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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805 오멘

by 굼벵이(조용욱) 2021. 3.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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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8. 5() : 어머니 그리고 오멘

 

지난 토요일은 휴무일 이었다.

전무님께 PJH 사건의 전말을 보고할 겸, 또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전무님 휴가 인사도 드릴 겸하여 회사에 출근하였다.

오전에 전무님 방에 들렀더니 KSW 처장과 면담 중이셨고 K처장과 함께 사무실을 막 나서면서 무슨 일로 왔냐고 하시기에 그냥 다음에 보고 드린다고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 후 전무님이 바로 퇴근해 버리시는 바람에 보고도 인사도 아무것도 못 했다.

점심시간에 김낙현 팀장 일행(신기정, 김유상)을 우연히 만나 함께 칼국수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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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엄마 생신이기에 아침 일찍 평택에 내려갔다.

아침 650분 쯤 문을 나서니 비가 억수같이 퍼붓고 있었다.

조금 무리하게 속도를 내었더니 한 시간 만에 시골집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집사람이 준비해 간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하는데 마침 SC어른께서 오셔서 식사를 같이 했다.

식사 중에 그 어른이 말하길 지난주 숙모 생신이 있었는데 사촌 형제자매들이 밖에 외식하러 나가면서 엄마를 초청하지 않아 엄마가 무척 서운해하면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했다.

그 섭섭함을 엄마는 또 고모네로 외삼촌네로 이리저리 하소연하셨던 모양인데 결국 그것이 화근이 되어 잘못된 인간관계로 더욱 꼬이게 만드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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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숙모 생신에 자신이 당연히 초대 되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하지만 사촌들과 삼촌 내외는 그들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여기저기 나서서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엄마가 성격상 자칫 좋은 분위기를 망칠 거란 걸 나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좋은 자리에의 초대는 함께 하고 싶은 좋은 사람들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자리에 초대를 받고 싶으면 상대방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겨 자연스럽게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게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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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으로는 우리라도 숙부모님을 함께 모시고 나가 점심식사를 같이 하면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고 싶었으나 형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는 차를 몰아 외삼촌 내외가 살고 계시는 권관리로 향했다.

외삼촌은 은퇴 후 낙향하여 텃밭을 일구시며 노인회 활동도 적극적이셨다.

시골길이 험악하여 나는 외삼촌 집 앞에서 차를 길가 도랑에 빠뜨리고 말았다.

너무 깊숙이 빠져들어 점점 차체가 기우는 것이 자칫 아랫집 담장을 무너뜨릴 것 같은 기세였다.

삼촌은 동네에서 경운기를 불러 보았지만 경운기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사람들은 크든 작든 이렇게 절박한 순간에 접하면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린다.

나도 마음속으로 이 역경으로부터 순조롭게 벗어날 수 있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의 결과는 기적처럼 현실로 나타났다.

다시 부른 트랙터가 처음에는 차를 묶은 줄이 풀어지는 바람에 잠시 긴장감을 주었지만 차를 거뜬히 들어 올려 밖으로 꺼내주었다.

나로서는 매우 마음 졸인 어려운 상황이었다.

차도 담장도 모두 무사했다.

종교는 그렇게 탄생하나 보다.

덕분에 장수촌에서 오리고기로 오늘의 메인이벤트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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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잠자던 중에 문득 어제의 사건을 복기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 사건은 앞으로 내게 다가올 그 무엇인가를 암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내게 이보다 더 큰 어려움이 다가온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했다.

따라서 이에 대비하여 무엇인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자기만의 성급한 판단으로 세상을 살다가는 이처럼 봉변을 당할 수 있다.

그 깊은 도랑에 빠진 이유는 후진으로 집을 끼고 돌다가 생겼다.

뒤에 도랑이 없거나, 있어도 아주 야트막한 작은 도랑일 것 이라고 어림짐작했기 때문이었다.

후진 중에 뒷바퀴가 살짝 가라앉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때 형이 나를 보면서 무엇인가 소리를 지르는 듯했다.

그러나 차의 창문을 닫아놓은 상태였으므로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결국 주변의 이야기를 무시한 채 나만의 생각과 판단으로 상황을 심각한 상태까지 몰아 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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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자기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더라도 늘 자문이나 주위의 의견을 구하는 겸손을 배워야 한다.

아마도 내 의지 위에서 내 의지를 관장하는 의지가 내게 더 크게 다가올 미래의 역경을 준비하도록 경고한 듯하다.

그리고 나는 내 의지를 지배하는 의지가 나를 바르게 인도하심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