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705 내가 전문가의 길을 택한 이유

2002. 7. 5 : 내가 전문가의 길을 택한 이유

 

감사실 AJH가 아침부터 또 불러댔다.

결국 LJH와 내가 일상감사팀장에게 가서 2시간이 넘도록 아웃플레이스먼트 서비스에 관해 설명해야 했다.

그들은 이제껏 처음 들어본 말이라 이에 관해 아무런 개념이 없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자신이 감사자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하여 어떻게든 흔적을 남기기를 원한다.

본질을 벗어나지 않는 아주 사소한 부분의 수정이라도 남겨야 제가 할 일을 다했다며 마음의 위로를 얻고 결재를 한다.

일상감사팀장은 토목을 전공한 엔지니어였는데 정말 견뎌내기 어려울 정도로 까탈스럽고 집요했다.

아마도 자신이 전혀 모르는 분야이다 보니 자신의 상사인 감사에게 들고 가 설명하고 결재를 받아오는데 어려움이 있어 그렇게 유난을 떨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감사와 사장의 결재가 떨어지고 공고 스케줄이 잡히자마자 자격을 가진 두 업체에 전화를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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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감사실 일상감사팀과 함께 하기로 했다.

LCS 팀장이 갑작스런 약속으로 빠지는 바람에 회합을 연기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그동안 몇 번의 스케쥴 변경이 있었던 만큼 그냥 진행하기로 했다.

강남경찰서 옆 등나무 삼겹살 집에서 회합을 가졌다.

우리회사에서는 가장 권력지향적인 사람들이 모인 자리일 게다.

넓은 홀에서 여러사람들이 먹고 마시며 떠드는 자리인 만큼 분위기는 무척 어수선했다.

술잔은 대나무 마디 바로 아래를 잘라 통술잔으로 만들었고 술병도 대나무 통 안에 술이 담겨있어 온통 대나무로 구성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저녁식사로 제공된 김치 국수가 깔끔한 입맛을 돋우었다.

그들은 내게 감사실을 협박하는 못된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관련 분야를 오랜 시간 동안 연구해 온 사람에게 잠깐 동안 보고서 내용을 훑어보고 그저 우월적 지위로 감사를 하겠다는 자세가 잘못된 것이지 나의 이유 있는 주장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들 앞에서 그렇게 말하지는 않고 생각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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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로 거나하게 먹고 마신 후 헤어져 SUS, KYB, 나 그리고 부장이 함께 택시를 타고 부장을 바래다주기 위해 부장집 방향으로 향했다.

부장은 기분이 좋아 보이고 한잔 더 했으면 하는 눈치다.

그걸 알면서 그냥 보내버리면 나는 승진이고 뭐고 포기한 채 외눈박이로 살아야 한다.

아니나 다를까 슬쩍 운을 띄어보았더니 기다렸다는 듯 한잔 더하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결국 키가 멀대인 중년 여성 둘이서 경영하는 카페 MS에 들렀다.

거긴 부장 단골 술집이다.

나는 지하로 통하는 입구에서부터 풍기는 술쩌는 냄새, 그녀들의 하얀 얼굴, 차거운 손이 정말 싫은데 왜 그는 거길 그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온갖 양기를 주둥이로 몰아 농을 질퍽거리며 스카치블루 중자 한 병을 더 마신 뒤에야 헤어졌다.

일찍 시작한 덕으로 11시 밖에 안 되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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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경영하는 48법칙 상권을 모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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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 부처장이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해 그를 방문했다.

거의 한 시간여에 가까운 시간을 그와 면담했다.

그가 전문직에서 일반직으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방법에 대하여 설명해 주었다.

이제는 전문원 생활이 지겹다며 그는 다시 일반직으로 돌아가야겠다고 했다.

그동안 계통계획 전문원으로 열심히 일해 왔고 지금은 많은 세월이 흘러 그 전문성이 사실상 용도폐기 될 때가 되었다고 했다.

나는 그가 앞으로 취해야 할 방향 2가지를 설명해 줬다.

그러는 나에게 그는 왜 전문원의 길을 택했는가 하고 물었다.

나는 정년퇴직할 때까지 열심히 공부하며 일하고 싶었다고 말해줬다.

58세의 나이에 정년을 맞는데 적어도 그 때 까지는 학문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게 내 지론이다.

전문원 만이 직급이 올라가도 계속 자기 전문분야의 일을 할 수 있다.

알량한 권력의 맛에 매료되어 자신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체력과 지력이 따라주는 한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