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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모임,취미생활/84대공회

인생의 정점에서...

by 굼벵이(조용욱) 2012.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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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수능 전력확보 때문에 우리 운영실 직원들이 새벽부터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고생하신 분들 격려하는 자릴 들렀다 오는 길에 장사장님 문자를 받았습니다.

 

'조지사장님, 토요일 산행을 아무래도 변경하는 것이 좋을듯 합니다

제 친구가 오늘 세상을 떠나서 제가 빈소와 장지를 지켜야 할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라고 적힌 비보였지요.

 

얼른 답장을 썼습니다.

 

'큰 일을 당하셨군요.

편안하게 일 보세요.

나머지 일들은 친구들과 상의해서 처리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그러고는 사실 상의도 안드리고 산행을 강행했습니다.

머잖아 다시 얼굴 보면 되니까요.

 

이제는 친구의 별세가 빈도수를 더해가며 우리를 놀라게 합니다.

어떤 이는 내일 곧 죽을 것 처럼 살아가지만

다른 이는 천국 같은 내일을 기대하며 살아갑니다.  

 

천국이 뭐 별 곳이겠습니까?

이렇게 친구들 끼리 어울려 낄낄댈 수 있다면 그게 천국이지.

이 자리는 남한산성을 오르는 중간쉼터입니다만

이건구 처장님에겐 매우 특별한 추억의 자리입니다. 

지난번 산행시 헐레벌떡주를 마시게 한 그 곳이지요.

 

막걸리 한통씩만 가져오랬더니 또 차고 남을만큼 바리바리 싸오셨네요,

인적드문 강원도 산비탈 송림에 숨어있던 송이를 캐다 만든 술을

강원본부 안성국 팀장님과 김남석 차장님이 가져오셨습니다.    

아무래도 최성섭실장님이 과한 압력을 행사한 것 같습니다. 

송이의 크기와 굵기를 놓고 시비가 있었습니다만

아무래도 쪼글쪼글 해진 우리네 그것과는 비교가 안되겠지요.

 

도합 열한명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만,

장사장님 빈자리가 매우 컸습니다.

김감사님 보고싶어하는 친구들도 많고요.

류처장님 없으니 걸죽한 농담이 그립고....

 

오늘 모인 친구들 모두 한마음으로 간절하게 기원하니

담부터는 전원 참석하시라!

 

노랗게 농익은 송이주를 김남석 차장이 정성스레 술병에 담아

(물병 같은 술병입니다)

 

직속상관이 최고라고 젤 먼저 최실장님에게 권합니다.

막걸리 두잔에 송이주 한잔씩 하고 하산합니다.

 

내려오는 길에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무성했던 이파리 떨구며 조용히 가을이 깊어갑니다.

이젠 우리네 인생도 가을만큼 깊었습니다.

쪼글거리는 겉모습이 우습게 보일지 모르지만 

이 심각한 표정만큼

그안에

치열하게 살아온 맹하의 나날들이 숨어있습니다.

대추 한알에 들어있는 천둥번개, 무서리는 비교가 안됩니다.

요새 잘난 젊은이들이 제가 제일 잘나간다며 뽐내지만

한 때 우리도 잘난 젊은이 이상으로 유능했고

아직도 불타는 열정과 사랑을 품고 있습니다.

저 심각한 얼굴 안에 늦가을 대추보다 단단한

만만찮은 인고의 삶이 들어있습니다.

     

잔치국수집이 폐업을 했는지 문을 닫았습니다. 

근처 부추전 집을 찾았으나 영 국수집 아줌마 맛이 아닙니다.

 

 

요즘 회사가 어려워 그런지 표정들이 심각합니다.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마음만 안타까울 뿐입니다.

 

자, 다들 한잔씩 하고 힘냅시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은 사과나무를 심어야겠지요.

 

지나고 나면 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저장되는거야...

진정 달라질 래일을 위하여!(진달래!)

 

"조박사도 일루와 한잔 해!"

그래도 술권하는 사람은 오처장님이 밖에 없습니다.  

살아오면서 술 마다해 본 적은 아직 없습니다.

우리의 만남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상관 없습니다.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한 배를 탔습니다.

우리 눈으로 보면 우연이지만

신의 눈으로보면 필연입니다.

신의 오묘한 필연적 질서 속에

오늘의 삶을 우연처럼 이어갑니다. 

이제 우리는 최고참 반열에 올라섰고

인생의 정점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짐이 좀 무거운듯 합니다.

베이비부머의 절정에 위치한 우리이기에

유독 고난스런 삶을 이어가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 썩은 밀알로 내일의 희망을 꿈꿔봅니다. 

******************

 

주절 주절 생각의 꼬리를 이어가다보니

뭔가 좀 끝이 이상한 것 같습니다.

불편해도 그냥 넘어가는 센스가 필요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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