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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모임,취미생활/84대공회

3월 산행 시호루트

by 굼벵이(조용욱) 2014. 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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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산행 이후 두 달 만에 만났습니다.

계절 참~ 좋은데 많은 동기들이 함께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마도 예식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하느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살면서 꼭 선택의 최 우선순위에 놓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오늘 ,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오롯이 즐기는 것이지요.

지나간 과거나 다가올 미래가 현재의 즐거움을 빼앗아가지 않도록 

현재에 빠져드는 것이랍니다.

 

장사장님과 잠실에서 만나 광암정수장 후문앞에서 내리니

자그마한 포도과수원이 있더군요.

과수원집 아낙이 바가지를 들고 나서자

토종닭들이 떼를 지어 쫓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잔머리 실존주의자가 아닌 순수한 본질주의자 토종닭들의

장엄한 행렬이 우리를 즐겁게 하더군요

포도과수원 사이에 생뚱맞게도 매화나무 한그루가 덩그라니 있는데

따스한 봄기운을 받아 수줍은 미소녀의 젖몽오리같은

꽃몽오리들을 옹기종기 매달고 있더군요.

피어있는 모습도 예쁘지만 그런 터질 듯한 꽃몽오리들은

때묻지 않은 미소녀의 순수미를 그대로 머금고 있습니다.

 

그걸 보는 순간 갑자기 광양 생각이 났어요.

'지금쯤 광양엔 매화가 만발이겠구나....'

아름다운 과거를 기억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습니다.

 

병아리 같던 우리가 입사 삼십년을 넘기고 김시호 실장님이 개척했다는

새로운 남한산성 등산로를 걸었습니다.

.

 

금암산은 해발 322미터이고

이런 산들의 등성이를 타고 몇고개 넘으면 남한산성과 연결됩니다. 

 

첫번째 깔딱고개에서 잠시 휴식을 갖습니다.

 

 장사장님이 누구에게도 내놓을 수 없는 특별 선물을 주십니다.

장사장님 기사분이 직접 산에서 채취하여 내린 칡즙을 꺼내놓습니다.

거기에 담긴 정성과 사랑이 목줄기를 타넘을 때 온 몸과 마음이 따뜻해 지더군요.

 

여기서 제 전화기 배터리가 아웃되고 말았습니다.

이후 이건구 처장과 김영우 처장의 폰을 빌렸습니다.

 

싸올 필요가 없다, 싸오지 말라고 해도

이렇게 많이 싸가지고 오시니

살이 안 찔래야 안 찔 수가 없습니다.

 

요거 대전에서 엄청 유명한 족발인데

이가 약한 늙은이들은 감히 엄두도 못냅니다.

머리카락은 환갑을 넘었어도 아직 이빨은 충치 하나 없는 20대다 보니

거의 절반은 내꺼죠..흐흐

특히 가장 쫄깃거리는 껍데기 콜라겐을 껌처럼 씹어댑니다.

더군다나 장사장님 왈...

"뭔 교수가 이야기 하는데 우족도 별로고 돼지족발이 건강엔 최고랍니다"

 

 예나`지금이나 최고의 안주는 역시 두부김치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골고루 김치에 배이게 함으로써 더욱더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더군요.

 

저도 마눌이 새벽부터 준비해준 오뎅을 준비합니다.

지난번 추운 겨울 산행에 백수현 차장이 가져온 오뎅의 기억이 너무 좋아

한번 흉내를 내봤습니다.

모두들 다투어 음식을 장만해 오시니 살 빼러 왔다가 살찌우고 가게 되더군요.

다음부터는 그냥 오시고

혹 가져올 음식이 있으시면 중복되지 않도록 미리 카톡으로 등록해 주세요.

그리고 제발 음식 너무 많이 가져오지 마세요.

없으면 막걸리 한사발 사먹어도 됩니다.

 

친구끼리 모이면 어쨌거나 그냥 좋습니다.

 

마냥 좋습니다.

마음에 맞는 친구들이랑 마시는 막걸리 한 잔이면 천국이 부럽지 않습니다.

 

우린 늑대처럼 즐겼어요.

눈곱만큼의 과거나 미래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오늘 이순간입니다.

인생은 끊임없는 생성과 소멸의 순환입니다.

사랑으로 모든 것이 창조되고 미움으로 모든 것이 소멸합니다.

 

그냥 김치 한 쪽에 막걸리 한 잔이면 족한데

배려심 많은 우리 김영우 처장님이 도토리 묵을 한사발 주문하네요.

 

오늘도 '어우동 이기자'는 계속 이어집니다.

 

제 맘을 알았는지

광양에서 봄소식을 알려왔어요.

짐작대로 매화가 만개의 절정에 도달했습니다.

 

이런날엔

 

밭매던 호미고 뭐고 모두 팽개치고

이쁜 색시 손잡고

꽃구경이나 가야지요.

막걸리 한 잔 곁들이면 금상첨화구요.

홍매화 흩날리는 언덕배기에 누워

파란 하늘에 흩날리는 꽃잎 속에서 

발그레한 낯빛으로 춘정을 나누면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봄이 오니 가끔 벌건 대낮에 호접몽도 꾸네요.

 

김영우 처장님 맛난 칼국수 점심 잘 먹었습니다.

 

다시 한번 입사 삼십주년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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