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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717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술

by 굼벵이(조용욱) 2021.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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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7.17() : 좋아하는 사람들 그리고 술

 

어제는 인력진단 위원회와 사업부제 준비팀을 모아놓고 기획본부장 주재하에 회의가 있었다.

그런데 사장이 예고 없이 갑자기 나타나 59분 동안 즉석연설을 하였다.

입담이 좋아 마음 가는 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았다.

내가 듣기엔 핵심도 없고, 무엇을 말하는지 모르겠고, 회의 주제의 주변만 두드리다 주제에서 멀찌감치 벗어나기도 하는 것이 어찌 보면 횡설수설하는 듯 했다.

그런 그를 사람들은 연설을 잘한다고 한다.

그가 사장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달리 말했을지도 모른다.

내가 보기엔 사람들이 사장의 직함을 보고 알랑거리는 듯하다.

오전 내내 회의를 하는 바람에 12시에 만나기로 한 입사 동기 모임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WKH와 RHR, CSK, KSH BSH JYC과 점심을 같이 하기로 했었다.

사장의 깜짝 출현 덕에 준비팀 회의가 한 시가 넘어서야 끝났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사실 그런 모든 것들이 모두 시간 낭비에 불과한 것 같다.

회의는 무슨 얼어죽을...생각도, 결론도 없으면서...

나한텐 친구들과 같이 먹는 점심밥이 훨씬 더 소중하다.

**************

 

퇴근 무렵 CYK 부장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시간이 난다고 해서 함께 술 한 잔 하자고 하였다.

마침 HYS처장도 별다른 약속이 없다고 해 LCH 복지부장을 포함 도합 네 명이 함께 둔촌동 막창집에 갔다.

돼지 목 부위의 항정살은 전혀 돼지고기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막창도 어떻게 요리를 했는지 질기지도 않으면서 깔끔한 맛을 냈다.

무침도 간이 맞는 것이 고소하고 내 입맛에 맞았다.

술은 산사춘으로 했다.

내가 밥값을 내려고 하자 C부장이 굳이 밥값은 자기가 낼 테니 노래방 비용이나 나보고 내란다.

우리는 노래방으로 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었다.

H처장은 처장 신분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우리와 함께 호흡하며 노래를 부르고 도우미와 춤도 추었다.

이부장도 최부장도 모두 신나게 잘 놀았다.

1시간여를 그렇게 놀았는데 C부장이 한 잔 더하자고 해 결국 술집 LOBBY로 갔다.

거기서 맥주를 8병이나 마신 뒤 C부장과 함께 귀가 택시를 타고 내렸는데 C부장은 내게 한잔 더 하잔다.

술 끝이 정말 질기다.

나와 C부장은 같은 아파트에 살며 동만 다르다.

결국 아파트 근처 허름한 카페에 들어가 맥주를 세 병 더 마셨다.

그 자리에서 C부장은 입에 거품을 물으면서 SHJ 처장에 대한 회사의 부당한 처우에 대하여 불만을 토로하였다.

물론 보는 시각마다 많은 차이점이 있겠지만 거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가끔 긍정한다는 의미의 고갯짓과 침묵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