 1로 패했다.

문창희 과장과 김영만 전무님이 한 편을 먹었는데 마지막 게임은 아쉽게 졌다.

 

터미네이터3 영화를 보았다.

형님이 메시지를 보냈는데 작은 누나가 팔다리 골절로 내일 수술한단다.

놀라서 여기저기 전화를 해 알아보니 운동하다 팔 목 윗부분을 부러뜨렸다는 것이다.

나중에 제대로 진상을 파악해보니 운동하다 그런 것이 아니고 술 먹고 자빠져서 팔목 윗부분이 부러졌다는 것이다.

다행히 복잡골절은 아니고 단순골절이란다.

집사람과 함께 이마트에 들러 과일을 3만원어치 사가지고 누나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 들어갔다.

다행히 별 문제는 없어보였다.

하나가 병간을 하고 있었는데 내일부터는 간병인을 두겠다고 한다.

옛날 같으면 팔 부러지는 정도는 일도 아니었는데 너무 요란을 떠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매형이 왔다.

함께 저녁을 먹잔다.

밥 먹으러 가기 위해 병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문이 막 닫힐 무렵 작은 누나는 매형에게 개 밥 주는 것 잊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저녁을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작은 누나에게 섭섭한 게 많은 모양이다.

매형은 자신에게는 밥 먹었냐는 이야기 한마디 안하고 개밥부터 챙기는 게 영 섭섭했던 모양이다.

작은 누나가 타인에게 처음 접근할 때는 간이라도 빼 줄 것처럼 살갑게 다가서 사귀다가 금세 싫증을 내고 싫증이 나면 싸우고 돌아서는 광경을 여러 번 목격했다는 이야기도 한다.

인간관계의 상대적인 심리를 무시하고 자기중심으로만 생각하는 누나가 영 섭섭했던 모양이다.

그런 누나의 성향에 맞추어 살기는 쉽지 않다.

나를 포함해서 우리 가족들이 그걸 경험하고 힘들어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매형에게 누나를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집사람이 '당신도 내게 불만이 있냐'고 묻더니 자기도 막내처남 불러다가 나랑 술 마시게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진지하게 물어보는 집사람에게 침묵으로 대답을 미루었다.

무언의 긍정을 집사람은 아마도 알고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표현방식이 서로 달라 이미 많은 세월을 서로에게 상처주며 보내온 우리다.

한번 토라질 때마다 몇 개월씩 목석처럼 지내는 우린 지금도 방을 따로 쓴다.

집사람은 그걸 날 위한 배려라고 한다.

견디다 못한 나는 designated sex day를 운영하자고 했다.

매주 금요일엔 몸을 섞으면서라도 언어의 벽, 생각의 벽, 행동의 벽을 넘어서 보겠다는 의사표시다.

요 몇 달 sex day가 잘 이어지고 있다.

 

현암 선배가 견지낚시 통을 손 봐 주었다.

뚜껑에 붙어있던 끈을 본체에 매고 뚜껑은 따로 끈으로 연결시키니 거치적거리던 모습이 깔끔하게 정리되었다.

모든 것에는 개선의 요소를 품고 있다.

불편을 감수하며 살 것이 아니라 불편을 없애는 방법을 연구하며 사는 게 지혜로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