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즈음하여 중부지방은 물난리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만
남쪽은 이렇게 봄같이 화사한 날을 보냈습니다.
보성강 강뚝길가 배롱나무 꽃들이 근사하게 피어있습니다.
여름 내내 정열을 불태우다가 늦은 가을이면 시들겠지요.
화무십일홍이요 제행무상이니 저 길 끝나는 날까지
자연 앞에 온전히 겸손을 잃지 말아야겠어요.
배롱나무 길가 좌측편 보성강에는
잉어, 쏘가리, 꺽지, 퉁가리, 빠가사리, 갈견이 하며
이름모를 수많은 물고기들이 웅덩이마다 먹이사슬을 이루며 살아갑니다.
나홀로 마음 가는대로 강변을 노닐며 남도의 정취에 한껏 빠져봅니다.
밤 열시에 광양 월드아트 서커스 폐막식에 참석합니다.
시장님이 초청하는 데라면 요일 시간 가리지 않고 어디든 빠짐없이 참석합니다.
관공서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제가 해야할 가장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인 명성의 중국 서유기, 영국 제5원소를 비롯한 블루오션 국제 서커스가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김휘찬 교수의 책 블루오션을 생각하며 관람하니 더욱 더 그 진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커스를 기획했던 실무자가 사회를 보면서 회한의 눈물을 흘립니다.
뜨거운 여름만큼 지독하게 힘들었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기관장들에게 보이지 않는 아픔을 전달합니다.
아무래도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고품격의 예술을 꽃피우기가 쉽지 않았을겁니다.
사진은 광양시립음악단인데 징, 꽹가리, 북, 장고, 피리 따위의 전통악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서울 가는 날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절명상을 마친 후 떠오르는 해를 바라봅니다.(6:05)
하루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입니다.
전 이렇게 매일 아침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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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40분 남부터미널행 버스에 몸을 싣고 서울로 향합니다.
중간에 딱 한번 휴게소에 들러 오줌누는 시간을 줍니다.(이인휴게소)
15분 안에 생리와 식사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합니다.
보통은 햄버거 하나로 저녁을 해결합니다.(가끔 감자구이나 떡볶이도 먹음)
서울 도착하면 보통 밤 11시입니다.
다음날 아침 8시 30분에 마천동 만남의 광장에서 등기들을 만나 남한산성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성식 처장님의 안내에 따라 남한산성을 끼고 빙그르 도는듯이 올라 한 참 만에 수어장대에 오릅니다.
역사의 한을 품은 수어장대 마루에 지친 몸을 내려놓습니다.
들어가지 말라는 이야기가 앉지도 말라는 이야기인지 헷갈립니다.
거기서 물 한모금 과일 한 조각 먹으려다가 안내방송에 화들짝 놀라
주섬주섬 다시 짐을 꾸립니다.
소중한 문화유산인만큼 우리가 잘 보전해야지요.
자리를 옮겨 막걸리 한 잔 마실만한 적당한 자리를 찾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한사람이 없습니다.
산오름 길 중간 쉼터에 이건구 처장이 배낭을 내려놓은 채 그냥 올랐기에
뒤늦게 그걸 가질러 갔는데 전화도 안받습니다.
아마도 배낭 안에 전화기를 넣어둔 모양입니다.
수어장대에서 조금 내려와 화장실 근처에서 좌판을 벌였습니다.
그냥 냉막걸리 한통씩만 가져오라 했더니
장전무님 이하 모두들 술에 과일을 너무 많이 가져왔군요.
장전무님은 산오름 중간에 복숭아에 사탕에 과자를 넣은 간식봉다리를 하나씩 건네주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형수님 힘드시니 앞으론 절대 그런 일 시키지 마세요.
갑자기 내려친 번개지만 그래도 열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즐거움을 나눕니다.
정상에선 냉막걸리 한잔이 왔답니다!(최곱니다)
한잔 쭈욱 들이키면 가슴까지 시원해지잖아요.
체리, 포도, 복숭아, 파인애플, 오이, 양파 등등...
안주거리가 넘쳐납니다.
오빨대 오빠가 오늘은 영 막걸리를 사양하고 복숭아만 드십니다.
그래도 막걸리 한 잔에 고향노래 부르는 오성식 처장님 모습이 가장 멋지다는걸 누구나 다 알지요.
김진기 본부장님의 유별난 부하사랑이 돋보이는 하루였습니다.
