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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소장 생활/광양지사

굼벵이 여울

by 굼벵이(조용욱) 2013.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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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낚시꾼은 물때를 잘 읽어야 합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광양항 인근에 오징어떼가 몰려들었다는

낚시점 주인의 말에 솔깃하여 오징어 채비를 잔뜩 사놓고는

다음날(5.17일) 아침 일찍 광양항에 나갑니다.

실력이없는지 고기가 없는지 영 입질이 없습니다.

조금엔 입질이 별로라는 바닷가 낚시꾼 말이 맞는가봅니다.

안되겠다 싶어 묘도로 향합니다.

묘도는 광양만 바로 앞에 위치한 섬인데

주변으로 내륙과 섬들에 둘러쌓여 아늑한 섬 속의 섬입니다.

이순신 대교가 놓여지는 바람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번잡을 떨어 주민들께는 미안스럽지만...  

 

 몇몇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는데 전문 조사들은 아닌 것 같고

초보자들이 그냥 재미삼아 하는 것 같습니다.

멀리 보이는 곳이 여수방향 내륙입니다.

 이쪽은 광양 방향입니다.

 섬 주민들이 한담을 즐기는 놀이터 같습니다.

조사들은 방파제에서 물고기를 낚아 안주를 대령하고

술사들은 요기서 소주 한 잔 하면서

정담을 나누면 딱일 것 같습니다.

 참 아늑한 곳이지요.

현재를 바라보며 원시를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광양에 제철 산업단지가 들어서기 전 이곳은 어땠을까요?

어느 영화 속 원시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으세요?

 

 묘도에서 바라본 이순신 대교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모래무지처럼 생긴 물고기(문저리라나 뭐라나) 세마리 달랑 걸었는데

그곳에서 낚시하는 아이들에게 주고는 섬진강으로 달립니다. 

그런데 화개여울에서 우연히 낚시 친구 팬더를 만났습니다.

그는 여울과 견지 동호회원입니다. 

둘이 함께 물에 들어갔습니다.

넣자 마자 황어가 물어줍니다.

피라미도 몇마리 물어줍니다.

피라미가 달려드는 것은 여름이 왔다는 증거지요.

아카시아꽃이 피면 대개 피라미가 달려듭니다.

그런데 강물이 오염되어 물색이 검습니다.

지난 해 봄에 보았던 색깔과 같습니다.

견지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집니다.

보성강 줄기에 내가 개발한 여울로 장소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견지인은 새로운 여울을 개발하면 이름을 붙입니다.

저는 이곳을 굼벵이 여울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갈겨니가 붙더니 잠시 후 64센티짜리 대멍 누치가 얼굴을 보여줍니다.

분명 대물들이 노는 여울인 것은 확실합니다. 

헌데 경계심이 많은지 떼로 몰려들지 않고 아주 가끔씩 낱마리로 출현합니다.

17일은 이렇게 여기 저기 돌며 탈진상태로 들어왔습니다. 

 

18일 아침 일찍 상사호 지류 탐사에 나섰습니다.

상사호 줄기는 견지낚시할 만한 곳은 아닌 듯 싶습니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아니다 싶어

다시 굼벵이 여울로 달렸습니다.

    

 이름 모를 야생초들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룹니다.

 

 내가 여울을 찾듯

벌이 꽃을 찾는군요.

 

 이름 모를 야생화가 예쁜 자태를 뽐냅니다.

그러니 벌이 찾겠지요.

예쁜건 알아가지고...

 추억의 찔레꽃입니다.

길가다 찔레꽃만 봐도

고향에서 같이 놀았던 순이생각에

눈물젖을 때가 많지 않았었나요?

 

여울로 향하는 길입니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지요

그래서 쏘가리가 많이 살고 있는 여울인 것 같습니다.

쏘갈매니아들이 가끔들르지만 대부분 꽝치는 것 같습니다.

 

초여름으로 치닫는 봄의 끝자락입니다.

아직 풀빛에 연초록이 남아있어 예쁩니다.

 

지난겨울의 흔적을 털갈이 하듯

하얗게 남기고

파릇한 초록들이 또다시 새생명을 불태웁니다.

 

난 이 초록이 미치도록 좋습니다.

 

 물가에서 굼벵이 여울을 바라보며 모든 시름을 잊습니다.

영혼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잠시 거쳐가는 인생이라는데

산과 강물과 초록이 어우러져 자아내는 아름다움 속에서

아름다운 내 영혼을 바라봅니다.

 

 이곳에 대물이 없다면 믿겠습니까?

도깨비가 수두룩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숫처녀처럼

때묻지 않은 녀석들이

수줍어 몸을 사릴 뿐일거예요.

 

 저 건너 바위 돌틈엔

쏘가리와 꺽지 빠가사리가 우글우글하겠지요.

이렇게 강은 여울마다 자신의 생태계를 만듭니다.

 

 

이렇게 차까지 진입가능하다면

더이상 견지천국은 없지요.

팬더가 와보더니

"굼벵이 선배님에게 딱 어울리는 여울이네요"

합니다

담에 꼭 다시 오겠다는 다짐까지 합니다.

 

뒷범퍼에 걸터앉아

김밥과 삶은계란을 안주로

막걸리 한 통 마시면

세상에 부러울게 없습니다.

나도 천상병 시인처럼 

막걸리 한통과 더불어 

아름다운 귀천을 꿈꿉니다.

  

 

회사 정원 후박나무 정상에

커다란 꽃 한송이 피어올랐습니다.

'저게 필시 날 게야' 

죽음같은 고독이 밀려오는 날도 있지만

봄볕에 반사되는 대왕꽃을 바라보면서 

또다시 희망을 품습니다.

  

아, 굼벵이 여울에 또 가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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