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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521 인쇄물 사건

by 굼벵이(조용욱) 202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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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5. 21(: 맑음)

비상임이사 설명자료는 일단락되어 처장님이 전무님께 보고하고 전무님 요구에 따라 보고서를 절반 정도 더 줄이는 선에서 끝이 났다.

처장님은 그걸 부탁하면서 내게 많이 미안해했고 나는 흔쾌히 받아들여 원하는 자료를 정리해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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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형사고가 터졌다.

우리 회사에 출입하는 작은 인쇄업체 OO기획에서 경리를 보던 여직원이 공금을 횡령하여 달아났다 붙잡혔는데 그녀의 장부에서 우리 직원들에게 그동안 상납한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내용이 나온 것이다.

경찰에서 임의동행 식으로 직원들을 줄줄이 연행해 가고 서류를 몽땅 봉인하고 가져가 버린 것이다.

거기 걸려든 직원들 숫자가 무려 20명이나 되었다.

대부분 10만원 내지 20만원 정도의 수준이다.

그러나 경찰은 그것을 오랜동안 지속한 것으로 추정해서 엄청난 금액으로 부풀려 사건화한다고 한다.

용산 경찰서에서 갑자기 형사들이 들이닥쳐 OO처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다.

L부장도 연루되어 연행되었다고 한다.

윤리경영이다 뭐다 하면서 잔뜩 벌여놓고 있는 시점에 20명씩 되는 직원이 줄줄이 연행되었으니 사고도 보통 사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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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 저녁 회식이 있었다.

얼마 전부터 내가 한 잔 산다며 수없이 벼르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루어졌다.

나는 S과장과 KY과장을 데리고 나왔고 노조는 C국장과 P국장 그리고 L국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1차는 삼태기 홍어회집에서 먹고 2차는 wax로 갔다.

거기서 생맥주 500CC에 양주를 한잔씩 넣은 폭탄주를 만들어 나와 최국장은 두 잔씩 마시고 나머지는 한 잔씩 마셨다.

그리고 적당한 시간에 일어서 노조를 보냈다.

우리끼리 다른 생맥주 집에 들어가 생맥주 한잔 더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이야기의 주제는 Y의 지나친 욕심으로 귀결되었고 이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더 이상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어제 전산 결재라인을 분리해 놓아 그가 전산으로 직접 내게 문서를 배부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직무권한대로 네 일과 내 일이 적정하게 분리된 것이다.

그러자 이에 불편을 느낀 Y는 KY과장과 S과장을 불러 난리를 떨었다.

이젠 알아서 안 해주면 내가 총 칼 들고 직접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고 권리를 찾는 과정에 마찰이 생겨도 그냥 대처할 수밖에 없다.

그가 빨리 욕심을 버리고 평상심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내가 누구 종놈도 아니고 권한 없이 책임만 지는 일은 이제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아파도 독하게 견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