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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705 파견자의 애환

by 굼벵이(조용욱) 2021. 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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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7. 5() : 파견자의 애환

 

남들이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지적인 면에서 열등해져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은 우월감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하고 벗하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쇼펜아우어-

지주가 지나가면 지혜로운 농부는 깊이 고개를 숙이고 소리 없이 방귀를 뀐다.

 

KYH 처장과 점심식사를 같이 했다.

K 처장은 자회사로의 전적을 거부하여 현재 파견자 신분인 채 자회사에서 관리지원처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분이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파견자 OJH 부장과 함께하기를 희망하기에 그러면 KMR 과장이 함께해도 괜찮겠냐고 했더니 좋다고 했다.

1150분쯤 그분 사무실에 들러 함께 걸으며 약속장소인 라스칼라로 향하는 길에서도 그는 계속 파견자 신분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빠른 시일 내에 복귀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사실상 세 명 밖에 안되는 1,2직급과 현원이 많이 부족한 6직급 사무직군은 우선 복귀시키고 나머지 3,4직급 간부들은 모회사에서 승진시켜 자회사로 보내는 안 등 자연스럽게 복귀시키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러나 우리회사의 경영진은 이미 복귀불가 방침을 굳힌 상태이다.  

OJH부장은 자신이 전적을 거부하는 이유가 남다르다.

그는 본질적으로 정부의 구조개편 정책에 반대하기 때문에 전적을 거부한다고 했다.

그러나 K처장은 조금 달랐다.

그는 우리회사에 장학생으로 입사한 것에 대해 강한 Pride를 가지고 있었다.

KEP에 장학생으로 입사했으니 KEP인으로 은퇴하고 싶다는 거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는데 타의에 의해 억지로 자회사로 보내지는 것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식사하는 룸 밖 홀에서는 70년대에 풍미하던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하남석의 밤차로 떠난 여인부터 패티김의 노래까지 다양한 음악을 언더그라운드 아마츄어 가수가 애절한 감정을 실어 피아노 연주와 함께 흘려보냈다.

파견자 문제로 아주 많이 침울해져 있고 감정적으로 조금은 격해져 있었던 찰나에 그 노래들은 우리에게 많은 위안이 되었다.

내가 점심을 대접해 드린다고 했는데 김처장이 굳이 자신이 낸다고 해 여러 사람 앞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그분 밑에서 일하던 내가 그분을 이길 수는 없는 것이어서 결국 그가 점심값을 내도록 하였다.

돌아와 K처장이 제시했던 안에 대해 팀장과 처장에게 설명했다.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의미있게 공감하지 않고 모두들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처장은 OJH 부장의 전적 거부 사유를 듣고 '미친 놈'이라는 말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