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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1107 무책임한 책임자들 그리고 감사실 정책감사 무용론

by 굼벵이(조용욱) 2021. 8.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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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1. 7() : 윗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아랫사람 그리고 옥상옥 감사실

 

Y가 그동안 제멋대로 벌려놓은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기 위해 꼭두새벽 출근과 동시에 Y와 함께 전무님 방에 갔다.

노조에게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미련 없이 잘라 말했어야 하는 데 Y는 마치 될 수도 있는 양 질질 끌며 장밋빛 환상을 품게 하는 미사여구만 쓰다 보니 결국 노조에게 말려들어 전무가 반대해서 안 되는 것처럼 생각해 노조가 전무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결국 Y는 자신의 책임하에 처리해야 할 일을 모두 전무에게 전가하는 꼴이 되었다.

노동조합 포상이든 사장 포상이든 퇴직자에게 주는 포상은 급여상의 혜택을 부여할 경우 바로 퇴직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기업 정서상 감사원이나 정부로부터 통제를 받아 실현 불가능할 것이 뻔한 이치인데 Y는 전무님한테 그 결정을 미루고 자기는 노조로부터 인심을 잃지 않으려고 엉뚱한 소리만 했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어쩌면 Y가 노조랑 생각을 같이 했는지도 모른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다.)

 

해외사업 인력교류 관련 문서도 감사실에 이첩했다.

감사실에 일상감사 문서를 맡길 때마다 늘 느끼는 사항이지만 감사실의 감사방식은 영 잘못되었다.

그들이 내게 건네는 질문은 본질에서 많이 벗어나거나 내 권한 범위 밖의 것들이다.

예를 들면 '자회사와 전략적 인력교류 협약을 맺는다고 했는데 그 내용이 무엇이냐?' 따위의 질문이다.

내가 신인가?

맺지도 않은 협약의 내용을 나보고 어찌 답하란 말인가!

미래의 협약 내용까지 미리 만들어 놓고 검토서를 만들란 말인가?

쉽게 말해서 전문성도 없이 오로지 '감사를 위한 감사, 질문을 위한 질문'이 그들의 감사방식이며 내용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도 하지 못한 채 전문가가 애써 만든 서류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면서 우월적 지위에서 기안자로부터 하나하나 기안 내용을 배워가다가 그들의 생각과 기안자의 생각이 다를 경우 이를 지적하는 방식이다.

기안자는 처음부터 많은 것들을 고민하고 자료를 수집하여 여러 가지 것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후 필요한 결론을 도출하지만 그들은 아무런 전문성도 없으면서 직무감찰을 한답시고 기안자를 취조해 전해들은 이야기로 판단해 자기의 의견과 기안자의 의견이 다를 때 이를 감사의견으로 지적하는 방식이다.

이런 것들이 공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저해요인 중 하나다.

여기저기 각 부서를 돌며 부딪치는 의견의 대립과 조정 과정도 그렇지만 옥상옥의 감사실은 정말 불필요한 순전한 소모전이다.

사장의 경영정책이 채 만들어지기도 전에 감사가 미주알 고주알 간섭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후 한 시부터 P국장과 모성보호 관련 단협회의를 계속 이어갔다.

P국장은 상당부분 나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들이 요구하는 단협의 관련 조항들이 대부분 G공사 단협사항을 그대로 베낀 것인데 그것이 정말 말도 아닐 정도로 우습게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한 가지 공방이 있었던 것은 남여평등을 이유로 한 고충사항이 발생할 경우 그 해결을 위해 노조 측은 노조가 임의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 하였으나 나는 이를 양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의 감정을 생각해 일부러 그 자리에서 곧바로 결정하지 않고 결론을 유보한 채 내 자리로 돌아와 관련 사항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는 척했다.

결국 그는 제풀에 꺾여 스스로 대안을 수정제시했고 그것은 나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것이었으므로 쌍방 합의하고 진행시켰다.

우리가 합의한 사항은 성 차별 관련 고충사항이 발생할 경우 그 해결을 위하여 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하며 그 입증 책임은 공사가 부담한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