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8(화)
조성복 노조위원장이 불러서 그의 사무실에 가니 백재현 처장이 앉아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갔다.
백처장도 많이 힘들어한다.
내년 8월이면 사장이 바뀌게 되는 격변기 인데(a period of upheaval) 사장의 정책을 전담하는 선진화추진실장 직을 수행하려니 잠이 안 오는 모양이다.
더군다나 사장은 연임(serve consecutive terms)하기 위해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집결하려 하는 듯하다.
그 일환으로 그는 벌써 책도 냈다.
자신의 유임에 도움을 받으려는 의도도 있지만 아마도 경영정책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더욱 강고하게 하려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회사에 도움을 주진 못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저격수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보아하니 정년퇴직 예정자나 퇴직하신 선배님들도 그를 벼르고 있다.
그의 생각과는 정 반대로 그가 회사를 망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백처장의 처지를 위로하고 공감해 주느라 내 어려운 처지에 대한 이야기는꺼내지도 못했다.
내가 말을 안 해도 그는 나의 어려움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와 점심식사를 같이 하는 바람에 원장과 탁구시간을 공유하지 못했다.
그 덕분에 오늘은 원장 얼굴을 한번도 보질 못했다.
원장이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고 있다고 느끼기에 그럴수록 마음이 불안하다.
원장은 사장을 닮아 그냥 성과만을 밀어불이는 스타일인 듯하다.
그런 사람에게 어떻게 접근해야할지 몰라 막막하다.(high and dry)
내가 진정한 인사전문가라면 그런 사람을 어떻게 요리하는지도 알고 있어야 한다.
인사처장에게 현재 연수원에 대기중인 정년퇴직 예정자들의 동향에 대하여 보고를 했다.
대충 세 가지로 나누어 설명했다.
하나는 그들만의 노조결성에 관한 것인데 내일 총회를 열어 위원장을 결정한 다음 모레 설립신고를 한다는 내용이다.
아마도 이치훈 부장이 위원장이 될 것 같다.
다음은 전국 각지에 흩어진 정년퇴직 예정자들이 노동위원회나 노동사무소에 부당노동행위로 제소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럴 경우 회사는 엄청난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다음은 사장과의 면담에서 감정적 대립이 예상되고 단체행동도 불사할 것이라는 것이다.
점심 식사에서 사장과의 오찬을 거부하고 모두가 식당을 나올 것이라는 내용까지 전했다.
사장이 안 온다면 모르되 온다면 봉변을 당할 가능성이 많고 따라서 그 주변에 있는 우리나 인사처 사람들에게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권춘택 처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이 동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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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김경복 원장과의 저녁식사가 예정되어 있기에 6시 15분에 회사를 나섰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서둘렀지만 결국 7시 40분경에야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에게 내가 쓴 책 두 권을 드리고 저녁을 먹으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초원복집에서 복 매운탕을 시켜 소주 두병을 나누어 마시고 김원장을 집까지 모셔다드린 후에 집에 들어왔다.
늘 느끼는 생각이지만 누구를 만나든 말 수를 좀 줄여야 할 것 같다.
나아가 한마디를 하더라도 충분한 숙고를 거쳐 함축적 의미를 담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말은 그사람의 얼굴 이상으로 중요하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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