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8(월).
지난 금요일엔 정년퇴직 예정자들이 만드는 상급자 노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여 처장과 전무에게 보고를 드렸다.
목요일에 처장이 나와 제도팀장을 불러 대책을 묻기에 대략적인 설명을 하고 내일 중에 보고를 드리겠다고 했었다.
아마도 김전무가 또 그 대책을 물었던 모양이다.
김전무 입장에서도 불안할 것이다.
사장이 갑자기 대책을 물으면 답변거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무처에서 그 방법에 대하여 무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모두 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뿐더러 그걸 검토할만한 능력 있는 사람도 없다
5장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먼저 처장에게 설명한 후 이어 김종호 전무에게 갔다.
처장과 전무에게 내가 전날 보냈던 장문의 메일도(long piece of mail) 보여주었다.
내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보여준 것이다.
김전무는 수고했다며(have a hard job) 한 장짜리 보고서로 만들어달란다.
여차하면(if need be/ in a pinch) 사장에게 들이 밀기 위해서다.
다섯장을 다시 한 장짜리로 요약 정리했다.
김전무가 조금 손을 보았지만 내용수정은 없다.
김전무는 우리 셋만 아는 비밀로 하자고 했다.
그건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다.
그렇지만 그게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내가 경험한 바로는 우리 회사엔 정말 비밀이 없다.
경험으로 보면 아랫사람에겐 입단속을 요구하면서 윗사람들이 더 자주 비밀을 노출한다.
어쨌거나 또 한 번 거센 폭풍이 불어 닥칠 것이고 내가 또 그 前線에서 돌팔매를 맞겠지.
젠장할...
기구한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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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이치훈 선배를 만나기로 했다.
서동호 처장과 신건만 차장이 함께 나오기로 했다.
넷이서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치훈 선배가 대화를 주도했다.
그의 말 속에 그의 생각이 드러난다.
그는 노조를 접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그는 오히려 날 도와주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노조활동을 열심히 한다는 생각까지 한다.
내가 보기에는 그가 복수노조 결성을 포기하는 것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어차피 막장까지 가 끝장을 보아야 할 것 같다.
나도 처음 시작을 꺼리고 안 해 그렇지 붙으면 독하게 달라붙는다.
모두를 보내고 혼자 전철을 타고 집에 왔다.
집사람과 좋은 시간을 가졌다.
다음 날인 토요일은 낚시를 가기로 했다.
세시 반경에 잠에서 깨었던 것 같다.
샤워를 하고 이것저것 준비해 차를 몰아 먼저 현암 선배를 픽업하고 사이버준 집으로 갔다.
개야리 가는 길 산등성이에 방일 해장국 원조집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해장국집이다.
거기서 아침식사를 했다.
아침 식사비도 내가 내려 했지만 완강하게 현암이 내었다.
오늘은 견지낚시를 하러 온 사람들이 전혀 없다.
아직 낚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듯하다.
오전에는 낚시를 접고 대신 강가 돌멩이들에 엉덩이를 의지한 채 소주잔을 기울였다.
현암과 소주 한 병을 마시고 다시 물에 들어갔지만 소식이 없다.
점심 식사로 현암이 만둣국을 준비했다.
점심을 먹으며 현암이 가져온 마오타이주를 마셨다.
53도짜리 마오타이주 진품이라는데 가짜 같지 않다.
그걸 둘이서 반주로 한 병 다 마셨다.
산 좋고 물 좋은데다 좋은 친구랑 좋은 술 마시니 기분이 최고다.
다시 물에 들어가 물고기를 유인해 보지만 역시 아니다.
현암이 포인트를 잡았는데 제대로 된 포인트가 아닌 것 같다.
내가 자리를 옮겨 아래로 내려갔다.
물 흐름이 약하다.
깻묵을 뿌리니 가라앉는 속도나 깊이와 내 낚시 바늘이 동조하지 않는 것 같았다.
프라스틱 추를 하나만 달고 흘리니 속도나 가라앉는 깊이가 미끼와 동조되는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덜커덕 누치가 물어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세 마리나 잡았다.
그 중 한 마리는 60에 가까운 멍짜다.
이제 좀 알겠다.
미끼가 가라앉는 깊이와 속도 거리에 얼마나 정확히 동조시키는가가 얼마나 물고기를 잘 잡는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거기에 맞추어 추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나만 장원을 했으므로 내가 멍 턱을 내기로 했다.
홍천강을 떠나 사이버준 집 앞에 도착했을 때는 7시 경이 되었다.
저녁으로 먹을 만 한 꺼리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갑자기 상하이 짬뽕이 눈에 들어오기에 거길 제안했더니 현암이 오케이다.
점심에 마신 술이 덜 깨어있기에 얼큰한 국물이 땡긴다.
집에 와 영화를 보다 잠을 청한다.
다음날인 일요일에 테니스장에 나갔더니 그동안 통 나타나지 않던 김종호 전무가 모습을 드러냈다.
김전무는 앞으로도 테니스장에 계속 모습을 보일 것 같다.
김전무 나타날 때만 가끔씩 나타나는 권춘택 처장에게 정하황 처장이 비아냥거리며 한마디 한다.
"야 이사람아, 당신은 김전무님 나올때만 나오나?"
박종확 전무는
"권처장이 김전무 껌딱지인 모양이네."
하며 거든다.
그의 이기적인 행태에 일침을 가하는 거다.
그런 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변에 득시글거린다.
권처장의 어떤 면이 과연 그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할까?
그에게서 그 비결을 배우고 싶지만 그걸 알 수가 없다.
어쨌거나 나는 이와 다른 차원에서 다른 사람의 성공을 돕는 역할로 거듭나야한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테니스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김전무에게 이치훈 부장과 만났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부장은 더 이상 생각의 변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전무가 내 말 뜻을 금방 알아차리며 내 말에 동조했다.
김전무가 내가 만든 보고서를 가지고 무언가 일을 벌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테니스를 마치고 집에 와 잠시 잠을 청한다.
잠에서 깨어 애틋한 사랑을 그린 태국영화 한편을 보았다.
난 그런 소소한 사랑이야기를 참 좋아한다.
조행기를 하나 써서 내 블로그와 '세글모' 그리고 '여섯 줄의 선율'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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