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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했던 초등 동창들과의 행복한 만남

by 굼벵이(조용욱) 2023.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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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의 최대 피해자인 동시에 수혜자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다른 사람의 모범이 되어야 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 십리사탕을 팔았지만 나는 그걸 직접 사먹을 수가 없었다.
당시엔 소비가 악덕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길들여진 내 스키마는 지금도 아이스크림 조차 눈치보며 사먹게 한다.
원칙주의자는 대개 이렇게 탄생한다.
원칙에 순종해야 하는 중세시대 노예라면 모를까 인류 역사상 최고의 자유를 누리고 있는 요즈음 그게 꼭 지고지선의 덕목일까?
퀀텀점프로 이어지는 돌연변이적 진화도 잡종교배 따위의 엉뚱한 파계에서 나온다.
목숨을 내걸어도 좋을 만큼 짜릿한 즐거움도 파계에서 나온다.
그런 파계의 즐거움을 찾다가 거덜난 정치인이나 직장인들을 보면 묘한 양가적 감정을 느낀다.
원칙주의자의 내면에도 몰래 먹은 십리사탕의 잊을수 없는 달콤함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만오천년 인류역사 중 일만사천구백년간 구가해왔던 남성성이 우리네 테스토스테론 유전자에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그걸 억누르고 살아야 하는 원칙주의자로서의 우리네 삶이 참으로 고통스럽다.
그래도 그렇게 살아왔기에 내가 사랑했고 나를 사랑했던 초등 동창들과의 행복한 만남도 가질 수 있는 거다.
내가 열무김치 좋아한다고 맛나게 익은 김치를 바리바리 싸다주어 양푼이에 비벼먹었다.
더운 여름날 별식으로 최고다.
밥알과 열무김치 사이로 발그레 웃음짓는 친구들 모습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규분아, 영애야, 옥배야, 명자야, 순용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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