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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718 아이들 비만과 나의 아내

by 굼벵이(조용욱) 2021.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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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7. 18() : 아이들 비만과 나의 아내

 

어제 아내에게 심한 상처를 주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나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본심을 아무런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인 것이다.

사실 난 아이들과 식사를 할 때마다 아이들 식습관에 신경이 곤두선다.

아이들이 모두 너무 심각한 비만 상태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만일 누구라도 그런 식습관을 가질 경우 비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어제저녁 식탁에서 호신이는 관례적인 인사로 잘 먹겠습니다를 외쳤다.

평상시와 달리 엄마로부터 인사에 상응하는 답례가 없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길래 내가 따끔하게 혼내주었다.

그 녀석은 매사에 그렇게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제멋대로 신경질적이다.

큰 녀석 경신이는 접시에 똑같이 나누어준 밥인데 자기 밥이 적다며 더 달란다.

엄마가 만들어준 잡채를 한 그릇에 담아놓고 마음대로 먹으라고 했으면 아마도 그는 전체 잡채의 1/2이상을 먹었을 것이다.

결국 필요 이상으로 먹은 음식은 그의 허리 부분 어디엔가에 지방으로 저장될 것이다.

처음엔 각각의 접시에 나누어주는 어제의 배식행위를 보고 아내가 이젠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구나 하고 생각해서 기분이 좋았었다.

그런데 큰 녀석은 자꾸 밥을 더 달라고 조른다.

그런 아이에게 아내는 자기 밥 한 덩이를 덜어 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아이들 앞에서 또 자기가 만든 음식에 대한 부정적인 평을 했다.

이번에는 음식이 좀 싱겁다라고 평했다.

난 음식에 대한 그런 부정적인 평을 무척 싫어한다.

난 그때 울화가 울컥 넘어와 버렸다.

지난번에도 그녀는 자기가 애써 담아놓은 김치에 대하여 아이들과 밥 먹는 자리에서 김치가 짜다고 했다.

그 후부터 아이들은 한 번도 김치에 젓가락을 내밀지 않았다.

고기만 밝히는 아이들이기에 김치(야채)라도 습관적으로 먹이려고 그동안 그렇게 발버둥 쳤는데 그런 나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난 그때에도 아내에게 경고를 했었다.

그런데 오늘 그녀는 다시 자기가 정성 들여 만든 음식을 잘 먹고 있는 아이들에게 음식이 싱겁다며 또 부정적인 평을 한 것이다.

이번엔 울컥 울화가 치밀어

더 이상 그런 말은 듣기 싫다.”고 하면서

왜 자꾸 아이들 앞에서 자기가 애써 만든 음식을 싱겁다, 짜다 그래?

차려진 음식 그냥 아이들이 잘 먹으면 되는 거지.

하고 말하자 아내는 금방 눈물을 터뜨렸다.

울고 있는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수시로 아이스크림이나 빵, 과자 종류를 입에 달고 산다.

이 모든 것들이 모두 비만의 원인이다.

그런데 우리 집엔 늘 그런 것들이 구석구석에 널려져 있다.

아내가 그걸 즐기기 때문이다.

사실 난 아이들의 비만에 무척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런데 아내는 전혀 그게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그걸 걱정하는 나를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것들이 모두 한 데 어우러져 참았던 불만이 오늘 터져 나온거다.

 

여보 미안해!

당신이 미워서 그런 건 아냐!

 

(결국 경신이는 서른 세살인 지금도 심각한 고도비만으로 고생하고 있다. 스스로 만들었을까 만들어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