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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2

20021108 해외출장 뒷풀이

by 굼벵이(조용욱) 2021.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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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11. 8() : 해외출장 뒤풀이

 

직급체계 조정 및 초간고시 개선방안 보고서를 전무님께 전해드렸다.

다음번 노사협의회에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P국장의 엄포도 있었고 사업부제 관련사항도 나의 제안이 흐지부지되어버린 것 같아 그냥 직접 우리 라인을 통하여 별도로 진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전무님은 보고서에 칼라를 넣는 것을 안 좋아하셨다.

전무님으로부터 목차를 넣어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해외사업처에서 사장님께 보고한 내용 중 모회사가 필요 시 언제든지 자회사의 우수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강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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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부터 단협 회의가 있었다.

노조의 P, K, O 등이 그동안 내게 보여준 두 얼굴을 감내하고 모른 척 새새거리며 살아가야 하는 내 삶에 애환을 느낀다.

자기를 살지 못하며 언제나 자신의 본질과 다른 인생을 살아가야 하는 불쌍한 사람들...

그들이나 나나 마찬가지 감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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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와 저녁에 약속을 해 놓고 어제 저녁 술을 너무 먹어 오바이트를 했다며 약속을 취소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서 O에게 약속취소 전화를 걸지 않았다.

그러나 퇴근시간 무렵에 Y는 나에게 차를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나는 Y의 약속취소 주문에도 불구하고 그냥 O와 만나기로 하였다고 말하고 괜찮으면 함께 가지 않겠냐고 했더니 그가 마음을 바꾸어 함께 가고 싶다고 하였다.

(차라리 차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할걸 그랬다.

내 등골에 여러군데 구멍이 났는데 그 중 한개는 Y가 뚫어놓은 구멍이다.

당시 회사는 승진대상자들 등골 빼먹으며 산다는 이야기가 유행이었다.

특히 본사 과장은 이루 말할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오죽하면 코끼리를 냉장고에 집어넣는 방법에 대한 답으로 우리회사 본사 과장에게 시키면 된다는 우스개소리 까지도 있었다)

 

630분에 모여 그동안 해외에서 있었던 즐거운 일들을 회상하며 수다를 떨었다.

나는 Y의 취소요청이 있자 곧바로 K과장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가자고 했더니 그는 와이프랑 있었던 긴한 약속에도 불구하고 나의 제안에 흔쾌히 응해 주었었다.

등나무집 통와인 삼겹살 집에서 죽통주와 소주를 함께 마시고 국수까지 끓여 먹었다.

모두들 흡족해 하는 표정이다.

해외출장길에 찍은 사진을 O에게 전달하고 1차 술자리를 마치고 나오는데 O가 맥주 한잔 더 하고 싶다고 하였다.

Y가 머뭇거리며 그는 그냥 집에 가고 싶어 했으므로 그를 보내고 O와 김과장 나 셋이서 맥주집에 들렀다.

Y는 그동안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혼자 차를 타는 것도 힘들어하는 척했다.

승진을 앞둔 내가 그에게 취해야 할 행동은 그를 위하여 택시를 잡아주고 택시비까지 주었어야 옳다.

그런데 나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그런 것들은 그와 나를 동시에 망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 땐 그게 정답이고 옳은 길이었다.)

 

맥주집에서 맥주 두 병을 더 마시고 함께 버스정류장으로 가 분당 가는 버스를 기다렸다가 K과장을 먼저 보낸 후 33번 버스에 올랐다.

O는 마지막까지 자리를 함께 지키며 비즈니스맨의 소임을 다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