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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3

20030519 이놈의 전두엽

by 굼벵이(조용욱) 2022.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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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5. 19()

아침 일찍 전무님이 청렴도 제고를 위한 행동규범을 들고 사장 방에 들어가 결재를 받아왔다.

처장님은 그걸 들고 또 유난을 떨기 시작하셨다.

세 부를 복사해 달라는 주문과 더불어 결재 간인을 찍지 말고 오탈자 확인부터 먼저 하란다.

전무 방에서 올라오자마자 3부를 복사해 S과장과 KM과장에게 나누어주고 오탈자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사장 결재 간인을 미룬 것은 중간에 사장 수정사항이 발생할지 모르니 만일 사장이 수정한다면 그걸 반영한 후에 간인을 받겠다는 생각에서인 듯하다.

그 바람에 내가 만든 자료를 구하려는 여러 사람에게서 욕을 먹었다.

처장님은 ‘자회사에도 어떻게 보낼 것인지 확인하고 어쩌구...’ 하면서 알아듣기 어려운 업무지시도 했다.

그냥 간단하게 관련부서와 협의하여 자회사에도 보내도록 하라고 했으면 간단히 끝날 것을 내가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지시하여 이를 재차 확인하느라 나만 멍청한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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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발전에서 OO직군 5명에 대한 전적동의서를 가지고 왔다.

S과장에게 전적발령을 의뢰했더니 처장선에서 빠꾸를 맞았다.

한 달 전인 418일자로 소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다시 검토해 오라고 한 것이다.

발령지를 들고 가기 전에 그 정도 검토서는 준비해 가야 하는데 바보처럼 그걸 못한 거다.

모두들 나한테만 의지하니 참으로 답답하다.

열심히 그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중에 처장님이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다.

파견자 문제를 포함해서 사외이사 간담회 자료를 보완해 달라는 주문을 하고는 총총히 사라졌다.

이런 저런 오더를 동시에 받으니 머리가 깨질 듯 아파 오고 부아가 치민다.

거기다가 한 술 더 떠 Y는 OOOO팀 L부장하고 저녁식사 약속을 했다며 함께 가자고 독촉을 해댄다.

마침 차를 가져와 술 마시기도 그렇고 일이 잔뜩 밀려있다는 이유로 정중히 거절했다.

꼬붕도 아닌데 허구한 날 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보이기도 싫다.

그와 어울리는 것 자체가 싫다.

그의 타고난 OO근성이 정말 싫다.

Y가 빠지자 직원들도 모두 빠져나가 나 혼자만 남았다.

빨리 독립을 해야 한다.

중국집에서 저녁을 시켜 혼자 먹으며 마음이 편치 못했다.

예상했던 대로 Y를 따라갔던 KY과장이 저녁식사를 마치고 모두 2차를 가겠다고 나서는 와중에 내게 전화를 했다.

그는 사려 깊게 불편한 내 맘을 쓰다듬어 주었다.

사실은 S가 총무로서 그런 마음을 가졌어야 옳다.

함께 wax에서 만나기로 했다.

Y를 안주삼아 그와 12시까지 생맥주를 마셨다.

그도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Y를 생각하면 자꾸 입이 근질거리는 모양이다.

인간은 그렇게 늘 씹고 씹히면서 살아간다.

이놈의 전두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