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아이디어가 빛나는 소설이다.
처음부터 아주 깊이 빨려들었다.
감정팔이로 사업을 하다니!
상대방의 감정을 사업의 대상으로 삼아 그걸 해결해주면서 시간당 비용을 청구해 살아가는 델핀양의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감정을 없애고 온전히 상대방의 감정에 몰입해 다른 사람으로 살아야 한다.
일테면 애인을 잃은 슬픈 감정을 달래주기 위해 완벽한 애인대행을 해주어야 한다는 식이다.
어찌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며 살다가 마지막에야 자신의 욕망에게 사과하는 라캉식 삶에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은 그걸 소설 속 주인공의 삶으로 보여준다.
집단생활에 적응하기 위해선 공감능력이 필수다.
그게 없으면 소시오패스가 되거나 나르시시스트가 되어 사회부적응자로 분류되어 집단 내 사회생활이 어렵다.
레밍 들쥐떼처럼 사회가 정한 룰에 따라 가면을 쓰고 가면이 진면인것 처럼 살며 절벽이든 호수든 생각없이 함께 달리다 죽음을 맞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다중인격자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집단 속에선 철저하게 공감주의자가 되어야 하고 개인으로 돌아와선 철저한 개인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어느 한가지만 추구하다간 낭패를 본다.
그걸 이 소설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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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현실이라고 일컫는 것보다 더 비현실적인 것은 없다
하지만 난 진실이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게다가 '당신을 위해'(델핀의 사업체 이름)는 그들의 절망으로 먹고 사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절망을 일부러 부추기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들을 절망에서 완전히 건져 올릴 수 있었다 하더라도 과연 정말 그랬는지는 자신할 수 없었다.
난오만했다.
아니 어리석었다.
라일락 티슈로 눈물을 훔치는 고객들처럼 언젠가 나 자신이 무장 해제 상태가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무엇보다 내가 나 자신의 고객이 되리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자신이 파는 사탕통 속에 손을 집어넣는 사탕 가게 주인, 자신이 파는 마약의 효과를 보려고 자기 혈관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는 마약 상처럼 말이다.
격언과 고사성어를 좋아하던 드로비츠키 부인이라면 이상황을 두고 아마 자업자득이라고 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삶을 살아가요.
원래 난 다른 사람들이 삶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아요.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든지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얘기예요.
물론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정말 솔직한 생각을 말하자면 난 다른 사람들 인생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어요.
난 아무 에게도 관심이 없어요.
존스 당신을 제외하고는
(존스는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다.
결국 존스 때문에 자기로 돌아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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