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0807 OO지방노동사무소

by 굼벵이(조용욱) 2021. 3. 21.
728x90

2002. 8. 7() : OO 지방노동사무소

 

어제 OO지방노동사무소에 가서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왔다.

노동부 공무원이 얼마나 상식 이하인지 뼈저리게 경험했다.

물론 내가 그들의 심기를 건드렸던건 사실이다.

그들의 잘못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알량한 권력으로 부리는 교만과 꼬장은 20년이 지난 지금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수준이었다.

지금이야 목을 걸지 않는 한 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그때는 그게 일반적이었다.

옳은 걸 옳다고 말하며 살 수 있기 위해서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바쳤다.

그 안에 나도 있다.

*******************

 

아침 9시 반 경에 나는 LJK에게 전화를 걸어 몇 시 쯤 가는 것이 좋겠냐고 물었다.

그는 오전 중에 왔으면 좋겠다고 퉁명스럽게 답했다.

Y부장은 이미 SUS과장에게 돈봉투를 마련해 놓으라고 지시를 했었다.

S과장이 건네주는 30만원이 든 봉투를 가방에 넣고 OO동 OO지방노동사무소로 향했다.

마침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전철을 타고 방배역에서 내려 OO지방노동사무소 건물까지 걸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올라가니 LJK가 다른 몇몇 사람과 이야기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마음에 없는 미소를 머금고 그에게 다가가

안녕하세요. OO의 조용욱 입니다.” 라고 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 나한테 왜 조사하냐고 야단치던 그사람?” 했다.

나는 ?, 제가 언제 그랬어요?” 하고 말하자

그는 우선 자리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나는 그 친구 자리 맞은편 진술인 석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

그 시각이 대략 115분 즈음이었고 그 후 30여 분 동안 그는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1135분쯤에 나타나 OO노조에서 사람들이 와있어 오전에는 곤란하니 오후 130분에 다시 오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나가버렸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골탕먹이기로 작정을 하고 꼬장을 피우는 행태가 참으로 가관이다.

*******************

 

나는 1140분 경에 OO지방노동사무소 문을 나서 점심식사 할만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언덕길 아래로 조금 내려가다 보니 설렁탕집이 있어 그곳으로 들어갔다.

우선 여팀장에게 그간의 사정을 보고하고 설렁탕 한 그릇을 시켰다.

그나마 그집 김치가 내 기분을 전환시켜 주었다.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은 것이 간이 아주 잘 맞았고 적당히 익어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주인 눈치를 보며 김치를 거의 두 접시나 먹었다.

*******************

 

식사 후 커피숍에 들렀다.

나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었을 정도의 중년 아줌마가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커피 한잔을 시키면서 손님이 많으냐고 물었다.

그녀는 휴가철이라 손님이 별로 없다고 했다.

내가 그녀에게 질문한 의도는 내가 피곤해 조금 자고 싶은데 손님이 많으면 어쩌나 해서였다.

스피커에서는 영화 ‘THE GHOST’ 의 주제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커피숍을 홀로 지키는 중년 여성의 마음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했다.

‘Oh, my love my darling I've hungered for your love, your touch...

그녀의 외로움을 은유적으로 말해 주는 것처럼 들렸다.

커피 한잔을 마시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잠깐 졸던 중에 능글맞은 두 노신사가 들어서면서 마담에게 건네는 희롱에 잠에서 깨어났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잠시 월간 인사관리 책자를 꺼내어 읽다가 시간에 맞추어 다시 노동사무소를 찾았다.

내가 그의 자리 앞에 도착한 시간은 120분 이었다.

그는 125분쯤에 도착했고 도착하자마자 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그의 책상에 놓여있는 서류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국회 답변자료를 작성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이었는데 그는 그걸 무려 5분 동안 읽는 척하더니 사환을 불러 그걸 복사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나누어주도록 한 뒤 책상 서랍을 뒤져 칫솔과 치약을 꺼내 칫솔에 치약을 묻힌 후 내게 양해조차 구하지 않고 이를 닦으러 또다시 나갔다.

