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5.30
경신이가 휴가를 나왔다.
처장과 윤팀장, 백팀장 그리고 내가 구내식당에 점심식사를 하러 간 사이 우리 회사 정문까지 와서 경비실 전화를 이용해 내게 전화를 걸었던 모양이다.
내 핸드폰에 다섯 번이나 부재중 전화 흔적이 남아있다.
그러다 지쳐 녀석은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기타를 타러 가는 제 친구와 함께 그냥 갔다.
저녁에 녀석과 교대 곱창집에서 소주를 나누었다.
술을 마시며 녀석은 군에 가서 가장 생각나는 게 부모님이라고 했다.
함께 있을 때는 지지고 볶으면서 싸워도 떨어져 있으면 그 소중함을 가장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게 가족이라고 말해 주었다.
녀석은 2차로 녀석이 자주 가던 술집 秀作엘 가고 싶어 해서 거기 가 소주 한 병을 더 마시고 들어왔다.
매일 잠자던 취침시간 10시 반이 넘어가니 술집에서도 자꾸만 졸음이 와 그만 하고 들어가자고 했다.
녀석은 아르바이트를 하던 돈데이 식당을 다녀오겠다고 했다.
나는 술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술만큼 무서운 게 없으니 절대 경솔하게 퍼붓지 말라고 했다.
경신이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돈데이의 조리실장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경신이를 매우 따뜻하게 감싸주었던 모양이다.
그녀에게 경신이 만한 아들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유독 경신이를 예뻐했던 것 같다.
경신이도 제 부모에게서 제대로 받지 못한 사랑의 허기를 거기서 채우곤 했었던 것 같다.
사회는 그렇게 부족함을 주고받으며 존재하는가 보다.
부족한 부분을 어느 구석에서라도 채우면서 살아가라고 있는 거 같다.
아마도 내가 나은이에게 느끼는 사랑도 일종의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
퇴근 무렵 처장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엊그제 오실장과 저녁식사를 하러 가던 중 처장한테 말도 안하고 오실장 차를 타러 주차장에 나갔는데 오실장 차 앞에 바로 정처장 차가 있었던 모양이다.
갑자기 오실장이 정처장과 함께 나타나 내가 어찌나 미안해했었는지 그 모습을 정처장이 감지했던 것 같다.
거기에 장주옥 처장이 한마디 거들었더니 부하 직원에게 인자하지 못한 상사로 비추어진 듯해 마음이 불편했던 것 같다.
부하직원들을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던 듯하다.
엊그제의 사건을 이야기 하면서 내게 그러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必出告 返必面이라는 유교사상이 깊이 뿌리박혀 있다.
아울러 그동안 정처장은 내가 마음을 편히 가질만큼 인자한 인상을 주지 않았었다.
해외교육을 포함해서 매사 내 뜻에 반대의사를 표명했었고 나와 생각을 달리하는 부분이 많아 진솔한 마음으로 접근하기 어려웠었다.
내가 쓴 책에 대하여 그와 상의하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경신이가 실장 아주머니를 좋아하듯 사람은 자신을 받아주는 사람에게만 마음을 연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나와 함께 일하는 과장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추어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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