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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8

20081107 나는 마이다스다

by 굼벵이(조용욱) 2024.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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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7()

지난 화요일 원영진 부장팀과 마신 술로 인한 내상이 깊다.

어제도 그렇고 그제도 그렇고 매일저녁이 술로 힘들었다.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KS단장과 P전무가 준 폭탄주가 화근이 된 것 같다.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하는데 지나치게 과음했다.

술은 정말 조심해서 마셔야 한다.

특히 폭탄주는 더더욱 그렇다.

 

수요일엔 영선이가 이리 저리 연락을 해서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 몇몇을 만났다.

발 꼬랑내로 유명했던 성철이도 나왔다.

김용이도 나오고 허진도 나와 나올 만한 친구들은 모두 나왔다.

영선이가 연락에 지쳤는지 한번만 더 연락해 보고 더 이상 반응이 없는 친구들은 앞으로 연락을 안 하겠다고 한다.

그게 맞을 게다.

잊혀진 채 보낸 세월이 한 두 해가 아닌데 쉽게 모임이 이루어지겠는가!

 

목요일은 정년연장 T/F와 인사제도 개선 T/F가 있었다.

P가 회의장에 나타나서 무언가 정리를 시도하려 했다.

P만 나타나면 노조 국장들은 입을 다문다.

하지만 LHR은 다른 국장들과 달리 갑자기 간신나라 충신으로 돌변한다.

P가 나타나자 갑자기 자신의 스타일을 공격형으로 바꾸어 내게  '돌격앞으로' 를 시도한다.

하지만 SKS는 역시 믿을만 하다.

P가 나타나도 자신의 색깔을 바꾸지 않았다.

 

아침 부장회의 시간에 한전인 상 이야기가 나왔다.

인사처장이 관리본부에 누가 한전인 상에 도전하는가를 물었다.

박노천이가 한다고 하자 처장은 갑자기 나를 지목하며 조부장이 한전인 상 후보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건 농담이 아니라며 정색을 하고 팀장들 앞에서 강하게 주장하는 것이다.

(그래 내가 봐도 사실 나만큼 열심히 일한 사람도 드물다.)

하지만 나는 내가 그런 상을 받을 만한 자질이 못됩니다.’ 하고 정중히 겸손을 떨었다.

 

정처장도 내게 무언가 깊은 감명을 받은 모양이다.

아마 내가 마이다스인 모양이다.

내가 모시는 상사를 모두 황금으로 만든다.

그리고 그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든다.

나를 그렇게 미워하며 인사처장으로 부임해 3개월 내에 나를 쳐내겠다던 김진식 전무도, 장명철 전무도, 정찬기 처장(추후 전무)도, 모두 내 광팬이 되었다.

김승환 단장이 과거 내게 가졌던 나쁜 이미지도 나랑 같이 근무하는 동안 완전히 새롭게 바뀌었다.

 

나는 마이다스다.

누구든 황금으로 만든다.

그런데 우리 집사람과 아이들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나.

가족이라 포기할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