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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모임,취미생활/84대공회

철학이 있는 산책

by 굼벵이(조용욱) 201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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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산행계획으로 많은 사람이 참석하진 못했습니다.

아무리 번개라지만 제가 조금 성급했었던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의 불참통보로 산행을 포기할까 했지만

장주옥 사장님께서 철학이 있는 둘만의 산책도 좋다고 해

무조건 강행하기로 했지요.

마침 우리의 딱한 사정을 이해한 오성식 강동지사장이

대규모 이빨 보수공사로 심한 고통을 겪는 가운데에도

당초의 생각을 바꾸어 함께 해 주시는 바람에

세사람이 오붓하게 철학이 흐르는 산책을 즐기고 왔습니다.

오르는 길목마다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숲길은 어디에고 아름다움과 행복으로

이미 충만해 있습니다. 

 

그냥 형제같은 모습입니다.

초여름 맑은 초록의 눈부심이 우리를 축복합니다.

 

돌아가며 한장씩 사진을 찍습니다.

 

내년 2월이면 벌써 삼십년지기 친구가 됩니다.

동네 앞 느티나무처럼 편한 장사장님입니다.

 

장수막걸리 두통으로 조촐한 우정의 술상을 차립니다.

그래도 임금님이 부럽지 않습니다. 

이자리가 아마도 임금님이 가장 마음아파하던 자리였는지도 모릅니다.

 

장사장님이 가져오신 냉커피 맛이 지금도 혀끝에 도네요.

난 기억도 못하는 이름의 커피인데 맛과 향이 아주 유별났습니다.

 

오지사장님은 평상시 같으면 커피 대신 막걸리 싸오실 분인데 오늘은 냉커피를 싸오셨습니다.

확실히 몸이 많이 불편한 모양입니다.

 

밝고 건강하게 사는것 만큼 행복한 삶은 없습니다.

여기 세사람 모두의 얼굴에서 은은한 행복이 우러나는 듯 합니다.

 

백운산 자락엔 맑은 햇살에 산산히 부서지며 아우성치는 계곡수가 수도 없지만

이곳 남한산성엔 병아리 오줌만큼 쫄쫄 흐르는 작은 도랑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그게 어디냐고 세족을 합니다.

 

쥐어 짜듯 바위 틈새에서 졸졸졸 흐릅니다만 

보기와는 달리 엄청 시원합니다.

  

하산 길에 세족까지 마쳤으니 세상 부러울게 없습니다.

세상 만물이 은총으로 가득합니다.

우린 그저 그 안에서

지금보다 조금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면 되는 것 아닐까요?

산을 내려와 점심식사 겸해서 콩국수집에 들렀습니다.

오처장님이 술 좋아하는(절대 '많이 하는'이 아닙니다) 날 위해

막걸리 한 통 시켜줍니다.

우리는 모두 세상에 소풍나온 신선이 되었습니다.  

 

오처장님,

냉콩국수에 막걸리 참 맛나게 잘먹었습니다.

갑자기 김진기 원장님의 건배사가 생각납니다.

어우동, 이기자!

어차피 우리는 동기다!

이런 기회 자주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