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7.16(화) : Yes Man, No Man
오늘도 마음이 불안해 새벽 3시 조금 지나 잠에서 깨었다.
승진이라는 부담이 불안의 행태로 가슴 안에 커다랗게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지는 모든 일들을 무의식적으로 승진과 연결 시키면서 불안이 더욱 커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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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아침 일찍부터 처장님이 나를 찾았다.
파견자 관련 대책을 기획처에서 사장님께 보고했는데 우리 방향과는 정반대의 내용이 담긴 듯하니 이를 검토해 달라는 주문이었다.
모두들 자기 시각으로 판단해서 자기 편의에 따라 보고하겠지만 기획처의 의견은 전체적인 인사의 큰 그림을 살피지 못하고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특정 부분만을 부각해 판단한 듯했다.
사람은 각자의 생각이 모두 다르다.
그래서 조직의 생각 또한 다르다.
생각의 다름은 대개 정보나 경험의 다름에서 온다.
사람이 태생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성품도 물론 다르지만 태어나서 자란 환경이 개인별로 각각 다르기에 각자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회사 분할에 따른 인력분리의 모든 과정을 경험하지 못한 조직관리팀의 입장에서는 우리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자기 분야가 아닌 인사 분야까지 끼어들어 간섭하며 엉뚱한 방향으로 사장을 혼란스럽게 한 것이다.
덕분에 불필요한 검토를 하느라 나는 늦은 시간까지 야근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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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회의에서 부장은 내게 사업부제 관련 자료를 수집 배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겠다고 대답은 했으나 마음은 불만으로 가득찼다.
가뜩이나 정신없이 바쁜 내게 불요 불급한 업무지시를 한 데 따른 불만이다.
다행히 97년도에 YSH 부장이 검토한 사업부제 검토서를 KMR 과장이 구해 와 그것으로 대체하는 바람에 나의 불편한 마음이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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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직원들이 월드컵 관련 시간 외 근무급 추가분 20시간급을 놓고 왜 자기네는 주지 않는가 하고 따지자 KHM 위원장이 내게 해결책을 요구해 왔다.
나는 실적급의 본질에 대하여 설명했다.
그러자 KHM 위원장이 “나는 무식해서 모르지만” 하고 비아냥거리며 시비조로 이와 관련한 질문들을 연이어 쏟아냈다.
한참 동안 말없이 그의 말을 듣다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겠다고 하였다.
이에 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다.
우리 팀장은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하직원 CSY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금여팀의 KWK 과장은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급여팀장은 구체적인 규정까지 열거하며 절대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해 봐도 그래선 안 될 것 같다.
그렇다고 내가 안 된다고 주장하면 나는 파견자들로부터도, 팀장으로부터도 심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나는 내가 사는 길을 택했다.
CSY에게 노무처 의견을 묻는 공문을 발송하여 답변을 받아 원칙을 수립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급여팀장이 쾌도난마로 한칼에 잘라버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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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일하는 과정에서 팀장의 부적절한 지시에 한번도 NO 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KMR 과장이 사업부제 문제를 쉽게 해결해 주었고 시간 외 수당문제는 공문을 통한 우회적인 방법으로 팀장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돌려놓았다.
KHM 위원장의 경우에도 그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문제를 조용히 종식시켰다.
그의 요구에 No를 먼저 내세우며 감정을 건드리거나 하지 않고 ‘이 문제를 다시 한번 관계부서와 협의해 보겠다’고 여운을 남긴 뒤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그에게 다시 전화해 그동안 급여팀과 상의한 내용, 지금까지 파견자들이 받아왔던 시간외 수당의 흐름 등을 설명했다.
그는 당초의 격한 감정을 가라앉히고 결국 내가 정한 원칙을 수용했다.
내가 덧붙여 정책적으로 가능한 다른 방법이 있는지 더 알아보겠다고 하자 그는 고마움까지 표시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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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그동안 읽은 여러 권의 경영서 덕분이다.
지속적인 학습으로 뇌를 말랑말랑하게 해야 트러블을 막을 수 있다.
절대 No라고 말문을 열지마라.
처음에 무조건 공감해야 나중에 마음을 열고 안 되는 이유까지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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