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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지혜를 찾아서/인문학 산책

내가 생각한 인생이 아니야(류시화)

by 굼벵이(조용욱) 2024.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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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책 속에서 기린의 일화를 소개한다.
그 울림이 내게 깊이 스며들었다.

'기린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새끼기린은 태어나면서부터 일격을 당한다.
키가 하늘높이만큼 큰 엄마 기린이 선채로 새끼를 낳았기 때문에 수직으로 곧장 떨어져 온몸이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지는 것이다. 
충격으로 잠시 멍해져 있다가 간신히 정신을 차리는 순간 이번에는 엄마 기린이 긴 다리로 새끼 기린을 세게 걷어찬다.
새끼기린은 이해할 수 없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났고 이미 땅바닥에 부딪혔는데 또 걷어차이다니.  
아픔을 견디며 다시 정신을 차리는 찰나 엄마 기린이 또다시 새끼 기린을 힘껏 걷어찬다.
처음보다 더 아프게.  
비명을 지르며 고꾸라진 새끼 기린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 머리를 흔든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는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계속 걷어차일것이라는 것을.  
그래서 새끼 기린은 가늘고 긴 다리를 비틀거리며 기우뚱 일어서기 시작한다.  
바로 그때 엄마 기린이 또 한 번 더 엉덩이를 세게 걷어찬다.  
충격으로 자빠졌다가 벌떡 일어난 새끼기린은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발길질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제야 엄마 기린이 달려와 아기를 어루만지며 핥아주기 시작한다.
엄마기린은 알고 있는 것이다. 
새끼 기린이 자기 힘으로 달리지 않으면 하이에나와 사자의 먹잇감이 되리라는 것을.  
그래서 새끼 기린을 무조건 걷어차는 것이다. 
어서 달리는 법을 배우라고.'
 
시인 류시화는 어둡고 유한한 삶이지만 삶은 순간에 지나지 않으니 삶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바꾸며 희망을 발견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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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동안의 고독의 저자 마르케스는 '인간은 어머니가 세상에 내놓은 그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 태어남을 강요하는 것은 삶이다' 라고 했다. 
나는 죽음에 패배하기 위해 태어났다. 
하지만 아름답게 패배하는 것은 나에게 달린 일이다. 
심장이 침묵한 것 같으면 스스로 심장을 깨워 그 고동 소리를 들어야 한다.
 
살다보면 삶은 갈수록 쓸쓸하고 사랑은 한갓 괴로울 뿐.
모든 괴로움의 원인은 자신의 생각을 사실로 믿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무것도 치유 받지 못한다.
그저 놓아줄 수 있을 뿐.
세월이 약이겠지요.
이 말은 그냥 시간이 지난 뒤에 생각이 바뀌었을 뿐이란 말이다.
 
깃털의 가벼움이 아니라 새처럼 가벼울 수 있어야 한다.
무겁게 살지 말고 가볍게 살아라.
 
우리는 잠시 여행 온 것 뿐이다.
곧 떠날 것이다.
그러니 불편함을 견뎌라.
함께하는 여행은 시간이 너무 짧다.
 
단단한 땅 위에 봄이 어떻게 정원을 드는가.
흙이 되라.
부서져라.
그러면 그대의 부서진 가슴에서 많은 야생화가 피어날 것이니.
 
나는 불행한 인간이 아니다.
단지 불행한 순간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