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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모임,취미생활/84대공회

어느날 갑자기

by 굼벵이(조용욱) 2013.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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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퇴근무렵 갑작스런 토요일 번개가 소집되었습니다.(12.28)

김실장님과 김원장님이 갑자기 맘이 맞은 모양입니다. 

김원장님이 급히 몇몇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지만 대부분 약속이 있어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어요.

홀로 가더라도 번개산행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는 지론이기에

어디서 벼락을 치던 따라나서야 합니다. 

다행히 아침 10시에 집결하므로 시간적인 여유가 좀 있었습니다.

집사람이 정상주 안주거리로 아침에 두부 김치복음을 해 주었어요. (마눌님께 감사)

오처장님이 합류하려다 전날 송년회 과음으로 작취미성하여 자리를 함께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산 좋아하는 인재개발원의 산악회장 백수현 차장님이 함께 해 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팽이치고 썰매 타러갈 때 밟던 소리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에 귀가 즐거워

평소보다 더 멀리까지 산성을 돌았습니다.

흰 눈과 푸른 창공이 얼마나 멋진 조화를 이루던지...

 

동네 꼬마녀석들처럼 추운줄도 모르고

뽀드득 눈밟는 소리따라

저 뒤 봉우리 꼭대기까지 한참을 갔습니다.

 

다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명당자리 언덕엔

아줌마 두분이 앉아 막 점심상을 차렸습니다.

저 끝까지 훌쩍 다녀올테니 이따가 같이 먹자며 농을 붙였습니다.

배꼽시계가 꼬르륵 점심시간을 알립니다.

 

김원장님은 김실장님 가는대로 따라가겠다고 했지만

배가 고프니 너나 할 것 없이  은근히 그만 가고싶은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더군요.

 

김실장님이 그만 여기서 여장을 풀자는 제안을 합니다. 

 

어제 노사 송년의 밤을 보내며 지친 속에 아침도 부실했을테니

허기가 더이상의 행보를 허락하지 않았음이 분명합니다.

 

백차장님은 진정한 산악인입니다.

영하 십도를 오르내리는 산 속에서

입천장 부르틀 정도로 따끈한 정종 한모금 입안에 머금으면

알콜이 기화되면서 정종 특유의 맛을 더욱 배가시킵니다.

거기다가 정종에 최고궁합인 오뎅까지 준비해오는 치밀함을 보였네요.

모두들 정치한 준비성에 감탄했습니다.  

 

두부김치 안주삼아 정종술을 마시고

따끈한 오뎅으로 배를 채우니 든든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어우동 이기자 건배는 계속됩니다.

우린 다사로운 겨울햇살을 마치 늑대가 된 것처럼 즐겼어요.

어제의 기억은 토해낼 겨를이 없었고

미래는 그 때 가서 걱정하면 그만인 것이기에

오로지 오늘 나와 잔을 마주치는 이 사람들과 

지금 느끼는 정종 맛에 열중할 뿐입니다.

 

자연은 더불어 공존하는 내 친구입니다.

우리만 먹을 수 없어 새들을 불렀어요.

배고픈 새들이 날아와 앙증맞은 발가락으로

내 손가락을 움켜쥐고 손안의 월넛을 물어갑니다.

경계심을 풀어주기 위해 딴청피는 듯 곁눈질로 손안의 새를 바라다봅니다.

그 친구들을 위해 김실장님이 가져온 잣, 호두, 아몬드 따위를 한움큼 덜어내어

떠나는 길 양지바른 곳에 올려놓았습니다.

 

산을 내려와 지난번 들렀던 칼국수집에 들렀습니다.

직접 밀어 만든 칼국수를 착한 가격에 내 놓는데

맛은 두배입니다.

물론 산을 다녀온 이유도 있지만

정성이 맛을 배가시키는 것 같습니다. 

 

김진기 원장님은 술맛을 모릅니다.

잡기에는 강한데 주(색?)에는 약한 것 같아요.

막걸리를 찾는 나와 김실장님을 측은하게 바라봅니다,

 

김시호 실장님은 진정한 애주가입니다.

하산길 막걸리 한잔 하는 맛으로 등산하는데

그런 즐거움을 빼앗길 순 없다고 강하게 한잔을 주장합니다. 

한잔이 꿀맛같아 갈등하다 결국 칼국수 대신 또 한잔을 더 하고서야 일어섰습니다.

胃大한 나는 남은 술이 아까워 술병 톨톨 털어 세잔을 채웠습니다.

막걸리 한 통으로 인생을 소풍처럼 산다면

그보다 행복한 삶이 어디 있을까?

 

1. 11 일도 번개 산행이 예정되어있습니다.

그날 수원 광교산에서 경기본부 노사단합대회가 예정되어있어서 저는 함께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