그동안 통 얼굴을 볼 수없었던 김홍권 부장도 모시고 나오고 박치호 차장님도 함께 했네요.
누가뭐래도 이제부턴 후진양성입니다.
잘난 후배 누가 더 많이 키워내는가가 인생의 목표가 되는 시기에 도달하신거지요.
받은 만큼 베풀고 가셔야지요.....
류향렬처장님은 젊은 날의 내 멘토입니다.
인생을 지독히도 성실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주신 분이지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우리회사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요.
장전무님이 좋아하시지만 그를 경험한 사람은 누구나 그를 좋아할 수밖에 없답니다.
장전무님은 나이를 거꾸로 먹습니다.
어떤 땐 내가 더 형님 같아 보입니다. (내가 겉늙었나?....)
홍천 팔봉산 꼭대기 바윗자락 붙잡고 바들바들 떨던 최성섭처장님이 이젠 완전히 변했습니다.
산도 쑥쑥 잘오르고 바위도 안 무서워하네요.
앞으론 안빠지고 솔선수범 산에 오르겠다고 두번세번 다짐을 했습니다.
아하!
30여분 지난 뒤 허겁지겁 놓고온 배낭을 되찾아온 이건구처장님이 헐레벌떡주를 연거푸 마십니다.
배낭 되찾는다고 마음도 타고 목도 탔을겁니다.
장전무님이 막걸리 한 통 들고 장진주사를 합니다.
"건구야 수고했다...." 김진가 본부장님이 땀을 닦아줍니다.
한 때 외국어 하면 '갈구리'라고 했습니다.
그 중 한 분은 모 발전사 사장으로 계시고
다른 한분은 여기서 이렇게 땀을 흘리며 막걸리를 마시고 있습니다.
산을 내려와 막걸리에 부추전과 도토리묵을 주문합니다.
사람이 아홉인데 막걸리를 두병만 시키더군요.
나 그거 한 잔 마실려고 힘들게 산에 올랐다가 왔는데...
바닥에 닿을둥 말둥한 이 막걸리잔이 이게 뭡니까?.....
우리의 류향렬처장님이 가만히 있을 분이 아니지요.
"그래도 세병은 해야지! 아줌마 막걸리 한 병 더!"
아, 이렇게 고마울데가....
사발에 눌러서 한 잔씩 막걸리를 마시고 잔치국수를 먹습니다.
남부러울게 없습니다.
도토리묵 부추전에 막걸리 한사발이면 마음이 구름 위를 걷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집에 가야할 시간입니다.
잠시 몰아치는 게릴라성 소나기를 피해 한담을 나눕니다.
김홍권 부장님 오늘 처음 오셨는데 앞으로는 자주 오세요.
두분이 사귀는 것도 아닐텐데 서로 은은한 눈빛을 주고 받네요.
그게 사랑 아니겠습니까?
최성섭 처장님이 나도 사진 한방 찍어달래서 이따만하게 대왕얼굴로 찍었습니다.
앞으로는 빠짐없이 출석하겠다는 맹세가 눈가에 가득합니다.
영 헤어지기가 아쉬운 모양입니다.
갈구리 오늘 확실히 필 받은 것 같습니다.
뭘 보며 저레 흐믓한 표정으로 좋아들 할까요?
남자들 뻔하지요....
지나가는 각선미 좋은 여자 엉덩이와 가슴을 품평하고 있는 거지요.
나이가 드니 모두 양기가 아랫도리에서 입으로 올라서....
비가 그쳐갑니다.
헤어질 시간이 다가옵니다...
서로 얼굴을 박고 확인도 시켜줍니다.
자, 마무리합시다.
다음날을 또 기약하면서...
만남 보다는 만남을 기다리는 순간이 더욱 짜릿합니다.
나이 들어 홀로 넘어지면 한방에 망가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등 맞대고 비비면서 서로의 다리가 되어 함께 살아야지요.
털털하신 장전무님은 나와 함께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나비 한마리가 전철안으로 날아들어
여기 저기 노니는 모습을 넋을 놓고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This station is nambu bus terminal' 하는 소리에 화들짝
잠에서 깨어 전철 문을 나섭니다.
김진기 대전충남본부장님, 김홍권부장님, 박치호 차장님 고맙습니다.
잔치국수에 막걸리 점심 잘 먹었습니다.
어~~~기분 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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