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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무들기 농장

호박이어도 내새낀 다 예쁘다

by 굼벵이(조용욱) 2023.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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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참 예쁘다.
95년 가을에 뉴욕에서 토론토까지 일부러 시골 국도를 달려본 적이 있다.
울긋불긋 물든 단풍과 어우러진 미국 시골마을의 이국적 분위기가 무척 아름다웠다.
그 중에서도 끝없이 펼쳐진 갈색 옥수수밭 그리고 말라버린 호박줄기와 잎새 위에 여기저기 나뒹굴고 있는 호박들이 신기했었다.
할로윈데이가 머잖았기에 집집마다 호박들이 쌓여있고 문앞엔 호박귀신(jack-o-lantern)도 보였다.
그래서 지금껏 호박도 단풍드는 늦가을은 돼야 수확하는 줄만 알았다.
헌데 멘토 아짐의 성화에 못이겨 아직도 푸르고 싱싱한 줄기를 한껏 뻗쳐나가는 한여름 호박 밭에 들어가 보니 벌써 호박이 노랗게 익을대로 익었다.
오늘 오후부터 장마가 예보되어 있어 자칫 썩히겠다 싶어 아짐이 수확을 독촉하신 거다.
그동안 안쓰는 농기계가 방치되어 있던 밭뚝이 제법 넓어 비닐멀칭을 하고 호박 세 포기를 심었더니 그게 녹슨 농기계도 올라타고 온갖 지저분한 것들을 예쁜 초록으로 덮더니 나를 상농 중의 상농으로 만들었다.
호박도 호박꽃도 예쁘기만 한데 왜 못생긴 사람의 대명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어떤이는 못생긴 게 더 맛나다고도 한다.
잘 나고 못 나고는 보는 이의 주관적 시각일 뿐 본질이 아니다.
내 새낀 다 예쁘다.
정여사, 이 많은 호박으로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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