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6. 9(월)
오늘부터 업무분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Y는 인사제도를 놓지 않으려고 끝까지 발버둥을 치지만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우선 오늘부터는 처장님이 주관하는 아침 부장회의에 똑같이 참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장들에게 아침회의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자리에 Y는 자기 과장들하고 갖는 회의석상에 나와 나의 조직으로 분류된 KMR과장 까지 불러들였다.
한참을 듣다 보니 부아가 끓어올랐다.
마침 처장님이 부탁한 자료도 있고 해서 급한 자료를 작성해야 한다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 내 자리로 돌아와 출근과 동시에 처장님이 내게 부탁했던 상임이사 선임과정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기 시작하였다.
난 Y가 왜 자꾸 이러는지 모르겠다.
자꾸 나를 자기 휘하에 넣어놓고 있으려 한다.
언젠가 때가 되면 정중하게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몰라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할 아무런 권한도 없으면서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나를 계속 괴롭힌다.
그런 OO근성이 정말 싫다.
******************
오후에 L과장과 내가 우연히 처장님 방에 함께 가게 되었다.
처장님은 둘을 앉혀놓고 이런저런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셨다.
나는 S전무님이 걱정되어 전무님의 안부부터 물었다.
처장님은 S전무님은 괜찮을 것 같다는 뉘앙스의 말씀을 하셨다.
그의 선문답 같은 이야기 스타일에 관하여도 말을 나누었다.
내가 ‘처장님의 선문답은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했더니 ‘너는 너무 머리가 좋아서 그렇다’는 엉뚱한 답변이었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무식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쉽게 이해가 가는 것을 너무 머리를 굴리다가 이해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오늘 아침 그가 주문했던 상임이사 임면 과정에 대한 내 보고서의 한 면을 지적하셨다.
왜냐하면 내가 상임이사의 범주에 사장을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무식하게 받아들였다면 상임이사든 사장이든 감사든 비슷한 유형의 경우를 다 포함하여 검토했어야 옳았다.
*******************
퇴근 무렵 짐을 정리하던 찰나에 O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미 퇴근해 거의 집에 도착한 KD과장까지 전화로 불러내어 셋이 세꼬시 집에서 소주를 마셨다.
L과장도 함께 불러 같이 하자고 해 그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처장님으로부터 호출을 받아 우일관에 있단다.
C부장과 JKH그리고 여직원들과 저녁을 함께 하고 있는 중이란다.
식사 끝나고 다시 통화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C팀장과 합류하기 위하여 C부장 집 앞에 있는 카페로 갔다.
문 앞을 들어서는 순간 거기에 PKT와 JSD부장 그리고 다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가 들어서자 C부장은 자리를 파하는 마지막 마무리를 해 주었다.
모두들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기에 우연을 넘어 필연적으로 그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고 함께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건배 제의를 하고 일어섰다.
P와 KD과장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P는 내게 술 한 잔 더하자고 하였다.
나는 더 이상 마시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청을 거절할 수 없어 wax에서 하이네켄 맥주 한 병씩을 마시고 헤어졌다.
'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 > 2003'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30611 독립운동 (0) | 2022.01.26 |
---|---|
20030610 정권교체의 희생양 (0) | 2022.01.26 |
20030608 테니스, 영화감상, 독서로 채워진 주말 (0) | 2022.01.25 |
20030607 관점의 차이 (0) | 2022.01.25 |
20030606 R부장 송별식 (0) | 2022.01.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