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8.5(토) 섬강으로
아침 5시에 기상하여 준비물을 챙긴 후 사이버준을 픽업하기 위해 강변도로를 달렸다.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한강 한가운데로 떠오르고 있는 새벽 태양이 그득하다.
연홍 빛 쟁반같이 둥그런 덩어리가 태초의 모습 그대로 한강 가운데에 힘찬 모습을 드리우고 있다.
마치 한강 한 가운데에 엄청나게 큰 애드벌룬을 띄워 놓은 것 같다.
그건 오늘 무언가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예고일지도 모른다.
사이버 준은 미리 나와 아파트 정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광미낚시 아주머니는 두 번째 보지만 늘 씩씩하고 시원시원한 모습이다.
덕이와 묵이를 두 사람이 오늘 하루 즐길 만큼만 달라고 주문하니 알아서 척척 담아준다.
섬강을 가는 길은 행락인파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멀고도 지루했다.
힘들게 횡성 인터체인지를 빠져나가 섬강 입구에 다다르니 물이 빠진 강바닥에 피서객이 바글거린다.
아마도 댐 수문을 꽁꽁 걸어 잠군 덕분인 듯하다.
운동장 옆 해장국집에서 아침을 먹었다.
소 특유의 비릿한 내음이 배어있어 일반 해장국 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유의 맛을 가진데다 인심 좋은 해병대 출신 사장이 어찌나 많은 내장을 담았던지 평소보다 서너 배 많은 양의 아침을 먹은 것 같다.
상류 방향으로 10분 정도 올라가 견지를 드리웠다.
3개월 전에 시작한 견지지만 요즘은 조금씩 견지터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바늘을 드리우기가 무섭게 피라미가 달려든다.
장마 끝에 굶주렸는지 피라미가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초등학교 동창 친구랑 피라미 매운탕을 끓여놓고 오랜만에 회포를 풀 거라는 내 생각을 알았던지 과잉 충성하는 녀석들 덕분에 하마터면 과로사 할 뻔했다.
아침 10시부터 입수하여 정오의 땡볕을 견디고 저녁 7시까지 꼼짝 않고 여울에서 자리를 지킨 원동력이 바로 이 피라미들의 충성에 기인한다.
아무리 피라미의 충성이 지나쳐도 스스로 할복할 수는 없기에 배를 갈라주는 데에도 시간이 꽤나 걸렸던 것 같다.
횡성에서 둔내로 가는 길은 산으로 산으로 계속 이어진다.
그것도 내리막길은 없고 오르막길만 이어지는 것 같다.
나의 충성스런 늙은 애마가 힘겨워하며 밤길을 갈갈거린다.
계곡을 타고 몰려오는 산바람에 가슴까지 시원하다.
친구 펜션에는 마침 친구네 온 가족이 내려와 있었다.
제수씨는 몇 년 전에 본 아름다운 용모를 아직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예쁜 제수씨에게 매운탕을 부탁하고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물을 끌어올려 사용한다는 샤워장에서 간단하게 샤워를 마치고 본격적인 입견지에 들어갔다.
친구 말로는 계곡수가 몸에 어찌나 좋은지 이틀만 마시고 샤워하면 아토피성 피부염도 사라진단다.
고객 중 누군가가 그렇게 이야기 하고 갔다는 데 진짜인지는 모르나 암튼 엄청 효능이 있는 모양이다.
친구에게 자랑할 욕심에 한낮 땡볕도 무릅쓰고 줄 선 피라미를 거두어들이느라 몸이 어찌나 피곤하던지 자꾸만 윗눈썹이 아랫눈썹을 지긋이 덮어오고 말수가 적어진다.
내 상태를 알아차린 친구가 이내 취침을 권유한다.
피라미 매운탕에 술 한 잔 하면서 밤새 이야기 할 거라는 당초의 생각은 어디가고 자꾸만 몸이 가라앉는다.
유리로 지은 누드하우스를 내주었는데 말 그대로 정말 야하다.
산 속에 폭 파묻혀 온 산과 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친구가 직접 고안하여 만들었다는 데 누우면 유리지붕으로 별들이 쏟아진다.
사방 벽면으로는 늘씬한 조선 소나무가 지나가는 솔바람과 이야기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양 옆 계곡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는 모든 잡념을 먹어 없앤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래,
회사에서의 지옥 같은 5일의 시간이 지나면 신선 같은 2일의 천국이 있기에 세상은 살만한 것일 게다.
이 모든 것이 다 견지에서 비롯된 기쁨이라고 생각하면 나에게 견지를 가르쳐준 O선배님을 비롯한 모든 견지인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하지만 더욱 감사를 드려야 할 것은 나의 모든 五慾七情을 품어주는 아름답고 위대한 자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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