하는 짓거리가 아주 가관이다.

양치를 마치고 다시 들어와 박주현 관련 서류를 찾는다고 온 책상을 뒤지고, 캐비닛을 뒤지는 등 온통 난리굿을 펴더니 30여 분 만에야 그 서류를 찾아내는 척했다.

계획적이 아니라면 그는 전혀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나를 불러 맞이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마침내 찾아낸 서류를 그는 처음부터 다시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이대목에서 보면 그는 계획적으로 내게 엿을 먹이고 있다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다.

그런다고 내가 넘어갈 사람도 아니다.

나는 그런 사람을 더욱 골탕 먹일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런 그가 한 참 만에 내게 던진 질문은

PJH의 진술에 의하면 2자리 공석이 있다고 하는데 왜 승진시켜주지 않았지요?” 였다.

나는 인사 관행상 공석이 있다고 해서 바로바로 승진인사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 뒤

금번 지노위에서 쌍방 합의한 바에 따라 금년 승진자가 배치발령을 받는 정기인사 시기에 4직급으로 승진시킬 것이며 대략 시기는 이달 말쯤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의 건축직군 공석 발생 현황과 정기인사 현황을 작성해서 팩스로 87일까지 보내라고 했다.

그리고는 지금 당장 그를 승진시킬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지노위 합의사항에 따라 정기인사 시기에 승진시킬 것이라고 답변하였다.

고작 그게 끝이었다.

다시 말해 그는 완전히 나를 엿 먹일 심산으로 계속 나를 궁지에 몰아 넣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모른척 태연자약하게 모든 것을 참아내었다.

그런 내게 그는 오히려 더욱 화가 났을 것이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 녀석이 가지고 있는 모든 나쁜 감정을 내가 다 받아주고 풀어 주리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그에게

지노위에서 합의하고 당사자가 OO 지노위 사건에 대하여 취하서를 제출하였으므로 짧은 소견에 모든 사건이 다 해결된 것으로 판단해서 한 말이라고 하면서

혹시라도 오해가 있었으면 양해해 달라는 정중한 부탁까지 하였다.

그 녀석에게 철저하게 유린당했지만 나는 속으로 넌 내가 내 친구로 만들어 버릴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에게 컴퓨터를 맡기며 나의 조서를 고치고 싶은 대로 고치라고 했다.

그 말은 다시 말해서 나는 이 일에 관심이 없고 단순히 과장(GJH)이 조사하라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말의 또 다른 표현처럼 들렸다.

나는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진술서를 조금씩 고치고는 가방에서 얼른 봉투를 꺼내어 컴퓨터 자판 밑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펜으로

자판 밑을 확인해 보세요. 나중에 식사라도 하시죠.”라고 적어 그에게 보여주었다.

그랬더니 그는 메모가 적힌 종이를 찢어서 휴지통에 버렸다.

그리고 그는 돈 봉투를 다시 돌려주며 나지막한 소리로

나중에 과장하고 이야기 하세요.”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건 그거고 그동안 고생 많았는데 식사라도 하시라고 하면서 계속 권했더니 그러면 이거 공시해 버릴 거라면서 위협조로 되돌려 주었다.

나는 속으로 그래 차라리 그러는 네 모습이 더욱 내 맘에 든다.’라고 생각했다.

노동사무소 문을 나선 시간은 거의 오후 4시가 다 되었을 무렵이었다.

비는 계속 추적거리며 시멘트 보도를 적신다.

전철역에 당도하여 팀장에게 보고한 후 사무실로 돌아와 상세한 내역을 팀장과 처장에게 보고했다.

처장님은 내게 참느라고 수고했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팀장은 자꾸 나보고 노무처 H실장에게 가서 그 건 관련해 보고하란다.

난 그게 싫다.

그는 내가 오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에게 가서 구걸하듯 자꾸 노무처를 끌어들이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는 마침 손님(국정원 담당관)과 대담 중이었으므로 과장들하고만 노닥거리다가 돌아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