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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의 역사(용욱이의 내면세계)/2005

20051213 1직급 보직기간 상한제로 내 인생 죽쑤다

by 굼벵이(조용욱) 2023.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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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13(월)

OOOOOO실에 H실장을 만나러 갔다.

J처장이 OO직군 인사관리와 관련하여 H실장의 견해를 물으라는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직기간 상한제 도입 때문에 그를 독대하러 가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지만 문제는 피하기보다는 정면 대응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나의 소신에 따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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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의 태도는 일면 거만해 보였다.

빠른 승진이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어놓은 것 같았다.

거만하다기 보다는 자신감이 넘친다고 말해야 맞을 것 같다.

그는 보직기간 상한제 도입은 한마디로 회사가 실수한 것이라고 단언했다.

능력 있는 사람들은 빨리 빨리 승진시켜서 다른 사람들이 벤치마킹 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지론이다.

그리고 자신은 6년간의 1직급 보직기간이 상한에 이르면 이후 경영자문위원으로 남아 3년이고 4년이고 퇴직을 위한 준비기간을 가질 것이며 그렇게 해준 회사에 감사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비꼬아 덧대었다.

어찌 보면 그의 용기가 부럽다.

그는 그 아이디어가 누구 발상인지를 집요하게 물었다.

나는 정직하게 대답했다.

나도 이를 내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J처장이 처음 오셔서 혁신과제를 만들면서 아이디어에 굶주려 하셨고 따라서 그동안 접수된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으며 그 중의 하나인 보직기간 상한제가 채택이 되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진행된 것이라고 했다.

빨리 승진된 호남사람들을 응징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아니라고 단언했다.

나만 혼자 모르고 있지 구석구석에서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양태로 수군거리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나에 대한 나쁜 이야기도 있을 것이다.

극히 일부의 잘나가는 사람들 몇몇은 자신들의 목에 칼을 들이 댔다고 생각해 나를 성토하는 이야기를 했을 거고 그 외 대부분은 박수를 쳤을 것이다.

살다보면 늘 적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인사는 특히 그게 심하다.

얼마나 적을 적게 만들면서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이게 내 인생에 발목을 잡고 치명상을 입힐줄은 꿈에도 몰랐다.

덕분에 거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왔다.

아니 죽음까지 생각한 적도 있다.

본사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는 장면도 여러번 떠올렸었다.

이것들이 종합적으로 1(갑)직급 승진에 걸림돌로 작용해 5번이나 재수하며 와신상담 진흙탕 속을 헤매야 했다.

덕분에 내 인생의 후반생 목표도 상당부분 수정해야만 했다.

난 그 어떤 이해관계도 없이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도입한 제도였다.

그게 승진정체나 지나친 승진과열 현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확신했었다.

잘난 사람이래야 다른 사람들과 별반 차이 없다.

줄 잘 서고 배경 좋아 비서실 등 중요직위 보직하며 빨리 승진한 거지 빨리 승진시킬만큼 능력이 출중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지나치게 빨리 승진해 남들 달지도 못하는 1(갑)직급을 혼자 10년 넘어 달며 만용을 부리기 보다는 7년 정도만 달고 제대해도 그리 원통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결국 난 그들의 뭇매를 맞으며 만신창이가 되어 치솟아 오르던 가운데 수냉이를 꺽여버렸다.

나를 보살피는 천사가 나를 편안히 오래 살게 하려고 그랬는지도 모른다.)

 

지난 해 1년은 차라리 휴지기를 갖고 외국에 나가 공부를 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이제는 어차피 늦었다.

그냥 내가 지금까지 해 왔듯이 해외교육 과정을 새로이 개발하여 한 달 정도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다.

암튼 H는 내가 가져간 OO직군 관리방안에 대하여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재확인 해 주었다.

오히려 OO직군을 OOOO처장 직위에 앉혀 놓다보니 전체를 아우르지 못하고 편협한 사고를 가지고 OO직군끼리 어울려 직군 이기주의에 빠지는 사례가 심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솔직히 OO직군은 없어도 되며 필요한 경우 kopec에 outsourcing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해외사업 비즈니스는 OO직군들이 주장하는 내용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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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와 면담을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오니 OO실장으로부터 전화가 와 있었다.

KJS OO실장에게 전화를 거니 누가 JEH를 모함하고 다니느냐며 호된 비난의 화살을 내게 보냈다.

JEH가 경영진을 괴롭힌 일이 없고 서울대 출신이라 순수한 마음에 부사장이 지시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놈은 입을 찢어 놓겠다.

시켜주지도 않을 거면서 왜 모함을 하느냐.

자신은 인사처장에게 이야기한 것 밖에 없는데 그 이야기가 왜 돌아다니느냐.

배포 선에 이야기 하여 더 이상 그런 루머가 돌지 않게 하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였다.

어제 테니스장에서 내가 말실수한 것을 JHH이 KJS에게 그대로 일러바쳤다.

무서운 세상이다.

덕분에 나만 아작났다.

자나 깨나 입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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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보가 시작된 것이다.

말은 아무리 조심해도 부족함이 없다.

다른 사람들은 괜찮이 보이던데 왜 나는 이렇게 힘들까?

그러기에 더욱 조심하며 살아야 한다.

지구 조그만 나라의 한구석 회사 작은 건물안에서 이 사람 저 사람이 감정적 고리를 서로 얼기설기 엮고 뒤섞여 살아간다.

그러면서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싸우고 자존심 상하고 괴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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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과거는 과거로 넘어가는 순간 잊어야 한다고 아무리 다짐해도 이미 상한 마음은 늘 가슴에 잔영을 남긴다.

그걸 빨리 지우는 연습을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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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을 했다.

5게임을 연습했다.

회원들에게 저녁으로 햄버거를 사주었다.

51,000원 정도 나왔는데 내가 지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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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호신이가 롯데월드 간다며 돈 좀 주시면 안 되겠냐며 어렵게 이야기 했는데 나는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그녀석이 보이는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더욱 냉정한 태도를 보였던 것이다.

아이 눈에는 내가 늘 술을 마시며 그렇게 돈을 쓰고 다니면서 자신에게는 너무 인색한 것처럼 비추어졌을지도 모른다.

아침 출근길에 전철 안에서 집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여자는 힘으로 아이들을 잡는 게 아니고 경제력을 행사하며 아이들을 휘어잡는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여자인 당신이 돈으로 아이들을 관리하라는 이야기였는데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

남자는 힘으로 아이들을 통제하지만 여자는 경제력으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CYJ가 내게 가르쳐 준 아이디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